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한 리그연기에 상심이 컸던 것일까? 토트넘이 공식 SNS를 통해 13년전 손흥민에 앞서 영국의 그라운들르 누볐던 이영표를 소환해냈다.

토트넘 핫스퍼는 21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 나설 선수명단을 공유했다. 근데 조금은 이상했다. 프리미어리그가 4월 30일까지 연기되면서 3월 21일에 펼쳐질 경기는 5월로 밀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토트넘의 스쿼드 발표는 팬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하지만, 라인업을 자세히 본 토트넘 팬들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2007년 3월 5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선발 명단을 공유한 것이었다. 오른쪽에는 당시 토트넘의 감독이었던 마틴 욜 감독이 있었고, 그 당시의 선발명단이 그대로 쓰여져있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저메인 데포, 저메인 제나스, 리 타이니오, 파스칼 심봉다, 폴 로빈슨, 호삼 갈리 등 추억의 이름들이 있는 가운데 앤서니 가드너와 호삼 갈리의 사이에 LEE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2005년 PSV 아인트호벤을 떠나 토트넘에 입성한 이영표였다.

입단당시부터 이영표는 마틴 욜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왼쪽 풀백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웨스트햄전 직전까지 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명실상부한 토트넘의 주전 풀백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던 시기였고 이날 경기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해냈다.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당시 웨스트햄은 최하위 탈출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만 했고, 토트넘은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 진출권인 6위를 따내기 위해 전력으로 해야만 하던 상황이었다.

전반은 웨스트햄의 우세였다. 웨스트햄은 전반 16분 테베즈의 가슴 트래핑을 받은 노블이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1대0 리드를 잡은 웨스트햄은 전반 41분 테베즈의 프리킥 골까지 터지며 2대0으로 차이를 벌려 승리를 결정짓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전 토트넘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 후반 4분 아론 레넌이 웨스트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낸 토트넘은 데포가 이것을 침착하게 마무리지으며 추격을 시작했고, 후반 18분에는 레넌의 절묘한 힐패스를 받은 리 타이니오가 그림같은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승부는 2대2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후반 40분 웨스트햄이 테베즈의 프리킥을 바비 자모라가 헤딩으로 받아 넣으며 3대2로 앞서나가자 3분 후 베르바토프가 절묘한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어내며 경기는 3대3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추가시간이 적용되던 후반 51분 이영표의 발끝에서 토트넘의 골은 시작되었다.

이영표가 토트넘 진영에서 자모라의 공을 끊어냈고, 루즈볼을 따낸 레넌이 하프라인까지 몰고간 후 데포에게 정확하게 연결했고, 데포의 슈팅이 로버트 그린 골키퍼에 맞고 나오자 폴 스탈테리가 쇄도하면서 밀어넣어 극적인 4대3 역전, 승점 3점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이 승리의 여세를 몰아 토트넘은 남은 9경기에서 단 1패(vs 첼시 0대1 패)만을 하며 상승세를 탔고, 결국 시즌 5위로 순위를 마치며 UEFA컵 출전권을 따냈다.

현재 토트넘의 상황은 그때와 닮아있다. 토트넘은 현재 11승 8무 10패 승점 41점으로 8위에 올라있다. 6위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울버햄튼과의 승점차는 2점차, 9위 아스널과의 승점차는 1점차로 언제든지 올라가고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일단 토트넘으로서는 4월 중순 손흥민과 케인이 돌아온다. 이것만으로도 토트넘은 앞으로의 반등에 큰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13년 전의 이영표가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도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한번 더 올릴 수 있을까?

사진=토트넘 핫스퍼, 게티이미지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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