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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역사적인 밤이었다. 총 11개의 타이틀 중 3개의 타이틀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었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217에서 세 명의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다. 한 대회에서 여성 스트로급과 밴텀급, 미들급 챔피언이 모두 패배하며 타이틀의 주인이 하룻밤 사이에 바뀐 것이다. 

이 굵직한 변화 중 3할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파이터는 바로 TJ 딜라쇼(31, 미국)다.

딜라쇼는 지난해 1월 도미닉 크루즈(32, 미국)전에서 근소한 차이의 스플릿 판정으로 패배하며 자신의 챔피언 벨트를 헌납했다. 그리고 다시 타이틀에 도전하기까지 무려 1년 10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밴텀급의 주인도 바뀌어 있었다. 한때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으나 이제는 감정 섞인 대립과 함께 최악의 적으로 변해버린 신예 코디 가브란트(26, 미국)가 새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딜라쇼는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빠른 스피드와 영민한 경기 운영으로 기회를 제대로 포착했고, 2라운드에 가브란트를 쓰러뜨리며 자신의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그런데 경기 후에도 이들의 감정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통 파이터들은 경기 전까지 트래시토크로 열심히 분위기를 달구다가도 막상 시합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며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맞잡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그러나 딜라쇼와 가브란트(& 알파메일)의 날카로운 신경전은 경기 후에도 계속됐다.

가브란트는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더 나은 파이터다. 파이터로서 딜라쇼는 존중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고, 곧 딜라쇼와의 재경기를 요구했다.

이에 딜라쇼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딜라쇼는 가브란트를 향해 "그는 좋은 경쟁자지만 이미 나와 내 가족에게 존중심을 잃었다. 난 가브란트를 겨우 2라운드 만에 끝냈다. 당연히 그에겐 재경기 자격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UFC 217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기자들과 딜라쇼의 질의응답 중 나온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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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축하합니다 TJ. 엄청난 승리였지만 쉽지 않았어요. 1라운드 막판에 큰 걸 한방 허용했죠. 데미지가 있었나요?

딜라쇼: 제 턱을 한번 단련시켜봤죠(웃음). 당신도 알겠지만 코디는 빠르고 레그킥 타이밍에 항상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저는 킥 셋업을 준비했지만 그가 모조리 빠져나갔고, 저는 더 많은 셋업을 했죠. 그러다가 2라운드에 변화를 줬습니다. 전 코디의 오른 손이 위험하다는 걸 알거든요.

Q. 2라운드에 돌입했을 때 가브란트가 뭐라고 말하고 춤추면서 당신을 도발했었는데요.

딜라쇼: 그의 게임플랜은 절 감정적으로 만들어서 제가 기술적인 부분을 잊고 맞불을 놓도록 만든 후에 절 잡으려고 했을 거예요. 코디는 빠르고 카운터를 좋아합니다. 그의 게임에 말려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굉장히 공격적인 타입인데, 아마 그들은 이런 부분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했을 거예요. 이게 바로 제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유입니다. 킥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꽤 오래 기다리면서 그의 파워 거리를 벗어나려고 했죠.

Q. 경기가 끝나고 플라이급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아래 체급으로 내려가려면 라이프스타일을 비롯해 많은 것을 바꿔야 할 텐데요?

딜라쇼: 사실 전 135파운드에서도 큰 체격이 아니에요. 평체는 150파운드 근처긴 하지만 영양을 섭취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다이어트 상태를 유지합니다. 지난 TUF 이후로 새 코치와 함께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적용하고 있어요. 제가 만약 125파운드로 가더라도 몸을 잘 만들 겁니다. 이게 바로 제가 (125파운드에서 존슨과 경기하길) 원하는 거고요. 라이프스타일도 바뀝니다. 오는 12월 28일에 아이가 태어나거든요. 그동안 아내가 절 도왔으니 이번엔 제가 아내를 도울 차례죠(웃음).

Q. 이 경기가 열리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특히 과거 훈련 중에 넉아웃 되는 장면을 (가브란트가) 공개하기도 했고요. 어떤 느낌이었나요?

딜라쇼: 저는 절대 체육관 안에서 일어난 일까지 굳이 가져오지 않아요. 가브란트는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도 절 향해 큰소리를 치면서 당장에라도 싸울 기세였죠. 하지만 이건 멘탈 싸움이에요. 크루즈전의 패배로부터 얻은 게 몇 가지 있는데, 제가 싸울 때 굉장히 감정적인 상태가 된다는 거였어요. 만약 제가 크루즈와 싸울 때 냉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 거의 4~5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을 텐데 하고요. 그 경기로부터 (냉정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고, 크루즈전 이후 가진 두 번의 경기에서 전보다 덜 공격적으로 운영하며 제 시간을 가졌죠.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Q. 분명 승리를 하고 벨트를 얻었으니 좋으시겠지만, 승리했을 때 할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좋아 보이지 않을까요?

