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에겐 몇몇 기억에 남는 승부차기들이 있다. 1994년 월드컵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죠의 실축이 있을 것이며, 2002년 월드컵 홍명보의 멋진 골, 그리고 유로 2012 피를로의 파넨카 킥도 기억에 남는 승부차기 중에 하나다.

하지만,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차기 하면 바로 유로 1996 4강전 독일과의 승부차기를 떠올릴 것이다. 당시 잉글랜드는 전반 3분만에 시어러가 선취골을 넣었지만, 전반 16분 독일 쿤츠가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는 연장으로 갔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독일이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 당시 승부차기를 유일하게 실축한 선수가 바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였다. 다섯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하고 여섯번째 키커로 나섰던 사우스게이트의 킥은 독일 골키퍼 안드레아스 쾨프케에게 막혔고, 결국 사우스게이트는 잉글랜드 탈락의 원흉으로 많은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특히 그의 어머니에게까지 '실축하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라는 말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사우스게이트는 가출 소동까지 일으켰을 정도로 1996년 유로 4강의 아픔은 사우스게이트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시간은 흘러 어느 덧 25년이 지났고 사우스게이트의 신분도 선수에서 감독으로 바뀌었지만, 그 날의 아픔은 사우스게이트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콜롬비아에게 승부차기 승리를 따내며 잉글랜드의 월드컵 통산 첫 승부차기 승리를 안겨준 사우스게이트는 유로 2020에서도 자신의 지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독일과 다시 만난 16강전에서 잉글랜드는 후반 중반까지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 독일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후반 33분 잭 그릴리쉬를 투입하며 경기의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후반 40분 그릴리시의 크로스를 케인이 받아넣으며 자신의 독일 트라우마를 말끔하게 씻었다.

이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4대0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를 거둔 잉글랜드는 덴마크와의 4강전에서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끝내 뒤집어내며 결승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사우스게이트 감독 부임 이후로 팀에 끈끈함이 더해지며 메이저 무대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축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제 잉글랜드 팬들은 'Football is Coming Home'을 부르고 있다. 과연 사우스게이트는 25년전 자신에게 악몽을 안긴 웸블리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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