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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 “IFBB 프로가 되는 순간 저의 꿈이 비로소 이루어졌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운동을 해왔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미국의 NPC 피규어 쇼에서 3위에 입상해 IFBB 프로카드를 획득한 미국의 여성 빌더 틸라 톰슨이 남긴 소감이다.

야구의 메이저리그, 축구의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와 같은 빅리그, 미식축구의 NFL, 격투기의 UFC 등 각 종목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가 있기 마련이다.

최고의 몸을 꿈꾸는 보디빌더들에게도 물론 오르고 싶은 꿈의 무대가 있다. 바로 IFBB(International Federation of Bodybuilding and Fitness) 프로 리그다.

IFBB 프로라는 이름은 최고의 보디빌더들에게만 붙는 영예중의 영예다. 세계최고의 보디빌더이자 퍼포먼스의 제왕 카이 그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연속 우승을 넘어선 새로운 보디빌딩의 제왕 필 히스, 한국의 레전드 보디빌더 김준호 강경원까지 모두 IFBB 프로카드를 획득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고의 보디빌더들이다. 프로의 이름이 된 그들에게는 명예와 부가 함께 따라다닌다. 


카이 그린은 세계 각국의 보디빌딩 대회에 찬조출연해 그의 퍼포먼스를 만방에 떨치고 있으며, 강경원과 김준호는 대한민국 보디빌딩의 전설로 많은 후배선수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피트니스 관련 사업을 시작해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많은 수입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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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보디빌더 필 히스, 카이 그린, 데니스 울프, 프로가 되면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


■ 아름답고 찬란한, 하지만 멀고도 험한 ‘프로의 길‘

하지만, 이러한 영광의 이면엔 피를 뽑고 뼈를 깎아내는 노력이 숨어 있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IFBB 프로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선수들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세계대회에서 3위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지만 프로카드가 발급되는 만큼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선수들이 이 프로카드를 획득하기라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까웠다.

이러한 이유에는 IFBB의 까다로운 규정이 한몫을 했다. IFBB 프로와 IFBB 아마추어가 연계되어 있던 시절 대한민국 선수가 IFBB 프로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국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대한보디빌딩협회가 선발한 국가대표의 자격으로 IFBB가 주관하는 국제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오버롤, 즉 통합우승을 거둬야지만 프로카드 획득이 가능하며, 다른 한가지 방법으로는 미국의 보디빌딩 대회인 NPC 대회에 나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프로카드 획득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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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올림피아 아마추어에서 우승을 차지해 프로카드를 획득한 정미현 선수


하지만, 두가지 방법에는 모두 단점이 존재했다. 첫 번째 방법의 경우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통과하는 것 만큼 엄격하며, 설령 국가대표가 되어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하더라도 기라성 같은 선수들 틈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는 힘들었다. 두 번째 방법인 NPC에 도전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NPC는 미국 내에 거주하는 선수들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회를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것은 자연히 비용적인 면이나 심리적인 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시아 선수들보다 체격조건이 우월한 서양 선수들과 싸워야 한다는 점도 가장 큰 부담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결과는 달콤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은 채 도전해야 했던 것이 기존의 IFBB 프로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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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문이 열리는 첫번째 대회, IFBB 프로리그 산마리노


■보디빌더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산마리노’

하지만, 올 9월을 기점으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IFBB 프로와 IFBB 아마추어와의 협력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이었다. IFBB 프로는 9월 성명서를 통해 “IFBB 프로카드는 IFBB 프로가 주관하는 NPC 대회와 IFBB 프로리그에서만 획득이 가능하며 여타 다른 대회에서는 획득이 불가능 하다.”는 조항을 발표했다.

사실상 IFBB 프로가 프로카드를 줄 수 있는 아마추어 대회까지 개최하겠다는 계획인 것이었다. 덧붙여 “IFBB 프로카드가 부족할 경우 그에 준하는 대회에 IFBB 프로카드를 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에게 프로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이다.