딜라쇼: 항상 터프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말하는 것까지 그렇진 않아요. 트래시토크로 자신감을 꾸며내기는 싫습니다. 그저 코를 땅에 박은 채 미친 듯이, 또 오래 훈련할 뿐이죠. 열심히 훈련만 한다면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Q. 당신은 경기가 끝나고 마이티 마우스를 콜했지만 코디는 지금 기자회견에서 (당신과의) 리매치를 원한다고 했어요.

딜라쇼: 전 그를 고작 2라운드에 끝내버렸어요. 가브란트는 재경기를 받을 자격이 없죠. 알다시피 가브란트는 이 스포츠에서 신인에 가깝잖아요. 돌아오려면 더 많이 일을 해야죠. 전 크루즈와의 경기에서 스스로는 이겼다고 생각한 게임을 굉장히 근소한 스플릿 판정으로 내줬습니다. 그리고 타이틀전을 다시 갖기까지 일년 반,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돌아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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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 대회에 세 타이틀이 모두 바뀐 건 처음입니다.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딜라쇼: 대박이었죠.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굉장히 역사적인 경기장이고 그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영원히 기억될 테니까요. 좋습니다.

Q. 경기 중 관객들로부터 'TJ 꺼져라(F.xxx you TJ)'라는 챈트가 나왔습니다. 

딜라쇼: 네 저도 들었죠. 하하(웃음).

Q. 충격을 받진 않았나요?

딜라쇼: 딱히 충격을 받진 않았어요. 이번 캠프에서 굉장히 터프하게 단련됐거든요. 전 빌런이었고 또 악역이었으니까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 감정적으로 빠져들어선 안되겠죠. 

Q. 코디가 당신을 운동선수(athlete)로서는 존중하지만 파이터(fighter)로서는 아니라고 했죠. 당신은 가브란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딜라쇼: 그를 파이터로서 존중합니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은 없어요. 트래시토크를 일삼고 제 이름을 폄하하려 했던 것 같은 비난들은 인정할 수 없죠. 훌륭한 경쟁자로서의 코디는 존경하고, 분명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저와 제 가족으로부터 많은 리스펙트를 잃었어요. 

Q. 코디를 꺾은 것과 벨트를 되찾은 것, 둘 중 무엇이 당신에게 더 컸을까요?

딜라쇼: 벨트를 되찾아온 거요. 만약 가브란트를 꺾는 것에 집착했다면 싸움도 굉장히 감정적이 됐을 거예요. 그래서 프로페셔널한 수준을 유지했던 거죠. 전 제 것을 올바로 되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크루즈와의 경기에서 제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Q. 경기 후 드미트리우스 존슨을 불렀죠. 하지만 만약 그가 수락하지 않는다면 다음 경기 상대는 누구로 예상하시나요?

딜라쇼: 도미닉 크루즈와 지미 리베라전의 승자를 곧 볼 수 있겠죠. 굉장히 거친 경기가 될 겁니다. 하지만 존슨은 이제 도망갈 수 없어요. (최다방어) 기록을 깼잖아요. 이제 돈을 좀 때가 된 겁니다. 그동안 일곱 자리 숫자 대전료의 경기를 원했던 게 존슨 본인이었고, 이제 그 다음 스텝을 밟아야죠. 존슨은 굉장히 영리한 파이터입니다. 코치도 그렇고요. 저에게도 상당히 힘든 싸움이 되겠죠.

Q. 경기가 끝나고 가브란트와 루드윅 사이에 조금 소동이 있었잖아요. 무슨 일이었나요?

딜라쇼: 루드윅이 아니라 제 동생이었습니다. 경기 때 제 코너에 있었는데 (가브란트가 그동안) 저와 제 친구들을 비난해온 것에 대해 화를 냈어요. 그는 누구보다도 저를 사랑하지만 또 감정적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경기가 끝나자 '어쩌라고(what)' 한 마디를 던졌죠. 아시다시피 코디가 또 불 같은 성격이거든요. 

[사진] ⓒZuffa, LL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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