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분위기의 쇄신이 중요했지만, 방법이 너무나도 잘못되었다. 수원팬들은 김병수 감독을 허무하게 보내야만 했다.

수원 삼성은 26일 김병수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염기훈이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수원은 김병수 감독의 경질 이유에 대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론 최근 치뤘던  7경기에서 단 1승 만을 거두고, 10명으로 싸운 대구에게 패한 것을 포함, 4연패를 당한 상황에서 경질은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스플릿 라운드 이전에 두 경기가 남았고, 감독이 삭발까지 감행했을 정도로의 의지가 있었다면 조금 더 지켜볼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미 보내는 것부터 잘못된 상황에서 후임 선임 역시 팬들의 의문점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바로 염기훈을 후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라이언 긱스 임시감독이 플레잉 감독이 된 경우는 있지만, K리그 역사을 통틀어 플레잉 감독이 된 것은 염기훈이 처음이다. 현대 축구에서의 팀은 선수와 감독의 직급을 구분하기 때문에 선수가 감독까지 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원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물론 P급 라이센스를 가진 지도자가 별로 없거니와 후임 감독이 강등의 위기에 빠진 팀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내린 선택이었겠지만, 이 결정은 팬들에게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또 한명의 레전드를 잃을 것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우려가 가장 많다.

이미 수원은 속칭 '리얼 블루' 정책으로 인해 많은 피를 보았다. 2010년 윤성효 감독을 시작으로 2013년 서정원, 2020년 박건하, 2022년 이병근 등 선수로서 수원의 찬란한 역사를 함께한 레전드 출신이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그 끝은 좋지 않았다.

특히 결말도 팬들과 감독 모두에게 상처를 준 결말이었으며 팬들은 더 이상 수원 출신 레전드가 감독으로 오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만약 염기훈이 수원의 감독으로 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도자 경험을 풍부히 쌓은 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구단은 수원의 리빙 레전드라고 불리우는 염기훈을 감독대행으로 낙점했다. 이에 팬들의 반응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프런트의 과오를 레전드 염기훈으로 막아보겠다는 얄팍한 수를 쓰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미 수원팬들은 단체행동에 들어갈 태세다. 수원 삼성의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는 26일 성명문을 내고 '김병수 감독 경질 사태를 겪으며 더 이상 선수들을 향한 응원을 방패 삼아 본인들의 무능함을 감추려는 프런트의 행태에 침묵하지 않고자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왜곡과 거짓 없는 정확한 정보와 구단의 입장을 서포터에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으며, 개인 지지자들은 구단 사무국이 있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근조화환과 함께 Suwon Die (수원은 죽었다)라는 걸개를 경기장 밖에 걸었다. 일부 팬들은 경기장에서 구단 운영진들을 성토하는 릴레이 1인 시위까지 펼치고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도 예고하고 있을 정도로 팬들과 구단과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수원 삼성의 오동석 단장은 입장문을 통해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 다만 지금은 살아남는데 집중하고, 시즌을 마친 후 팬 분들의 비판과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 지지를 거두지 마시고, 마지막까지 우리 선수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팬들을 달래고 있지만, 이미 뒤돌아선 민심을 극복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계속되는 패착, 이미 강등 플레이오프가 가까워지고 다이렉트 강등도 가시권이 상황에서 내린 이해가 힘든 결정, 만약 이 결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수원팬들은 또 레전드를 불명예스럽게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남은 경기에서 염 감독대행이 기적을 만들어내 잔류를 한다고 하더라도 수원 구단은 염기훈 감독을 방패삼아 자유롭게 섭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팬들이 이번 결정에 더더욱 분노하는 이유다. 하지만, 
팬들의 걱정대로 또 한 명의 레전드, 그리고 앞서간 다른 감독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보 감독대행, 염기훈이 풍전등화의 수원 삼성을 지휘하게 되었다.

서정원과 박건하, 이병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원의 리빙레전드 염기훈 감독대행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4일 후 인천에서 시험대, 혹은 단두대가 될 절체절명의 경기가 펼쳐질 것이다.

사진=몬스터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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