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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 스포츠는 종목을 불문하고 스타일과 스타일의 대결이라는 측면으로 논할 수 있다. 영국에는 롱볼 있고 이탈리아는 빗장, 50년대 토트넘의 푸시 앤 런, 70년대 아약스는 토탈 풋볼, 21세기 초입부의 티키타카까지 이러한 스타일간의 교차와 충돌이 축구라는 스포츠의 색채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개인 종목인 복싱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스타일의 두 선수가 링을 함께 쓰느냐에 따라 경기의 양상은 천차만별이 된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퍼넬 휘테커가 시대를 뛰어넘어 절정기의 상태로 만나게 된다면 극소수의 마니아들에겐 축복일 것이며, 불면증 치료제의 매출이 전세계적으로 급감할 것으로 짐작된다. 메이웨더의 오른손잡이 방어가 쉴틈 없이 작렬하고, 사우스포 휘테커가 폭발적인 수비를 잇달아 퍼부을 테니 여기에는 더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는 어떤 경기가 있을까. 마이크 타이슨을 향했던 조지 포먼의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던 짝사랑이 뇌리에 클린히트 된 올드 팬들이 얼마나 많을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거의 전부일 게 뻔하니까.

두 선수가 지금 현역이며 타이슨은 절정기, 포먼은 예수 안에서 새사람이 된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치고 이 경기가 올 연말에 성사된다면, 그리고 티켓과 PPV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복싱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도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파괴력의 정상회담만이 급선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힘과 기술이 만나는 체급대에서 두 명의 초특급 공격수가 티키타카와 빗장과 롱볼, 압박과 점유, 세트피스와 고처차, 오버플랩을 총동원해 벌일 월드컵 복싱 결승전을 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건 오는 일요일에 실제로 벌어질 일이며 국내에서도 생중계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일단 전반적으로는 골로프킨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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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로프킨의 맞받아치기 잽

잽에는 다양한 용도가 있다. 거리 측정을 위한 스킬이면서 목표로부터 가까운 주먹을 반동을 억제한 형태의 직사로 뻗어 최단 시간 안에 적중시키는 가장 컴팩트한 공격이다. 상대의 펀치가 나오는 순간 동시에 뻗는 맞받아치기로, 또는 상대의 공격보다 늦게 발동하지만 먼저 목표를 타격하는 카운터 테크닉이기도 하다.

다양한 컴비네이션이 잽을 기점으로 조립되기도 하거니와 헌즈를 위시해 크롱크 짐 선수들, 그리고 클리츠코 처럼 에마누엘 스튜어드에게 히트맨 스타일을 전수받은 장신의 파이터들은 잽을 내고 잠시 거두지 않은 채 손을 펼쳐 시야를 방해하기도 하고, 상대의 목이나 어깨 등에 외력을 가해 펀칭 메커니즘을 교란시키는 방식으로 상대의 카운터 리듬을 뭉개버린 뒤 역카운터 라이트를 꽂아 넣기도 한다. 타이슨은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목적으로, 알리는 거리를 벌리거나 유지하기 위한 잽을 사용했고 이노우에 나오야의 송곳처럼 발사되며 스프링이라도 달린 것처럼 회수 되는 잽은 상대의 리듬을 토막 낼 수 있다. 바디잽은 소극적인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침의 역할을 한다. 

골로프킨의 잽은 기본적으로 매우 높은 스킬 레벨을 자랑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복싱은 국가주의와 따로 떼어 설명하기 힘들다. 도그마화된 조국의 명예로부터 발현되는 지배력이 가장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는 종목은 역시 고통에 대한 저항성이 재능의 개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복싱이라 할 수 있고, 철혈의 엘리트 시스템을 통해 선수들에게는 초고도의 기본기가 장착된다. 체급과 체형여하를 막론하고 그 모든 선수들이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여 날을 세우는 기술은 잽이다. 아마추어에서 골로프킨은 아시아 선수권 금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선수권 금메달, 올림픽 은메달을 수집했다. 

