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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바야흐로 피트니스 춘추전국시대다. 많은 운동 정보와 많은 선수들, 많은 단체까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분명 덩치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내실까지 과연 튼튼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일단 대답을 ‘YES’라고 서슴없이 말하기에는 여러 부분에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1996년부터 운동을 해온 은둔고수 김일환은 과거 국내 피트니스의 올드스쿨 세대부터 현재 시장의 빠른 트렌드 변화까지 모두 경험한 산증인 중 한명이다. 선수로서는 3년차에 불과하지만 21년 동안 쇠질을 멈추지 않으며 영양학부터 피트니스 업계 전반까지 피트니스 시장을 뚝심 있게 지켜봐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은 변화의 흐름과 함께 이 시장의 개선점까지 경청할만한 내용이 많았다.

오는 9월 9일 영등포 문래동 대선제분에서 펼쳐지는 ‘2017 몬스터짐 올스타클래식’에서 클래식피지크 종목에 출전하는 김일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도움이 되는 조언도,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조금은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자세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김일환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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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
이번에 몬스터짐 올스타클래식에서 클래식피지크 종목에 출전하는 김일환이다. 만나서 반갑다.

올스타클래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평소랑 똑같다. 시합 준비 하면서 트레이닝 하고 레슨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이번에 올스타클래식에도 출전하지만 최근 다른 대회에서도 성적이 굉장히 좋다. 지난 피트니스스타에서도 머슬헤비 그랑프리를 차지했고.
운동 구력은 21년으로 꽤 길다. 트레이너 생활도 14년차다. 그런데 선수생활은 이제 겨우 3년차에 불과해서 날 갑툭튀나 듣보잡으로 보는 분들이 많더라(웃음).

재야의 고수 느낌이다(웃음). 운동 경력은 상당하지만 선수생활을 꽤 늦은 나이에 시작했는데.
내가 대한보디빌딩협회 심판 자격증이 있어서 대회 심사를 자주 봤다. 그런데 시합을 보다보니 ‘저 무대에 나도 한 번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더라. 사실 늦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시작해서 처음엔 부모님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어떤 걱정?
뭐,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네가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웃음). 하지만 난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름 운동 구력이 있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강하다.

그래도 그 덕분인지 3년간 선수생활 하면서 수상경력이 굉장히 좋다.
사실 방금 전 했던 이야기들을 스스로에게도 계속 하면서 세뇌를 시키곤 한다. 나에게 운동을 배우는 동생들에게도 항상 이런 마인드를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최고가 되겠다는 것보다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라’, ‘너를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말하기보다는 네가 계속 성장할 수 있으니 가능성을 스스로 닫지 말아라’고.

좋은 말이다. 나중에 물어볼 질문이었는데 벌써 대답을 줬다(웃음).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다. 운동 경력만 21년차로 굉장히 오래됐는데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솔직히 계기는 정말 유치했다. 운동을 시작한 게 1996년도였는데 그때 첫사랑이었던 여자친구가 어떤 가수를 굉장히 좋아했다. 당시에는 몸짱이라는 단어도 없을 때였는데.

그 가수가 누군가.
지금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분인데(웃음). 유승준 씨다. 이미 그때는 헤어진 상태였는데 ‘나도 저렇게 몸을 만들어야겠다’ 싶은 마음에 단순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원래 체격은 어땠나.
상당히 마르고 왜소한 체격이었다. 50kg대에 불과해서 콤플렉스도 컸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정통 보디빌딩을 하는 선배들에게 배워가며 1년 반 사이에 90kg까지 증량을 했다.

90년대 중반이면 거의 올드스쿨 세대였을 텐데.
맞다. 밥도 냉면사발로 하루에 여섯 공기씩 먹고, 지금처럼 닭가슴살을 따로 팔던 시절이 아니라서 대형마트에 따로 특수주문을 넣어가며 섭취했다. 계란도 하루에 한 판씩 먹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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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운동이나 영양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가 굉장히 부족했을 텐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아무래도 영양이다. 먹는 게 제일 힘들었다. 요즘에도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 이런 말들이 많은데 사실 나는 배엽설은 잘 안 믿는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걸 기준으로 그냥 닥치는 대로 먹고 운동했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됐다.

꺠닫게 된 점? 어떤 점이 가장 컸나.
내가 느낀 점은 무엇보다도 절대 칼로리에 포커스를 맞추면 안 된다는 거다. 영양학적인 측면에 포커스를 맞춰서 좋은 음식을 자주 먹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다. 그렇게 하니깐 자연스레 증량도 됐다. 대신 그렇게 먹은 것 이상을 날려줄 만큼의 운동량도 확보해야 몸이 드라이하게 커질 수 있다.

배엽설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영양학의 전문가는 아니라 단정 지어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트레이너 생활도 하고 선수 활동도 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볼 때, 배엽이란 건 특정 지을 수 없는 너무나 복합적인 부분이다. 중배엽 기질을 가진 선수도 중배엽형 내배엽이 있고, 내배엽형 중배엽도 있다. 분명 내배엽 체형인데 운동과 영양을 같이 해줄 경우 중배엽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체지방이 붙는 외배엽도 있다. 그래서 일단 운동을 시작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본인 몸에 영양과 운동을 투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그 안에서 또 체질이 변하는 과정을 스스로 느낄 수가 있다. 그렇게 자신의 데이터를 충분히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영양학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엿보인다. 혹시 지금의 관점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처음에 운동을 할 때는 맹목적인 근육양 증가에만 관심을 뒀다. 그런데 보디빌딩과 피트니스는 외국에서 시작된 종목이 아닌가. 외국의 영상이나 칼럼들을 꾸준히 접하면서 운동법이나 영양섭취 등 많은 부분에서 상당히 발전하고 또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무염분에 무탄수화물 이런 식으로 정말 무식할 정도로 단순하게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는 그런 극단적인 부분보다는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많이 바뀐 셈이다.

