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으로 드래프트 5순위로 밀린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의 선택은 가빈 슈미트가 아닌 카일 러셀이었다.
한국전력은 15일 서울 청담동의 리베라호텔에서 펼쳐진 2020 V리그 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미국의 아포짓 스파이커 카일 러셀을 뽑았다. 당초 구슬 35개를 배정받아 1순위가 유력했지만, 정규리그 1위 우리카드에도 순번이 밀리면서 지난 시즌 최하위이고도 5순위를 지명받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듯 했다.
순번이 밀려 이전 시즌까지 함께했던 가빈 슈미트를 다시 지명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 있었지만, 가빈을 포기하고 러셀을 지명했다. 러셀은 미국 국가대표팀 출신 아포짓 공격수로 폴란드의 MKS 베친과 독일의 베를린을 거쳐 지난 시즌에서는 프랑스의 AS 캉에서 뛰었다.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다양한 리그 경험을 쌓아 장병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한국전력의 새로운 외국인선수가 되었다.
서른 넷의 적지않은 나이에도 지난 시즌 113세트 689득점으로 득점 2위, 오픈 공격 8위에 오르며 건재한 실력을 보여준 가빈을 포기하고 내린 결정에 많은 배구팬들과 관계자들은 의외의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장병철 감독은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바로 올 시즌 FA로 한국전력에 둥지를 튼 박철우에 대한 믿음이었다. 장병철 감독은 "박철우가 오면서 가빈과 겹치게 되었다. 박철우 대신 가빈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전환을 해야하는데 수비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가빈을 포기하고 러셀을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가 뽑지 않으면서 다른 팀에서 가빈을 뽑아갈 줄 알았는데 아무팀도 지명을 받지 못해 놀랐다."라고 답했다.
5순위로 밀렸음에도 장병철 감독은 원하는 선수를 뽑은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장 감독은 "사실 1순위로 뽑혔으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어쩌다보니 5순위까지 밀리게 되었지만, 원하던 선수가 그때까지 남아있어서 큰 고민을 하지 않고 수월하게 선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웃어보였다.
러셀은 지명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경험이 많이 기대된다. 성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운동을 최대한 많이하려 하고 노력하고 있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시즌을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전력의 지명을 받은 러셀은 오는 7월 1일 입국해 본격적인 차기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