골로프킨의 잽의 경우 다 좋지만 특히 상대의 잽타이밍을 노리고 내는 맞받아치기로의 기능성이 매우 탁월하다. 상대의 무릎을 꺾는 일이 드물지 않고 간혹 주저앉히기까지 하는 골로프킨의 맞받아치는 잽은 타격효과에다 그것의 맛을 본 상대가 이후 잽을 내는데 부담을 느끼게 만들면서 전체 경기구조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효과가 있다. 테크닉 레벨이 높은 상대와 싸울 때 잽을 내기 힘들어지고도 문제가 없다면 복싱에서 잽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겔 코토는 알바레즈와의 경기에서 아웃 복싱을 선택했다.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고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그러나 코토의 입장에서 그나마 괜찮았던 단 한가지를 꼽자면 잽이었다. 전체 펀치 적중 면에서 129대 155로 알바레즈 근소 우위, 파워펀치에서는 75대 118로 알바레즈의 확고한 우위가 기록됐다. 하지만 잽은 54대 27로 코토가 상당한 차이로 앞섰다. 적중률 면에서는 물론 14% 대 20%로 알바레즈가 앞섰지만, 코토가 잽을 워낙 전면에 내세우는 플레이를 했다. 

미겔 코토의 신장은 170cm로 리치도 170cm다. 코토는 원래 왼손잡이지만 오소독스 스탠스로 싸우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잽의 무게가 상당하다. 골로프킨은 신장 179cm에 리치 178cm로 현역 중 가장 많은 잽을 내는 선수다. 코토의 것에 비해 레인지도 길고 스킬 레벨도 높고 매우 무거운 잽에 알바레즈의 안면이 노출되면 코토전에서 입었던 것과는 비교가 힘든 상처를 떠안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코토의 오른손은 본인의 주포가 아니었다. 그러나 골로프킨의 오른쪽에서는 언제든지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강력한 여러 가지가 나온다. 특히 상대의 잽 아래로 침투하는 어퍼컷 카운터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다. 골로프킨은 잽을 오버핸드로 덮어씌운 채 보이게 카운터를 하는 건 선호하지 않는다. 그걸로는 힘을 들여 쳐도 잘 안 떨어지지만 안 보이게 숨긴 어퍼는 힘을 빼고 쳐도 무릎이 쉽게 꺾이기 때문이다.

알바레즈는 코토의 잽을 여러 차레 카운터 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잽을 본인의 얼굴 왼편으로 흘려 보내도록 슬립 시키고 즉각 라이트 스트레이트로 반격했던 게 대표적인 장면인데, 본인보다 키가 작고 리치도 짧은 코토를 상대로 할 때에 비해 골로프킨의 잽을 카운터 하는 것에는 보다 더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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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로프킨의 압력

알바레즈는 제임스 커크랜드와 리암 스미스를 상대로 싸울 때 상대의 압력에 밀려 로프를 등지거나 코너에 몰라는 그림을 몇 차례 보여주었다. 두 선수 모두 알바레즈보다 사이즈가 상당히 큰 선수들이었다. 주니어 미들급에서 벌어진 두 경기 도중 알바레즈는 구석에 몰린 채 상대의 컴비네이션을 깊은 커버링으로 받아냈는데, 골로프킨은 두 선수보다 더 크고 훨씬 정확하며 비교가 안될 만큼 강력한 펀치력과 스킬세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알바레즈는 두 선수의 공세 속에서 치명타를 적중시킬 찬스를 찾아냈다. 즉 그것이 어느 정도 의도적인 수세였고 상대가 강공으로 나오기를 유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이건 등에 로프가 닿은 상태에서 정면에 골로프킨이 있는 그림은 알바레즈에게 전혀 좋을 일이 없다. 알바레즈는 물론 올 5월 골로프킨 보다 더 높고 무거운 차베즈 주니어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었다. 골로프킨을 상대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매치업이었는데, 차베즈는 알바레즈를 로프까지 몰고 가기는 했지만 공격이 너무 나오지 않았다. 차베즈 주니어의 전략이 도대체 무엇이었을 지가 너무나 궁금해지던 장면이 계속 반복되면서 알바레즈는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골로프킨은 절대 차베즈처럼 소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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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레즈의 컴비네이션과 오픈 블로우

알바레즈의 발놀림은 정상급 선수치고 굉장히 정적인 편에 속한다. 복싱에서 발을 움직이는 속도, 스텝의 템포, 기동과 공방의 리듬은 극도로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핵심은 골반과 고관절, 무릎, 발목, 발앞축, 엄지발가락 등을 어떻게 쓰느냐가 된다.

