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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 650만 가구. 데이나 화이트가 밝힌 메이웨더 대 맥그레거전에서 팔려나간 유료시청권(PPV)의 총 수효다. 개당 단가는 역대 최고액인 99.95달러(일반화질 기준, HD 버전은 10달러 추가)였다.

이 대전의 유료시청권 판매고가 얼마나 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데이나 화이트는 이것이 종전 최다 판매 기록인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전의 440만 개를 넘어설 것이라 장담했던 반면 티켓 판매는 부진했다. 화이트의 큰소리가 공수표가 될 가능성도 커보였던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650만이라는 수치는 흥미롭다. 

그것이 ‘과장된 수치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현 단계에서 배제하기는 힘들다. 과거에 알려진 유료시청권 판매고에는 일부 부풀려진 부분이 있었다는 게 최근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2009년 열린 UFC100의 판매고는 160만 가량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그것은 130만 정도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과거에 알려진 UFC의 유료시청권 판매고는 UFC 측이 발표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미디어와 업계의 전문가들이 발표하는 추정치였다. 이번의 경우는 데이나 화이트 본인이 직접 밝힌 수치이므로 그것이 틀린 숫자일 확률은 확실히 낮거나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사상 최대의 유료시청권 판매고를 기록하고 이시대 PPV 킹에 등극한 맥그레거’라는 타이틀을 ‘향후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양념을 조금 뿌린 것일 수도 있지 않겠나’ 하고 의심한다면 말릴 재간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업의 중역들이 진실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650만이 사실이라면 메이웨더 대 맥그레거전의 총 매출은 1조원을 넘나드는 액수가 될 전망이다. 

파퀴아오 대 메이웨더전의 PPV 판매고는 약 440만으로 알려졌으며 총 4억 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장의 티켓 판매고가 7천 4백만 달러에 해외 중계권료와 스폰서 수익 등을 합해 6억 달러를 넘기면서 같은 해 슈퍼보울의 광고 수익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전에서 유료시청권 수익과 기타 수익의 배율은 2대 1 정도였다. 그 비율을 메이웨더 대 맥그리거 이벤트에서 기록한 650만 유료시청권 매출에 적용해 전체적인 수익 분할을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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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수익의 구성 

1. PPV 판매 : 6억 5천만 달러
 (*파퀴아오-메이웨더전의 경우 일반 화질 가격이 89.95달러였지만 메이웨더-맥그리거전은 99.95달러)
2. 기타 수 : PPV 판매액의 1/3로 2억 6천 7백만 달러
 (*현장 티켓 7천 4백만 달러 및 현장 스폰서 광고비, 해외 중계권 등)
3. 총액 추정치 : 9억 1천 7백만 달러(한화 약 1조 5백억 원 가량)

그렇다면 선수들에게는 얼마나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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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서 메이웨더와 파트너 맥그리거의 몫

 빅마켓 복서들의 수익은 개런티에 총수익을 더한 것에 대한 배당이다. 메이웨더는 개런티를 3천만 달러, 맥그레거는 천만 달러를 받았다. 메이웨더와 맥그레거의 경우 개런티가 3대 1 비율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총 수익에 대한 배당을 7대 3, 혹은 7.5대 2.5로 나눌 것으로 추측된다. 맥그레거가 1억 달러를 벌 것이라고 했을 때 메이웨더가 3억 5천만 달러를 거론해왔던 점도 추측의 근거가 된다.
(*메이웨더-파퀴아오전의 경우 6대 4로 메이웨더가 더 많이 가지고 갔다.)

PPV 매출 중 40~45% 가량은 프로모터와 유선망, 위성 공급자와 방송 주관사가 나누어 가진다. 45%가량 중 비율은 대개 20대 20대 5 정도라고 한다. 남은 55~60% 정도를 두 선수가 계약에서 정한 비율대로 나눠 가진다. 만약 7대 3으로 나누는 것이라면 메이웨더는 2억 7천만, 맥그레거는 8천 2백만 달러가 된다. 
(*유선망, 위성망 공급자 : COMCAST, DIRECT TV 등)

여기에 개런티 3천만 달러를 더하면 메이웨더는 3억 달러, 맥그레거는 9천 2백만 달러 정도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복싱의 경우 이벤트에서 발생한 매출 중 절반 정도를 메인이벤트 선수 두 명이 나눠 갖는다. 이 경우 메이웨더는 전체의 33% 정도를 챙기게 되지만 맥그레거는 10% 정도밖에 못 가져가기 때문에 총 40%만이 선수에게 돌아갔다. ESPN은 이 수익의 분배구조면에서 UFC가 복싱에 비해 인색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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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들의 것

 그렇다면 이게 다 선수의 몫일까?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회의 준비와 교섭, 진행에 있어서 대회 주관사가 땅을 파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최상위 레벨의 복싱의 경우는 대회 주관사의 오너가 보통 선수의 매니지먼트 권한을 가진 프로모터다. 밥 애럼과 오스카 델라 호야가 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애럼이나 델라 호야는 비용을 티켓과 해외 중계권료, 그리고 선수들에게서 받은 매니지먼트 비용으로 충당하고 수익을 낸다. 미국의 경우 선수들은 총액의 최대 33%를 프로모터에게 내놓게 된다. 

