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리버풀은 이적시장에서 외부영입을 단 한 건만 성사시켰다. 그 선수가 바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뛰던 미나미노 타쿠미였다.

미나미노 타쿠미는 J리그 시절부터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이미 2013년 열 여덟의 나이에 세레소 오사카에서 프로 데뷔를 하며 첫 시즌에만 38경기에 출전했고 8골을 기록해 그해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일본 축구의 희망으로 우뚝섰다.

2014년을 지나 2015년 오스트리아 리그의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이적한 미나미노는 15-16시즌과 16-17시즌 나란히 10골과 11골을 기록하며 유럽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으며 특히 지난시즌 유로파리그에서는 10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하며 서서히 빅클럽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미나미노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버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이를 발판삼아 겨울 이적시장에서 리버풀의 부름을 받아 당당히 리버풀의 빨간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이적한 것 치고는 미나미노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이적 후 펼쳐졌던 프리미어리그 열 경기에서 미나미노가 출전한 경기는 단 세 차례에 불과했으며 컵 대회까지 넓혀봐도 FA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세 경기를 추가한 것이 전부다.

게다가 리그에서는 가장 많이 뛴 시간이 1월 23일 울버햄튼과의 경기에서 뛴 57분이었고, 나머지 두 경기에서는 9분과 11분 출전에 그쳤다. 코로나 19 사태로 중단되기전 마지막 경기였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는 단 7분만 출장하면서 팀의 16강 탈락을 바라봐야만 했다.

왜 미나미노는 리버풀 적응에 힘겨워하고 있을까? 우선 리버풀의 두터운 선수층을 꼽을 수 있겠지만, 많은 현지 언론들이나 프리미어리그 팬들은 근본적으로 미나미노가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미나미노의 플레이 스타일은 활발한 활동량으로 동료들에게 공간을 창출해주고,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을 위주로 상대를 제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아시아 선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인 피지컬이 미나미노에게도 큰 약점인데 오스트리아 리그에 비해 꽤 많은 프레싱을 걸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그 약점이 도드라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첼시와의 FA컵 16강전에서 미나미노는 첼시의 수비진에게 그야말로 지워지다시피 했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빠르긴 하지만 손흥민처럼 순간적인 스피드는 갖고있지 못하다보니 상대에게 공을 쉽게 뺏기고, 미나미노를 받쳐줘야 할 선수들도 제몫을 못하다보니 전방에 고립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을 정도로 미나미노는 거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미나미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리버풀 소식통인 디 애슬래틱의 제임스 피어스는 "위르겐 클롭 감독은 누군가를 당장의 임팩트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더욱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미나미노가 언젠가는 팀의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다만 미나미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피지컬을 키우거나 스프린트 능력을 키우는 등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현지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플레이 스타일을 극복해낸 손흥민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분데스리가인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핫스퍼로 이적한 손흥민의 경우에도 이적 첫 시즌에는 플레이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꽤 오랜시간 동안 부진에 시달렸다. 당시 에릭 라멜라가 주력 선수로 여겨지고 있었고, 손흥민은 로테이션 자원으로 간간히 경기에 출전하고 있었다.

첫 시즌 좌절을 맛본 손흥민은 거친 압박에 맞서 자신의 장기인 스프린트를 극대화시키는데 주력했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오프 더 볼 움직임까지 어느정도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면서 대폭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토트넘 팬들과 현지 언론들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 놓는데 성공했다.

일본에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선수들 가운데 성공을 거둔 선수는 사우스햄튼의 요시다 마야, 레스터 시티의 오카자키 신지 정도인 상황에며 요시다는 중앙 수비수, 오카자키는 주전으로 출전했음에도 정작 공격포인트는 한 자릿 수에 머물렀을 정도로 일본 선수들에게 있어 프리미어리그는 무덤과도 같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성공한 일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보다 더 많다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과연 미나미노는 안필드에서 버질 반 다이크 앞에서도 호기롭게 크로스를 올렸던 그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까? 과연 클롭 감독은 그를 영입한 이유를 증명해낼 수 있을까? 미나미노의 앞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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