알바레즈가 컴비네이션을 고속으로 돌릴 때, 혹은 단발로 가벼운 잽을 돌릴 때도 골반의 회전은 대단히 멋지게 이루어지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골반이 리듬에 맞춰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레프트가 나가고 회전방향이 바뀌며 라이트가 나가기 때문에 주먹이 팔의 스윙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속도까지 가속이 되고 이 속도가 펀치력의 근원이다. 골반의 회전 방향이 바뀌는 순간 나갔던 펀치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반대 방향으로의 회전 동안 주먹이 회수되고 재장전 되며, 다음 회전방향 전환 때 컴비네이션의 다음 파트가 나가는 것이다. 이 사이에는 물론 페인트와 더블업이 섞여 들어간다. 알바레즈가 보여주었던 가장 흥미로운 컴비네이션 조립은 앙굴로전 4라운드 38초 지점에서 나왔다. 

1. 알바레즈가 무척 가벼워 보이는 레프트를 가벼운 시계방향 골반 회전과 함께 던지고
2. 골반이 반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하는 듯 하면서 라이트 어퍼가 나오다 말고
3. 골반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레프트 훅이 나오고
4. 골반이 반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하는 듯 하면서 라이트 어퍼가 나오다 말고
5. 골반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레프트 바디

도중에 라이트 어퍼 페인트가 두 번 섞여 들어가는 레프트 3연타였는데, 완급조절과 상하단 레벨체인지가 일품인 컴비네이션이었다. 알바레즈의 특기는 이런 연속기로, 이런 기술이 상체의 움직임만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다리와 골반의 비틀림이 다이나믹하게 연속되면서 만들어지는 동작이다. 알바레즈 발이 느리다기 보다는 스텝을 빠르게 밟는걸 선호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아마도 상체의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빠른 스텝을 밟게 되면 하체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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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을 빠르게 운용하지 않는 덕분에 알바레즈의 수비에서 상체 움직임과 단단한 커버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반대로 말해 상체 움직임과 커버링이 수비부분에서 느린발의 단점을 커버할 만큼 훌륭하다. 비록 메이웨더와의 대전에서 쓴맛을 봤지만 좋은걸 많이 배우기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그의 컴비네이션이 보기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동반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짧고 강력한 코어 회전이 펀치에 상당한 힘을 전달하고는 있지만 마지막 터치인 손동작에서 손바닥 쪽으로 가격이 되는 오픈 블로우가 나는걸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픈 블로우로 명치를 쳐서 KO승을 거둔 적도 있을 만큼 힘이 아주 좋은 선수이긴 한데, 만약 그것이 정권으로 가격되었다면 상대선수는 그냥 KO패를 당한 게 아니라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게 되었을 것이다. 

골로프킨의 맷집과 정신력은 초특급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모든 것을 걸고 던진 풀스윙 퍼팩트샷이 머리에 직격 당하지 않는 한 골로프킨을 쓰러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골로프킨은 알바레즈를 쓰러뜨릴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고 알바레즈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은 알바레즈 캠프의 걱정거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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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라는 저수지

골로프킨의 모국인 카자흐스탄은 구 소련의 일원이었다. 미국인들의 심리 저변에는 아직도 소련에 대한 적개심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인들이 옹졸해서 이미 해체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뿔뿔이 흩어진 중앙아시아의 소국 출신들을 꺼려하고 호감을 가지지 못하며, 그래서 그곳 출신 선수들에게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당시 양강의 냉전은 무시무시한 군비경쟁으로 이어졌고, 그 도중에 지구를 몇 번이나 초기화시킬 만큼의 상호 확증 파괴능력이 배양되면서 미국인 전체의 의식 하부로 침전된 공포와 자기부정이 모두 배출되기엔 아직 시기가 조금 이르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의식적으로 범소련계 국가 출신의 파이터가 빅마켓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현실이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의식이 아닌 어떤 심리작용에 의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가능할 것이다. 

