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계속) 스포츠계에서 각종 사건사고들이 터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마다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스포츠계의 사건사고들을 어느 한 선수나 지도자 개인의 일탈이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문제해결 방안으로 주로 개인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처벌강화와 교육을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개인윤리의 확립으로 스포츠계의 비윤리적인 문제들에 접근하려고 한다. 

사회윤리의 확립에 노력한 미국의 신학자 니부어는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내면에 도덕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니부어에 따르면 인간의 내면이 아무리 도덕적이어도 그 사회가 비도덕적이면 도덕성을 발휘할 수 없다.

이전의 칼럼에서 언급했던 아주 안타까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그런데 문제는 가혹 행위에 대한 증언도 쏟아졌지만, 폭행을 부인하거나, 목격한 적이 없다는 식의 증언도 나왔다. 너무 늦게 나선 것 같다며 미안함을 가지고 힘겹게 용기를 내어 증언에 나선 동료선수가 있는 반면, 가해자들에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하는 동료선수들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관련되어 있는 선수들 모두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 이전에는 직장운동부 내 폭력 문제를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 너무나도 마음은 아팠지만 말을 못한 것이었고, 지금에서야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에 용기를 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가해자편에 서서 묵인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자 또한 직장운동부 선수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으며, 스포츠윤리를 공부하는 연구자로서 온전히 개인윤리만으로는 스포츠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찾아보게 된 것이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 속에 니부어가 주장하는 사회윤리였다.  

사회윤리는 제도나 시스템을 바꿔 사회에 속해있는 개개인의 도덕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은행에 볼일을 보러갔다고 가정해보자. 필자 외에 다른 한 사람이 더 대기 중이다. 당연히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걸 필자도 다른 한사람도 알고 있다. 이때까진 문제가 없다.

그러다가 은행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는데, 누군가 한사람이 새치기를 하는 것이다. 그걸 보았을 때 또 다른 사람들이 새치기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 은행에 온 사람들은 질서를 지킬 수 없게 된다. 이 은행에 온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사람들에게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줄을 서자고 설득하면 될까? 일부는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이가 나의 설교를 따라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줄을 서게 만드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즉, 번호표를 뽑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오는 순서대로 번호표를 뽑고 자신의 순서가 되어야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며 평화롭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니부어의 주장에 단편적인 예를 들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개인윤리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도덕을 온전히 성취할 수 없으니 더불어 사회윤리의 확립도 요구되는데, 이에 대한 방법은 곧 제도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즉, 스포츠계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선수들이 개인의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개인윤리에서 더 나아가 사회윤리의 확립, 즉 개인윤리 확립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윤리확립을 위한 제도를 바꿀 때 반드시 2가지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먼저 징계가 마땅해야 하며, 징계가 일관성이 있고, 명확해야 한다.

스포츠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구난방식의 처벌이 이루어지거나, 때에 따라 가벼운 처벌이 되거나, 철퇴가 되는 형태가 아닌 각자 규정에 정해진 매뉴얼대로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또한 누가 그 사안을 심의하느냐에 따라 처벌이 들쑥날쑥하다면 처벌의 당위성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떨어진다. 가령 도핑 사건 징계의 경우는 그 적발 기준과 횟수에 따라 징계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두고 있다. 

이처럼 도핑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사고에 있어서도 마땅하고 명확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징계만으로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포츠계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사건을 단순히 처벌로서만 해결하려 한다면, 처벌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졌을 때 똑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투 운동이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이와 관련된 처벌도 강화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불미스러운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계의 부정행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벌강화와 더불어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식을 변화시키도록 만들어야 할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국민대학교 스포츠윤리연구소(2019)에서 진행한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먼저 실험군을 ABC집단으로 나누었다.

