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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YU 하와이의 감독 켄 와그너의 500승 달성 현장에 함께한 이주한 선수(맨 오른쪽)>


미국에서의 첫 시즌을 마치며

아쉽게 패한 4강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이번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4학년들은 다음 날부터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다른 동료들도 모두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와이에서 모인 우리는 어바인에서 해산했다. 다음 시즌에 볼 동료들도 있지만 이 날이 마지막인 동료들도 꽤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서운하고 아쉽지만, 이것 또한 운명이기 때문에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짐을 다 꾸리고 공항에 도착해 멍하니 앉아 기다리고 있는 동안 1학기 동안의 길고도 험했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 모든 여정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무모한 도전의 연속”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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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정이 무모한 도전을 이끌어 냈다

군대에서 2번이나 귀가 조치 당한 것부터 시작으로 몬스터짐을 만나 미국 농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이후 공장, 편의점, 술집 등등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슛을 던질 체육관이 없어 자투리 시간에 훈련이 가능했던 서울 SK 나이츠 유소년 농구팀에 들어가 무급으로 일하며 눈물 젖은 슛을 던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나의 열정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새벽부터 훈련하기 위해 그동안 모았던 아르바이트비로 집에서 먼 체육관 주변의 고시원에서 3개월간 지내면서, 간절함 그 하나만을 가지고 미친 듯이 훈련에 매진했다. 부족함을 채우는 것 만해도 잘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었기 때문에, 배수의 진을 치고 입단 테스트 날짜만을 기다려 왔다.


입단 테스트 당일, 그동안의 훈련을 통해서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트라이아웃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게다가 다른 농구팀에서는 받기 어려운 학비, 기숙사, 식비, 교재 등등 모든 것을 제공받는 전액 장학금까지 받으며, 성공적으로 무모한 도전의 첫 번째 관문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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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YU 하와이 측으로부터 받은 전액 장학금 메일>


입단테스트에 합격한 이후 모든 것을 마친 기분이 들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농구보다 더 어렵다고 느낀 TOEFL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합격하기 위해 공을 7개월 동안 놓고 미친 듯이 영어 공부를 해야 했다. 영어 교재를 처음 펼치자마자 했던 말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걸 하라고?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게다가 나는 한국의 많은 학생들과 다르게 영어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TOEFL 이란 거대한 벽은 나에게는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닌 것과 같았다. 하지만, EBS의 김승규 선생님을 포함한 여러 지인들이 열정적으로 나를 도와주고 가르쳐준 덕분에 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통과했다는 통보를 받던 날, 나는 한밤중에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녔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농구만 하면 되는구나, 하고 싶은 농구만 미친 듯이 하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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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치 않은 미국의 선수생활

하지만 역시 현실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을 던져주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들과 숙제, 발표 그리고 학점. 모두 충족이 되어야만 농구팀에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만약 한 과목이라도 점수가 기준치 이하로 나오게 된다면 나는 경기에 뛸 수도, 훈련에 참가할 수도 없었다.

이제 막 미국에 온 나에게 이곳의 대학 수업들은 너무나 어려웠다. 때문에 나는 체육관에 머문 시간만큼 도서관에도 머물러 공부를 해야만 했다. 공부뿐만 아니라 코트 위에서도 큰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었다. 당시 188cm에 82kg였던 나는 같은 포지션에서 너무나도 왜소하고 약했다. 빠르긴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나보다 빠르고 강했다.

공격에서는 기술과 민첩성을 이용해서 극복했지만, 수비에서는 나보다 크고 빠른 선수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모두 힘이 좋았기 때문에 아무리 몸싸움을 걸어도 밀리기 일쑤였다. 발전의 필요성을 느낀 나는 트레이너에게 정규 훈련 이외의 추가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요청했고, 피지컬을 키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몸을 만들어 나갔다. 나의 목표는 적응과 개인 능력 발전, 그리고 어떠한 체격의 선수도 막아내는 수비력을 키우는 것과 몸을 만드는 것으로 설정했고 이를 꾸준히 실천했다. 그 결과 시즌이 끝난 지금 93kg까지 증량을 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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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에는 더욱 성장한 모습을


다음 목표는 팀의 주축 선수가 되고 더 나은 농구선수가 되는 것으로 설정하고 이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이다. 이 도전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번 여름이 그 목표를 이루는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걸 알고 있다. 그리고 더 나은 도약을 할 준비를 마쳤다. 비시즌인 지금은 한국에 들어와 NCAA 농구선수 출신의 제프리 마든에게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받고 있고, 곧 몬스터짐의 트레이닝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LA에 한 달간 머무르면서 집중 트레이닝을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에도 나의 발전을 위한 계획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거칠고 힘든 여정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줬다고 확신한다. 이것은 비단 농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청년 ‘이주한’이 더 나아지는 데에 값진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 앞에 펼쳐진 무모한 도전들을 잘 해나갈 것이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더 나아지는 선수가 된다면 내 인생 또한 성공적인 인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 사진: 이주한 선수 제공
편집: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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