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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무게는 남다르다. 그리고 그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졌을 때, 인간은 자기 자신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목표를 달성하곤 한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전지원 선수는 이처럼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막중한 무게감이 때로는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때도 있다. 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응원하는 아들의 천진난만한 미소에서 오히려 더 큰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바로 그녀가 밝힌 삶의 원동력이자 자극제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들이기도 했다.

오는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올림피아 무대에 비키니 모델서치 부문에 출전하는 전지원 선수를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PPT 체대입시 퍼스널트레이닝’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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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올림피아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먼저 소개를 부탁한다.
부산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36세 전지원이다. 만나서 반갑다.

올해 국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먼저 축하를 건넨다.
고맙다. 하지만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들이 있어서 이런 인사를 받아도 될까 모르겠다(웃음).

아니다. 슈퍼링크 시즌2 NICA 대회에서 비록 오버롤 챔피언 경쟁에서는 김사라에게 1위를 내줬지만 체급 1위를 차지했고, 홍콩 아놀드클래식 아시아 비키니 마스터즈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 NICA 시합 때 그랬다. 사실 그 전에 NFC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때도 김사라 선수를 만났다. 그 때도 NICA 때와 똑같이 오버롤 챔피언에서 경쟁했었다(웃음).

엄청난 인연이다. 김사라와의 오버롤 챔피언 경쟁 당시 느낌은 어땠나. 
솔직히 NFC 대회에서 맨 처음 만났을 때는 워낙 키도 크고 슈퍼모델 경력도 있다 보니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조금 났다. 그런데 오히려 김사라 선수가 먼저 말을 걸어줬다. 막상 이야기해보니 통하는 게 많더라.

어떤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나.
서로 같은 아기엄마의 입장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동시에 대회를 준비하다보니 서로 힘든 점이나 통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오버롤 챔피언 경쟁에서는 손을 꽉 잡은 채 서로 응원하면서 마지막 발표까지 기다렸다. 첫인상은 약간은 차갑다고 느꼈었는데, 직접 대화를 해보니 너무나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아마 같은 육아의 고충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친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웃음).

그런데 이번에 올림피아 대회에는 같이 출전하지 못하게 됐는데.
최근 대회를 앞두고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대회도 같이 손 꼭 잡고 출전하고 싶었는데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정말 아쉽다.

체급 1위를 차지했던 지난 슈퍼링크 시즌2 NICA 대회는 독특하게 가평에 위치한 메종드발리에서 진행됐다. 풀장에 설치한 특설무대에서 대회가 진행됐는데.
사실 풀파티가 열리는 곳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그런데 대회 당시는 공사가 모두 다 끝난 상태가 아니였고, 게다가 야외무대다보니 굉장히 더웠다. 땀도 흐르고 탄도 다 지워지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걸 느낀 대회였다.

어떤 부분에서?
사실 우리야 땀이 난다고 해도 다들 비키니를 입고 있으니 괜찮은데, 문제는 심사위원들이었다. 심사를 보는데 모두 땀에 젖으셔서 힘들어하는 게 눈에 확 보이더라. 그런걸 보니 대회는 출전하는 선수 이상으로 그 뒤에서 고생하는 심사위원과 무대 스태프 등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이렇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고, 또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래도 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홍콩에서 열린 아놀드클래식에도 출전할 수 있었다.
맞다. 내가 부산에 거주 중이라 사실 가평에서 열리는 대회는 거리거 너무 멀어서 출전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아놀드클래식 출전권이 걸려있어서 과감하게 도전했는데, 다행히 운이 좋았는지 좋은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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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웃음). 결국 그렇게 출전한 홍콩 아놀드클래식 아시아 비키니마스터즈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지 않았나. 당시 느낌은 어땠나.
확실히 국내 시합과 국외 시합에서 느끼는 차이점이 꽤 크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전하다보니 무대 위에서 부끄럽지 않게 보여야 하고, 그로 인한 중압감과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막상 시합을 가보니 외국 선수들이 대부분 무대 뒤에서 서로 인사도 나누고 웃고 떠들며 말 그대로 대회를 즐기고 있더라. 신선한 광경이었다. 

어쨌든 올 여름 이후로 굉장히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점이 기폭제가 되었나.
기폭제라기 보단 기간의 문제인 것 같다. 다이어트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해야 효과가 있는데, 5월에 대구에서 열린 BK오픈바디 클래식 때는 체급 6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전반기를 보냈는데 점차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몸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며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

경력이 짧지 않은 편인데 처음에는 어떤 종목으로 운동을 시작했나.
사실 선수생활 이전에는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내가 천식도 있었고 워낙 몸이 약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수영으로 시작해서 요가로 넘어갔는데, 한 번은 피트니스 센터에 요가 강의를 나갔다가 보디빌딩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서 시작하게 됐다(웃음).

정말 순순히 보디빌딩 선수가 됐다(웃음).
원체 내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게 2009년에 부산시장배 대회를 시작으로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는데, 49kg급 첫 출전에서 체급 1위를 기록했다. 운이 좋았다.