그렇다면 영양섭취에 있어서 혹시 다른 선수들과 다른 자신만의 노하우나 독특한 점이 있다면.
독특할 건 없는데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편이다. 어찌됐건 식사는 탄수화물이 주가 되지 않나. 거의 한 끼에 400~500g씩 섭취한다.

탄수화물 섭취에 꽤 관대한데.
여러 가지로 실험을 많이 했다. 평소에는 으깬 단호박과 고구마를 공기밥에 같이 비벼먹는 방식으로 복합탄수화물을 흡수한다. 그리고 단백질로 식사를 하더라도 1시간 뒤에는 꼭 내가 좋아하는 단팥빵이나 찹쌀떡도 먹고. 그렇게 추가적으로 탄수화물을 더 섭취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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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치팅도 즐겨 하는가.
물론이다. 주중에는 깨끗하게 먹지만 주말에는 치팅밀도 많이 섭취한다. 그때는 거의 1만 칼로리 정도를 먹는다.

성인 남자 하루 권장량의 거의 다섯 배에 육박한다. 프로레슬러 브록 레스너도 하루에 1만 5천 칼로리를 먹는다고 하더라(웃음).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먹은 것 이상을 날리는 거다. 주말에 이렇게 먹고 나면 평소보다도 더 강하게 운동을 해서 그날 먹은 건 무조건 태워버리는 편이다.

먹은 만큼 또 불태우는 타입이었군.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나.
나도 다들 먹는 닭가슴살이나 계란, 소고기를 이용한다. 그런데 요즘 보면 트레이너들이 시간에 쫒기다 보니 액체 형태로 많이 갈아먹는데, 이게 문제가 있다.

어떤 문제?
액체 형태의 단백질을 그냥 마시게 될 경우 위에서 흡수를 잘 못한다. 흡수율을 높이려면 무조건 씹어서 저장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위에서 효소가 분비된다. 나도 시간이 없을 땐 액체 형태로 먹는데, 그때도 일단 야채를 먼저 빨리 씹어서 먹어준 뒤 3~5분 정도가 지난 후에 닭가슴살 주스를 마신다.

영양학 측면에서 참고가 될 만한 좋은 조언이다. 그나저나 90년대부터 운동을 해왔는데 피트니스 시장의 트렌드가 지금도 빠르게 변화 중이다. 그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뒤늦게 선수생활을 시작한 건데 힘들진 않았나.
전혀.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이다. 예전보다 선수층이 훨씬 두터워졌고 선수들 레벨도 높아지다 보니 스스로도 몸을 만드는데 있어서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이번에 올스타클래식에 같이 출전하는 황철순 선수만 봐도 ‘보디빌딩에서 피트니스 세대로 바뀌고 있구나’ 같은 생각이 든다. 그분 보면 퍼포먼스도 화려하고 몸도 특이하지않나. 그런 선수가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나도 이제 저 대열에 합류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포징이나 몸을 만드는 시야도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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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그런 걸 느끼는지.
내가 이번 달부터 월간지에 칼럼을 하나씩 쓰기 시작했는데, 거기서도 언급했지만 요즘은 일반인들도 대회 참여가 많아지고 저변이 확대되면서 관점도 바뀌고 있는 추세다. 예전에는 단순히 근육양이 많고 일반인들이 봤을 때 ‘저 사람 괴물이다, 헐크다’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예쁜 괴물’을 찾는 대회가 많아졌다고 해야 하나. 단순 근육의 양으로만 승부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보더라도 ‘나도 저런 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육의 디테일이 굉장히 세련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 같다.

확실히 그렇긴 하다. 반면 이러한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 혹시 아쉬운 점도 말해줄 수 있나.
조금은 다른 부분의 이야긴데, 트렌드가 급변하고 피트니스 대회도 많이 생기고 있지만 선수들에 대한 대가가 별로 없는 게 아쉽다. 무대에 올라가면 결국 선수들은 1분 동안 몸이라는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나. 이제 앞으로 멀리 봤을 때, 기업이 개입하고 선수들도 노고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았으면 한다. 그래도 최근 대회가 늘어나고 있고 그런 날이 분명 오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 더 활성화가 돼야 한다.

대회 이야기를 하니 생각난 게 있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시장에서 많은 단체와 대회가 생겨나는 만큼 잡음도 커지고 아쉬운 점도 눈에 보이고 있다. 혹시 ‘이런 점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다면 말해줄 수 있나.
각 단체들끼리 융화되지 않는 점이 가장 아쉽다. 흔히 피트니스 춘추전국시대라고들 하지 않나. 물론 선수들이 많아졌으니 단체와 대회도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사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투자를 해야 피드백이 오니깐. 하지만 너무 많아지면서 단체끼리 서로 물고 뜯고 하는 분위기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그로 인해 가장 많이 피해를 보는 건 다름 아닌 선수들이 아닌가.
그렇다. 그로 인해 선수들 사이에서도 파벌이 생기고 그게 심사에까지 영향을 끼치니깐. 무엇보다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열심히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는 선수들이 그런 것들로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점수를 공개하는 방식도 괜찮은 것 같다. 상금제도도 많아졌으면 더욱 좋겠고.

뼈있는 한 마디 고맙다. 다가오는 2017 몬스터짐 올스타클래식에서도 좋은 무대 부탁한다.
고맙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웃음).

[사진] 김일환 선수 인스타그램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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