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인도네시아에서 꿈을 찾아 아무 연고도 없는 대한민국 V리그에 둥지를 튼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 

특유의 히잡을 둘러쓴 이국적인 모습으로 V리그에 첫 선을 보인 날,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배구팬들은 그의 활약에 놀라움과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높은 블로커들 사이에서도 자신감있게 때리는 파워와 자신감, 185cm의 높은 신장에서 나오는 블로킹, 그리고 상대의 리시브진을 흔드는 강한 서브까지 장착한 메가는 1라운드 V리그에 센세이션을 불러왔다.

정관장은 메가와 지아(지오바나 밀라나)로 이어지는 쌍포가 위력을 발휘했고, 정호영과 박은진으로 이어지는 미들 블로커 라인도 건재함을 유지, 1라운드를 4승 2패, 3위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1라운드 동안 138점으로 득점 4위, 공격성공률 48.46%로 공격 종합 2위에 이름을 올린 메가는 V리그 첫 아시아쿼터 라운드 MVP 수상자로 기록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메가의 고공질주는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메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던 1라운드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1라운드 로빈이 끝났을 때 상대의 분석을 뚫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메가는 강타 위주의 경기를 펼친다. 공중에서 페인트 동작을 넣거나 밀어넣기 위주의 공격은 잘하지 않는다. 그만큼 파워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공격 패턴이 매우 단순해진다는 큰 단점이 존재한다. 상대팀은 이 단점을 놓치지 않고 메가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단적인 예로 지난 24일 펼쳐졌던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그 약점이 드러났다. 메가의 공격은 신연경을 위시로 한 기업은행의 수비라인에 여지없이 걸렸다. 이날 메가는 20득점, 공격성공률 33.3%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고, 팀 역시 1대3으로 완패하며 5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메가를 막을 수 있도록 선수들과 약속을 했다."라고 이야기하며 메가의 공격패턴에 대해 완벽히 분석했음을 이야기했다.

메가 역시 자신의 공격이 상대팀에게 분석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메가는 "모든 팀들에는 전력 분석팀이 있다. 우리가 1라운드에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더 분석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2라운드에 우리가 부진했던 이유는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집중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성적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국가대표로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알게 모르게 존재하고 있었다. 실제로 메가가 정관장에 둥지를 튼 후 정관장의 SNS와 유튜브에는 많은 인도네시아 팬들이 몰려들었고, 경기장을 찾는 인도네시아 팬들이 늘어났다. 주말 경기에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도네시아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메가의 인기는 대단하다.

하지만, 그 관심이 메가에게는 때로 부담이 될 법 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곳에서 하는 배구, 그리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때론 독이 되어 메가의 어깨를 굳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를 다독인 사람은 고희진 감독이었다.

고희진 감독은 기업은행과의 경기 전날 메가와 함께 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거기에서 배구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해낼 것이라는 격려만 했을 뿐이었다. 메가는 "감독님의 말씀이 큰 응원이 되었다."라고 이야기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희진 감독 뿐만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과의 인화력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했다. "훈련 이외에 선수들끼리 카페에 가면서 친해지고 훈련에 대해 공유를 했다."라고 이야기한 메가는 "눈빛만 봐도 읽을 수 있어서 케미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선수들의 케미가 실력 향상보다 중요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과 친화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훈련만 한 것은 없었다. 고희진 감독은 기업은행전 패배 이후 훈련량을 늘렸다. 경기전과 후를 가리지 않고 볼 감각을 익히는 훈련에 집중했다. 그 덕분인지 AI 페퍼스와의 경기에서 메가는 30득점, 45.28%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살아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블로킹 4개에 서브득점 2개는 덤이었다. 비록 최하위 팀과의 경기에서 거둔 성적이지만, 지난 경기 11개의 개인 범실을 7개로 줄였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메가는 "떨리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선수들을 믿고 경기를 해서 좋은 경기를 펼친 것 같다. 평일이라 많이 오지는 못했지만 와주신 인도네시아 팬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정관장과 메가는 고난의 2라운드를 지나 이제 새로운 시작이 될 3라운드에 돌입한다. 메가의 각오는 남다르다. "상대팀이 공격분석을 더 철저히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맞춰 더 훈련을 할 것이고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배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메가, 상대팀의 현미경 분석을 뚫고 V리그 무대를 통해 배구선수로서 한단계 더 진화할 수 있을까? 메가와 정관장의 3라운드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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