비키니 피트니스 쪽은 언제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나.
2014년도에 열린 ISMC 머슬바디코리아 선발대회였다. 그 때 비키니 선수로 처음 출전하여 체급 2위를 기록했고 지금에 이르게 됐다.

보디빌딩에서 비키니 피트니스로 넘어가면서 운동 루틴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보디빌딩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하체 운동에 많이 투자를 했다. 힙이랑 어깨의 디테일이 부족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했는데, 비키니 선수는 또 잘록한 허리가 생명 아닌가. 그러다보니 국내 대회 기준에서 보면 내 근육량은 조금 과도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게 또 반대로 해외기준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가 있더라.

지난 홍콩 아놀드클래식에서도 그런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가.
그렇다. 확실히 서양 선수들이 넓은 등과 잘록한 허리를 가지고 있는데 어깨도 굉장히 좋더라. 그걸 옆에서 지켜본 나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됐다. 동기부여도 커졌고.

어쨌든 이제 오는 17에일 올림피아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현재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점은.
신경을 쓰기보다는 내 특징이기도 한데, 난 시즌 때마다 동일한 식단을 구성하는 편이 아니다. 계속 나에게 맞는 쪽으로 틈틈이 바꾸고 있는데, 보통 선수들의 식단과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식단 구성에 있어서 어떤 점이 다른가.
일단 고구마를 잘 먹지 않는다. 나에게 잘 맞지 않는 음식이다. 먹다보면 가스가 차면서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고구마 대신 단호박을 주로 섭취한다. 그리고 남들이 보면 뭐라 할 지도 모르겠지만, 탄수화물도 너무 극단적으로 참으면 어느 한 순간에 폭발하기 때문에  빵이나 떡도 종종 먹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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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운동 루틴도 그렇지만 식단도 개인차가 크다.
그렇다. 예전에는 그저 사부님께 전수받은 대로 운동 루틴, 식단 등을 그대로 가져갔다. 그런데 내 스스로를 봤을 때도 개인마다 맞는 음식이 있고, 운동법이 다 다르다. 영양학을 공부하면서 결국 내 몸에 맞는 식단을 구성했다. 그렇게 식단을 바꿔가면서 조금씩 몸의 반응을 지켜보는 편이다. 

좋은 철학이다. 그나저나 SNS를 보면 아들바보라고 할 정도로 애정이 큰데, 이번 올림피아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지라 장시간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사실 보통 엄마들과 다르게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가장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엄마 역할도 해야한다. 다행히 친정 어머니가 도와주셔서 이렇게 해외 대회 출전할 여건이 된다. 만약 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회 출전은커녕 이 운동 자체를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육아에서 손을 뗄 수는 없지 않나.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하루종일 어머니께 아이를 맡기는 게 미안해서 대신 저녁에 일찍 온다. 하지만 그만큼 운동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또 잠을 최대한 줄여가면서 새벽에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한다. 이 부분이 아무래도 조금 힘들다. 그런데 그렇게 출근을 하면 나 말고도 이른 시간부터 센터에 나와서 운동하며 수업을 받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덕분에 또 자극받고 힘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된다(웃음).

혹시 운동하는 엄마를 아들이 싫어하진 않나.
한 번은 아이가 다섯 살 때 유치원을 가기 싫다고 한 적이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엄마랑 더 놀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더라.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도 놀고 싶지만 엄마 일도 중요하고, 그 일을 해야 맛있는 밥도 먹고 장난감도 사줄 수 있어요’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걸 잘 알아듣더라. 그래서 이제는 일하러 간다고 하면 ‘엄마 일 잘 하고 와’라고 대답한다(웃음).

금방 철이 들었다(웃음).
심지어 내가 집에 있을 땐 컨디션도 체크해준다. 머리 만져보고 열이 나면 부채질도 해주고, 다리도 주물러주고(웃음). 사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아들의 모습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용기가 난다. 내가 열심히 살아야 우리 아이도 더 올바르게 자라지 않겠나.

아이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그나저나 올해 대회는 모두 윤곽이 잡혔는데 내년에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사실 부담감도 꽤 크다. 물론 지금 이 자리가 좋은 자리인 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내년에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마음 같아선 모든 대회에 다 출전하고 싶지만,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큼 무조건 모두 출전하는 게 또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일단 지금은 대보협 주관의 큰 시합들이나 국가대표 선발전 등 좋은 기회들은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그래도 일단은 다가오는 올림피아 무대가 중요할 것 같다(웃음). 출전을 앞두고 시합에 대한 각오를 한마디 부탁한다면.
물론 국내시합에서도 많은 것들을 배우지만, 국외에서 열리는 큰 무대는 정말 한 번만 서봐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어떤 결과를 낳기 보다는 이처럼 확실히 무언가를 배워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출전하고자 한다. 진부한 이야기겠지만, 결국 이 운동도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한다. 그리고 일단은 모델서치 부문이니깐 마음껏 즐기고 오겠다(웃음).

[사진] 최웅재 작가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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