3개월의 훈련 기간 동안 A집단은 지각을 할 때마다 벌점 1점씩의 처벌을 받았다(처벌집단). B집단은 처음 지각은 1점, 두 번째는 2점, 세 번째는 4점, 네 번째는 8점씩, 배수 방식으로 처벌을 강화하였다(처벌강화집단). C집단은 지각을 해도 아무런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지도자는 선수와 지각행위가 왜 잘못된 것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코치, 동료, 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왜 해서는 안 되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의사소통집단).

3개월 후 세 집단의 변화를 지켜본 결과, 가장 지각이 줄어든 집단은 C집단이었으며, A와 B 집단은 지각행위가 크게 줄지 않았다. 두 집단 간의 차이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사건, 사고가 터지면 처벌과 징계로만 처리하려는 분위기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처벌과 징계로만 해결하려는 방식은 어떤 행위의 본질적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고, 단순히 그 처벌을 피하거나 자기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변화이기 때문에 그 효과 또한 단기적이고 비지속적일 것이다.



어떤 행위에 관해 스스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그 행위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지도자가 선수를 지도하고, 선수를 관리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스포츠윤리연구소(2019)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선수들은 일반인들 보다 자기통제력(self control) 지수가 낮게 나타나는데, 그 원인 중에 하나로 의사소통 역량이 낮음을 지적하였다.

주변통제가 많은 집단일수록 의사소통 역량이 떨어지고, 이는 자아통제력에 주요한 변인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즉, 어릴 때부터 코치나 감독의 일방적인 지시형 학습스타일에 익숙한 선수들 일수록 의사소통 능력과 비판적인 사고력이 낮게 나타나고, 이는 자기통제력에 영향을 미쳐 유혹에 노출 되었을 때, 자신을 통제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선수로 하여금 스스로가 왜 그 행위가 잘못된 것이고, 자신의 행동이 관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은 비판적 사고력과 자아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지도자의 인식과 코칭스타일을 개선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제도가 필요하다.



지도자의 지도방식은 일방향적이고 통제형이 아닌,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사고력과 자기통제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은 인내심이며 이를 위해선 지도자를 단순히 실적위주로 평가하는 것 보다 지도역량을 높이 사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필요하다.



지도자의 역량을 단순히 경기 실적으로만 평가하다보면, 선수 관리를 위해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작동하는 체벌사용의 유혹에서 지도자들 또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하고 헌신적인 많은 스포츠 지도자들이 있다. 소수의 잘못된 지도자들만 보고 그들을 질책할 것이 아니라 많은 열정적이고 뛰어난 지도자들을 제대로 인정해주고 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적절한 포상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스포츠가 태동하던 시기부터 지도자들의 폭력, 선후배간의 기합 및 태움은 언제나 이어져왔고 논란이 되어왔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최근에 들어서야 이러한 문화가 차츰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그것은 축구나 야구, 농구와 같은 언론에 노출되어 있는 인기 스포츠에 국한되어 있다. 

특히 열악한 환경의 비인기종목에서는 여전히 구타와 폭행이 행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슈가 될 수 있는 물리적인 폭력보단 왕따, 무시, 선수 선발 제외 등의 심리적인 폭력으로 변종되어 자행되고도 있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이제는 스포츠계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智)와 덕(德)을 겸비한 우수한 지도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체계적인 지도자 교육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KFA)에서는 라이센스 제도를 통해 P급부터 D급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지도자를 양성해내고 있으며, 선수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체계적인 지도자 양성 시스템 도입과 개발이 절실하다. 단순히 시험을 보고 따는 자격증이 아닌 실생활에서 호흡하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스승으로서의 “자격” 제도가 필요하다.

선수들은 지도자의 꼭두각시나 제자가 아니다. 그들도 선수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비극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면 지도자 스스로부터 되돌아보고 그를 되돌아보게 해줄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 흘리고 있는 선수들은 늘어나고 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진=게티이미지
글=임다연 (경남체육회 수영선수 겸 DP클럽 코치, dpswim@naver.com)
편집=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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