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클래식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시상식을 모두 마치고 이번 대회의 소감을 밝히던 김준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1988년 최연소 미스터코리아 등극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보디빌딩 역사와 함께 걸어온 전설도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대회를 만들 때의 부담감은 상당했을 터였다. 하지만 김준호는 이번 4회 대회도 멋지게 치러냈다. 올해 김준호 클래식은 피트니스 인들에게 어떤 것을 남겼을까?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 비키니 부문을 그만둘까 생각을 했는데, 김준호 클래식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어요. 김준호 클래식은 저에게 고마운 존재에요” (성하늘, 2018년 김준호 클래식 비키니 그랑프리)

[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김준호 클래식은 2016년 처음으로 무대를 만들 때부터 한 가지의 원칙을 세웠다. 바로 ‘선수의, 선수에 의한, 선수를 위한’ 대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97년,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세계대회를 돌아다닌 끝에 내린 김준호의 결론이었다.

곧바로 선수를 위한 대회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고, 대한민국 최초로 경기인 이름을 딴 보디빌딩 대회인 김준호 클래식이 만들어졌다. 김준호 클래식은 철저한 선수 중심대회다. 선수들이 편하게 대회를 준비할 수 있게 선수 대기실에는 선수외의 사람들은 출입이 불가하다.

그리고 대회장의 밖에는 김준호를 오랫동안 후원하고 있는 뉴텍의 머신들이 선수들의 대회 준비와 펌핑을 돕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은 기구를 통해 자신의 한계치를 끝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고, 대회의 질은 한층 더 높아진다.

그러다보니 김준호 클래식에서는 드라마틱한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깜짝 스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로 2016년의 1회 대회에서 서리나는 우연한 기회에 김준호 클래식에 나섰다가 동영상 하나로 스타가 된 경우에 속한다. 영상은 조회수 300만을 넘었고, 서리나는 전문 프로모델로서의 진화에 추진력을 심게 해준 것이 바로 김준호 클래식이었다. 서리나 역시 “김준호 클래식은 고마운 무대다. 그 무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에도 드라마틱한 무대의 주인공들이 탄생했다. 바로 보디빌딩 그랑프리를 차지한 송정인, 비키니 그랑프리를 차지한 성하늘, 스포츠모델 그랑프리를 차지한 양우진, 피지크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김민수다.

 

<2018년 김준호 클래식 보디빌딩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송정인(1번)이 환호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박재완(35번)이 축하해주고 있다>


먼저 송정인은 이미 보디빌딩을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보디빌딩계의 대선배라고 할 수 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체전 금메달 4연패를 일궈낸 데 이어 2007년과 2009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대단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1969년 생, 우리나이로 어느 덧 지천명을 앞둔 나이였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몸관리를 하기엔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송정인은 침체되어있는 보디빌딩 시장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까마득한 후배들과의 정면승부를 택했다. 이미 시즌과 비시즌을 가리지 않는 수도승과도 같은 삶을 살았기에 그에게 남은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송정인은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김준호 클래식 그랑프리 트로피를 손에 들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송정인은 감격에 찬 박수와 함께 같이 싸움을 펼친 동료들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송정인은 수상 소감에 대해 “보디빌딩을 20년 해오면서 많은 대회에 나갔다. 이제는 나이도 적지 않지만,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 기쁘고, 지금 침체된 머슬 시장을 다시 한번 일으켜 보고싶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2018년 김준호 클래식 비키니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성하늘(125번) 2위 이윤지(114번) 3위 김은정(120번)>

 


비키니 그랑프리를 차지한 성하늘은 스토리는 더욱 극적이다. 본래 스포츠모델을 하던 성하늘은 더욱 큰 도전을 하겠다는 결심을 품고 비키니로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오히려 스포츠모델을 했을 때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슬럼프가 찾아온 것이었다.

비키니를 그만하고 스포츠모델로 돌아갈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김준호 클래식에서 마지막 도전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 어느 때보다 독한 트레이닝에 돌입했고, 김준호 클래식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폭발시켰다.

큰 키가 단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오히려 몸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플러스 요인이 되었고 당당히 비키니 부문 체급 1위를 차지했다. 그랑프리 결정전에서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당당하게 자신만의 포징을 펼쳐나갔고, 끝내 꿈에 그리던 그랑프리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다.

우승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성하늘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성하늘을 짓누르고 있던 부담감과 좌절감이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김준호 클래식을 계기로 성하늘은 스포츠모델과 비키니를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로 진화했다.

성하늘은 “대회에 오래 나간 것에 비해 비키니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정말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포기하기 전에 나온 마지막 대회에서 이렇게 상을 타니 너무 기쁘다. 이 대회 우승을 위해 머리까지 짧게 잘랐는데 이제야 효과를 본 것 같다.”라며 웃어보였다.

<2018년 김준호 클래식 피지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민수(92번) >


피지크 부문에서는 올해 최고의 신인 피지크 선수로 떠오른 김민수의 거침없는 성장세를 볼 수 있었던 대회였다.

특전사 출신으로 2월 말에 전역한 김민수는 전역을 한지 한달 남짓되어 출전한 2018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에서 피지크 오버롤을 차지하며 혜성과도 같은 등장을 알렸다.

이후 본격 피트니스 선수 양성 프로그램 ‘몬스터짐 보디빌딩 스쿨’에 당당히 합격해 ‘TEAM 강경원’의 일원이 된 김민수는 멘토들의 조언 속에 더욱 일취월장해져 2018 피트니스스타 피지크 루키 톨 부문에서 1위, 2018 슈퍼핏클래식 노비스 피지크 부문에서 오버롤을 차지한 데 이어 올 시즌 가장 치열했던 김준호 클래식 피지크 부문 그랑프리의 주인공이 되며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의 피지크를 평정할 수 있을 정도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민수는 “정말 운이 좋게도 오버롤을 차지했다. 정말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다음주 중국에서 있는 아마추어 올림피아도 잘 마무리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2018년 김준호 클래식 스포츠모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양우진(23번) 2위 배승우(1번) 3위 안세원(7번) >


남자 스포츠모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양우진의 사연 역시 드라마틱하다. ‘몬스터짐 보디빌딩 스쿨’에서 김준호의 지도를 받고있는 임연식과 오는 23일 결혼을 앞둔 양우진은 아내에게 바치는 결혼 선물을 김준호 클래식 보디빌딩 그랑프리로 장식하며 행복하게 식장에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양우진은 소감에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신 김준호 선생님과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은혜를 잊지 않고 더욱 큰 사람이 되어서 김준호 클래식이라는 타이틀이 더욱 자랑스럽게 빛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해보겠다.”라며 김준호 클래식에 감사를 표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대회 하지만, 김준호의 시선은 2019년 6월 9일에 향해있다. 바로 5회 김준호 클래식이 열리는 날이다. 김준호는 “이미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풍성한 대회를 이룰 수 있게 더 많이 뛰어다니겠다.”라며 김준호 클래식의 발전을 노래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개척 드라이브를 힘차게 걸 예정인 김준호 클래식, 과연 김준호 클래식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할 수 있을까? ‘레전드’ 김준호의 퍼포먼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몬스터짐 DB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