일은 이미 벌어졌다. 하지만, 일을 수습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바로 창단 첫 2부리그 강등의 칼날을 받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이야기다.

수원 삼성은 지난 2일 강원FC와 펼친 K리그1 최종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같은 시간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2대2 무승부를 거두며 강등이 확정되었다.

강등이 확정된 순간 경기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빅버드는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마라카냥의 비극처럼 싸늘하고 조용해졌다.

이윽고 팬들의 목소리는 구단 프런트진을 성토하는 목소리와 울음소리로 뒤덮였다. 일등주의를 표방하며 1995년 야심차게 발진했던 블루윙즈 호의 침몰이었다.

하지만, Life Goes On (삶은 계속된다)라는 격언처럼 수원과 수원팬들의 삶은 강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어진다.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프로세스와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먼저 구단을 강등까지 몰고간 고위층에 대한 인사는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일단 대표이사와 단장이 팬들에게 말한대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업 측근에 따르면 이미 대표와 단장의 교체는 이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구단 수뇌부진은 교체가 유력하다.

현재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직원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꺼번에 인사를 단행할 경우 인수인계도 오래 걸리며 그만큼 차기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만, 팬들은 말단부터 수뇌부까지 뼈를 깎는 쇄신이 없이는 구단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우선적이며 구단 수뇌부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교체까지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관련된 진통은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독 관련해서도 나오는 말이 많다. 현재 수원 삼성은 감독이 사실상 공석이다. 지난 10월 김병수 감독이 경질된 이후 염기훈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뤘지만, 강등을 피하지는 못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똑같이 강등 경험이 있는 광주와 제주의 사례를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제주의 경우 강등 이후 카리스마 있는 남기일 감독을 선임해 1년만에 승격에 성공했고, 2021년 강등당한 광주의 경우 역시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에 추구하는 색깔을 갖고 있는 이정효 감독을 선임해 1년만에 승격시키는데 성공했다. 승격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수원 구단은 염기훈 감독대행을 감독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리는 듯 하다. 선수단이 감독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현재 강등된 상황에서 보수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내년시즌 승격을 장담할 수 없다.

선수단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수원 선수단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하다. 고연봉자이면서 제대로 팀에 기여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연봉대비 팀에 대한 기여도가 적은 선수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각 포지션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문제는 이전부터 수차례 지적되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구단은 바뀌지 않았고 그 결과는 강등이라는 성적표였다.

이제 수원 삼성은 달라져야 한다. 보신주의였던 과거의 색깔을 버리고 과감한 결단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K리그2에서 승격한 팀들의 사례를 비춰보자. 수원 부활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는 나올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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