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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은 사소한 이유였다. 의사가 직업인 탓에 어느 정도 다이어트가 필요했고, 90kg이라는 상한선을 넘지 않기 위해 살을 빼던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우연찮은 기회에 아내와 자녀들이 모두 미국으로 건너갔고, 갑자기 기러기 아빠가 된 설경환은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해볼까?” 싶어서 본격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기러기 아빠,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그의 피트니스 입문은 이처럼 거창하거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2
사실 가족은 설경환이 운동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번 대회 출전 사실은 가족도 모른다. 비밀이다”라고 살짝 귀띔했다. 물론 이 인터뷰를 아내가 보게 된다면 언제 후폭풍이 몰아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랬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고.

#3
오는 3월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2018 몬스터짐•밸런스페스티벌 아마추어 코리아오픈’에서 설경환의 출전 체급은 남자 스포츠모델 톨(+175cm) 체급의 생애 첫 부문. 아마 부족한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최고의 몸짱 의사라는 타이틀은 생기지 않을까?

다음은 '대한민국 최강의 몸짱 의사' 설경환과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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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운동은 어떻게 시작했나.

“직업이 의사다. ‘그래도 의사니깐 체중 조절은 해야지’ 싶어서 몸무게가 90kg이 넘어갈 때마다 혼자 다이어트 해서 빼고, 또 90kg 넘어가면 다시 잠깐 해서 빼고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우연찮은 기회에 가족들이 미국을 가게 됐다. 갑자기 기러기아빠가 됐는데, 마침 체중이 또 증가하던 시기랑 겹친 거다. 이참에 제대로 운동을 해볼까 싶어 퍼스널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니 혼자 막무가내로 다이어트 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몸이 변하더라. ‘나도 이렇게 몸이 나올 수 있구나’ 싶어서 지금까지 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

ㅡ직업이 운동에 도움이 되나.

“그래도 의사다보니 해부학적인 부분에서서 이해도가 있다. 천지영 선수가 지도를 할 때 해당 운동 부위라던가 가동범위를 이야기 하면 학생 때 배웠던 해부학 기본 지식이 도움이 된다. 해당 부위에 대한 집중도 잘 되는 것 같다. 영양학적인 면도 마찬가지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같은 영양소에 관한 이야기나 다이어트에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ㅡ트레이너들도 의사를 찾나.

“가정의학과다보니 트레이너나 운동선수들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정형외과 쪽을 보면 부상으로 오는 친구들이 많다. 당연히 의사들은 그들에게 ‘운동하지 말고 쉬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되나. 선수와 트레이너들은 운동을 쉴 수가 없다. 의사 입장에서는 쉬어야만 근육이 회복되지만 운동하는 입장에서는 쉴 수가 없으니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고치려고 하니깐 딜레마가 생긴다.

ㅡ의사/운동에서 상충되는 지점은 없나.

“의사 같은 전문집단에서도 다이어트에 대한 방법론은 서로 다르다. 다이어트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트렌드도 꾸준히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유행했던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있지 않나. 그걸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한가정의학회 쪽에서는 반대 의견도 많다. 그런데 여기 운동에서 트레이너들이 말하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부분이다. 일종의 ‘업계의 룰’같은 느낌인데, 그 룰이 이 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맞는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의사다보니 영양학적으로 알고 있지만, 트레이닝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해당 전문 칼럼이나 정보들을 참고해보면 오히려 이 운동에 있어서는 기존의 접근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ㅡ가족들 반응은.

“와이프는 운동을 반대한다. ‘그냥 건강 위주로 했으면 좋겠는데’라고 한다. 대회 출전하는 것도 부정적인 편인데 지금은 이렇게 기러기 아빠라서 떨어져 있으니깐 다행히 몰래 하는 거다(웃음).”

ㅡ기사가 나가면 더이상 몰래가 아닌데.

“그만큼 성과를 좀 내서 보여주고 싶다. 사실 친척 형이 영화배우 설경구 씬데, 경구 형도 ‘참 재미없는 운동 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이렇게 대회에 출전해서 뭔가를 이룬다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ㅡ설경구 씨도 운동 하나.

“예전에 역도산 영화 찍을 때 살을 찌워야 해서 운동하면서 벌크를 키웠다. 지금은 다이어트 위주로 운동보다는 식이요법으로 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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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아마추어 코리아 오픈은 어떻게.

“다시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한 건 6개월 정도 됐는데 대회 출전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혼자 운동하다가 잘 안되고, 그래서 천지영 트레이너와 같이 운동하게 됐는데, 한 3개월 정도 했을 때 그러더라. ‘목표 없이 운동하는 것보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게 좋다’고 해서 작년 겨울부터 2018년 대회를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3월은 너무 빨라서 6월 대회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3월에 몬스터짐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가 있다고 해서 이걸 목표로 삼게 됐다.”

ㅡ지금 심정은.

“대회를 목표로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건 채 두 달이 안 되는 것 같다. 아직 몸이 부족하지만, 남은 한 달 동안 부끄럽지 않은 몸을 만들어 출전하고 싶다. 지금 최대한 운동에 집중하려고 한다.”

[사진] ⓒ몬스터짐/설경환 인스타그램
[진행] 남해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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