바로 이 규정이 처음 시작되는 대회가 바로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의 휴양지 산마리노에서 펼쳐지는 IFBB 프로리그 산마리노다. 2013년부터 시작된 IFBB 산마리노는 본래 산마리노 클래식이었다. 이후 2014년 산마리노 프로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올해 펼쳐지는 산마리노 프로 리그는 지난해 올림피아에서 처음 선보인 클래식 피지크 종목이 정식으로 도입되는 대회로, 올해 올림피아 클래식 피지크 우승자인 브론 앤슬리가 참가하는 것을 비롯해 클래식 피지크의 창시자로 불리는 사딕 하르조비치, 올해 올림피아 2위를 차지한 리 뱅크스 등 많은 선수들이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올림피아 아마추어 산마리노 2017‘도 펼쳐지는데 여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IFBB 프로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IFBB 프로가 주관하는 첫 번째 올림피아가 바로 이 대회인 것이다.

선수들 개인의 힘으로 프로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최초의 대회, 이 대회를 위해 기다려온 세 명의 한국인이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몬스터짐 광화문 센터에서 출정식을 가지고, 프로의 문을 향한 힘찬 출발을 알렸다. 바로 지난 9월 올스타클래식 비키니 그랑프리 부문에서 나란히 1위, 2위를 차지한 김하연과 이예린, 그리고 피지크 부문에 참가하는 박광태가 바로 그들이다.

■ 프로라는 문 앞에 선 세명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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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최종목표인 IFBB 프로카드에 도전하는 김하연


김하연은 예전부터 자신의 최종목표를 IFBB 프로카드로 정하고 있었다. 때문에 올 4월에 있었던 NPC 로스엔젤레스 그랑프리에 아시아인 홀로 출전해 오버롤을 차지하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프로카드를 획득할 수는 없었다. 본인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하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프로카드를 위해 한계단 한계단 올라갔다.

기회는 다시한번 찾아왔다. 2017년 몬스터짐 올스타클래식에서 비키니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이루어진 IFBB의 바뀐 규정까지 김하연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다시 찾아온 프로카드의 기회, 그 길목에서 김하연은 반드시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운동강도도 올스타클래식을 준비할 때에 비해 2배 이상 올리며 프로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하연은 “어떻게든 빨리 프로카드를 따고 싶다. 아시아에서도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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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올림피아의 경험을 살려 프로카드를 획득하려는 이예린


김하연과 함께 출전하는 이예린은 이미 2~3년 전부터 피트니스 관계자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져 있던 선수였다. 2015년 미국에서 열렸던 미스터 올림피아 2015에서 환상적인 밸런스로 국내 피트니스 팬들을 매료시킨 이예린은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차이나 핏에서 중국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낸데 이어, 올해 올스타클래식에서도 최고의 몸 상태로 많은 피트니스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런 그녀에게 프로카드라는 것은 최종목표다. 올림피아 이후 2년의 시간동안 이예린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이번 대회가 그동안 갈고닦은 진가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이예린은 올스타클래식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욱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이야기한다. 각오는 비장하다. 힘든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한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미 식단면에서 시즌과 비시즌의 경계를 없앴다고 이야기하는 이예린의 모습에서 프로카드를 향한 그녀의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 엿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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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디빌딩의 전설 김준호의 수제자 박광태, 스승과 제자 동반 프로카드를 노린다.

세 선수 가운데 유일한 청일점인 박광태는 이미 IFBB 프로를 획득한 ‘한국 보디빌딩의 전설’ 김준호의 제자다. 박광태는 이번 산마리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스승과 같이 프로라는 이름으로 세계무대를 누비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내보였다.

전세계 보디빌더들의 꿈의 무대라는 IFBB 프로, 그 길을 향해 전진하는 세 명의 한국인, 과연 그들에게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22일 산마리노에서 그들의 미래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황채원 PD, IFBB Pro, 몬스터짐 DB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