범소련계 국가 출신으로 라스베가스에서 PPV 헤드라이너가 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골로프킨이 드디어 그 업적을 달성했는데, 그 사이의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는 복싱팬 중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는 헤글러처럼 기피대상이었고 기회를 잡기 위해 미소를 띠고 인내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명 챔피언 조 프레이저가 골로프킨을 보고 한 마디 한다면, "자네에게는 세 가지 문제가 있네. 범소련계 출신이면서 너무나 모범적이고 심하게 강하다는 거지" 정도가 될 것이다. 그쪽 사람답지 않게 인상과 매너가 대단히 좋고 영어도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으면서 너무 세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골로프킨에게 전해진 우리의 혈통이 기가 막히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점은 다소 과한 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설득력을 동반한다. 두 가지 단서를 제시할 수 있는데 하나는 골로프킨 본인이 자본주의에 얼마나 익숙한 지를 보여주었던 한 영상이다.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수트 매장에서 촬영된 그 영상에서 매장의 책임자는 "골로프킨 같은 훌륭한 챔피언의 의상을 담당하는 건 대단히 만족스럽다"며 그가 얼마나 좋은 고객인지 강조했다. 골로프킨 본인도 자동차 가격인지 헷갈리는 수트를 구매할 수 있게 된 현실에 대해 감사하고 기뻐하는 그런 영상이었다. 즉 미국의 대중들과 공감대를 엮어보려는 세팅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꽤 유효한 PR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직스탄의 전통 양가죽 모자를 최고의 패션이라고 생각하며 라마단에는 싸우지 않는 개인적 주관을 뼈대 굵게 내세우는 UFC 라이트급의 실질적 넘버원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러시안+무슬림 컴비네이션에 의한 PR 아마게돈을 생각하면, 역시 라스베가스 센터 케이지에서 러시안이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정말 좋은 선수고 기가 막힌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냥 싫다고 해버리면 그만인 그 운명에 비해 골로프킨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려준 것은 무엇이겠는가. 사려 깊게 맞춰 주는 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예의이면서 최고의 처세술이다. 양가죽 모자도 멋지지만 그걸로 미국에서 범소련계 스타가 일어나기는 어렵다. 

나머지 하나는 마니아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바로 그 추측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골로프킨의 캘 브룩전과 다니엘 제이콥스전을 관통하는 핵심적 요소인 '이 선수가 컴비네이션에 이렇게 약했나?'라는 부분이다. 하필 카넬로 알바레즈의 가장 중요한 장점에 대비되는 약점이 부각된 두 경기의 내용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르뮤전 당시로 돌아가보자. 당시 골로프킨은 처음으로 PPV 매치를 뛰었는데, 전망은 20만이 가능할까 아닐까였다. PPV 판매가 10만 이하면 일종의 적자로 선수들에게는 보너스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10만 이상에서 17만 5천 정도부터 보너스가 나오는데, 개당 1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당시 스코어는 15만, 즉 골로프킨은 PPV 보너스로 15만 달러 정도를 번 셈이다. 참고로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와의 경기에서 440만개를 팔아 치웠고, PPV 보너스로 2억 달러 가량을 쓸어 담았다. 1억 8천과 2천 4백 억의 차이다. 

15만은 그러나 골로프킨을 제외한 모두가 만족하는 수치였다. 르뮤전 직후 알바레즈는 골로프킨과 미들급 통합전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의 프로모터인 오스카 델라 호야가 후다닥 손을 써서 없던 일을 만들었다. 골로프킨은 다음 경기에서 도미닉 웨이드를 5분 37초 만에 정리했다.

그리고 캘 브룩전에서 브룩의 고속 컴비네이션에 수비가 숭숭 뚫려 O2 아레나를 가득 채운 영국 팬들이 어마어마한 함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다음 경기에서는 다니엘 제이콥스의 컴비네이션에 머리가 좌우로 돌아가며 고전을 했고, 23연속 KO승이라는 대기록이 중단되고 말았다. 마지막 라운드에 골로프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설마 저게 연기일까?'라는 관점은 매우 단단해 흔들기 어렵다. 그러나 만약 그게 연기였다면? 그렇다면 드디어 호야가 알바레즈의 입을 막고 있던 손에 힘을 빼게 만든 영혼의 헐리우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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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어디서 나는가. 골로프킨의 약점이 과연 연기였다면 중앙 무대를 두드리면서 에이블 산체스에게 멕시칸 스타일, 즉 알바레즈의 경기구조와 동축선상에 놓인 권투교리를 전수받은 희대의 노력파이자 성실함의 상징 같은 선수의 방어가 갑자기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건 솔직히 이상하다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또 하필 현재 가장 핫한 나머지 최대액의 대전료를 노릴 수 있는 사울 알바레즈의 특기가 골로프킨의 갑자기 드러난 약점이었다는 걸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은 경기의 결과가 골로프킨의 압승으로 나올 경우 유효해진다. 물론 압승이라도 컴비네이션에 어느 정도 당하느냐는 부분을 놓고 정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며, 결국은 골로프킨의 수비가 알바레즈를 상대로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가 승부만큼 흥미롭다는 얘기인 것이다.

만약 알바레즈의 그림 같은 컴비네이션이 골로프킨에게 거의 통하지 않는다면 미리 한번 깜짝 놀라본다. 도대체 이 선수의 심지가 얼마나 깊은 것일까 하고 말이다.

[사진] ⓒHBO/게네디 골로프킨 인스타그램
[기사] 이용수 기자(press@monstergroups.com)
[편집] 조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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