그리고 소속 도장에 트레이닝비로 10% 내외를 지급하고, 경기 당일 코너맨에게도 어느 정도 퍼센티지를 나눠준다. 커트맨도 1~1.5%를 받는다. 그리고 스파링 파트너, 체중관리 전문인력, 주치의에게도 퍼센티지를 나눠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맥그레거는 캠프를 거하게 차려놓고 아낌없이 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도 상당한 금액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앞서 세금을 내야한다. 맥그레거가 1천억을 벌었다 가정하고 실제로 그의 손에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세금(-40%)=잔액 600억 원
2. 매니지먼트(-30%)=잔액 420억 원
3. 트레이닝비용(-10%)=잔액 360억 원
4. 코너맨, 커트맨, 스파링 파트너 등 기타 비용(-10%)=잔액 300억 원

MMA 업계의 인건비는 세계 최고레벨 기준으로 복싱에 비해 현저히 낮다. 몇 배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무래도 맥그레거가 트레이닝 비용을 10%, 기타비용도 10%씩 낼 것 같지는 않다. 맥그레거가 300억을 가져가는데 존 카바나가 90억을 갖게 되는 계산이라 조금 무리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여기서 어느 정도 미안하다면 대략 전체 수입의 1/3 정도를 맥그레거가 진짜로 가져가는 실수령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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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웨더의 것

 메이웨더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세금까지는 똑같지만 매니지먼트 비용 면에서 메이웨더는 본인이 프로모터 포지션이고 매니저는 본인 자신이다. 따라서 메이웨더의 경기 때는 애럼의 톱랭크나 호야의 골든보이 프로모션이 메이웨더의 TMT 프로모션과 계약하는 형태다. 따라서 메이웨더는 매니지먼트 비용은 내지 않고, 다만 비용 부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실비는 어느 정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10% 정도가 매니지먼트 비용으로 나간다고 본다. 비교가 쉽도록 일단 똑같이 1천억으로 정산해 보자.

1. 세금(-40%)=잔액 600억 원
2. 매니지먼트(-10%)=잔액 540억 원
3. 트레이닝 비용(-10%)=잔액 480억 원
4.기타 비용(-10%)=잔액 420억 원
(*1천억 기준, 메이웨더의 이번 경기 수입은 3천4백50억으로 계산)

트레이닝 비용은 본인의 체육관에 내는 것이다. 그런데 메이웨더의 소속 체육관 관장은 본인 자신이다. 따라서 60억은 나가는 척만 하고 다시 자기 주머니로 돌아온다. 기타 비용 중 코너맨의 몫은 아버지에게 간다. 어차피 부친 사후에 본인이 상속받을 액수이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덜 아깝다. 그 나머지도 대부분 본인의 TMT 소속 선수들과 체육관 직원들에게 나가는 돈이다. 따라서 메이웨더는 480억을 가지게 된다. 1천억 기준으로 480억이니 3억 달러, 한화로 약 3천 4백 50억 원을 놓고 계산해보면 아마도 1천 6백 50억 원 정도를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수령액 기준으로 맥그레거는 340억 정도를 가져가는 반면 메이웨더는 1천 6백 50억을 챙긴다. 맥그레거 본인이 프로모션을 창업한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10%가 수십억에서 앞으로 백억을 넘길 가능성이 큰 입장에서, 메이웨더의 케이스가 있는데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걷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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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과 세금은 메이웨더도 못 피해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메이웨더가 맥그레거와의 대전을 수락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2015년 파퀴아오와의 경기에서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것이 체납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미국의 국세청인 IRS가 맥그레거전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았다고 한다.

파퀴아오전에서 메이웨더는 2억 3천만 달러 내외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세금은 9천 2백만 달러 정도가 체납된 셈이다. 따라서 메이웨더가 3억 달러를 받는다면 그중 1억 2천만 달러에 체납 9천 2백만 달러가 붙어서 2억 1천 2백만 달러의 세금을 내야 한다. 3억 달러 중 남는 건 8천 8백만 달러에 불과하다. 거기서 또 뗄 것은 떼고, 이래저래 하면 결국 손에 쥐는 액수 면에서 양선수 사이의 차액은 대폭 줄어든다.

그렇다 치더라도 세금을 2천 5백억이나 일시불로 내는 기분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납세만큼 진정한 애국이 없다고 보는 입장에서 만약 메이웨더가 그 액수를 납부한다면 개인적으로 SNS를 방문해 진정한 애국자라고 칭찬을 해야만 할 것 같다.

하여간 메이웨더-맥그리거 이벤트의 총수익이 만에 하나라도 위에서 추측한대로의 나와서 9억 1천 7백만 달러일 경우, 관계된 법인과 개인이 각각 챙기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액수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위: IRS(미국 국세청): 2억 5천 2백만 달러
2위: UFC 3억 5천 7백만 달러+맥그리거 매니지먼트 수입 1천 2백만 달러-진행경비의 총합 
3위: 유선/위성망 업체 1억 3천만 달러-진행경비
4위: 플로이드 메이웨더 7천 40만 달러
5위: 코너 맥그레거 3천 4백만 달러
6위: 쇼타임 3천 2백 50만 달러-진행경비
7위: 메이웨더 체육관 8백 80만 달러
8위: 메이웨더 시니어 4백 40만 달러 
9위: 맥그레거 체육관 3백만 달러(5%로 계산. 근본 없는 추정으로 업계 관례는 보통 10%)
 10위: 존 카바나 1백 50만 달러(2.5%로 계산. 역시 근본 없는 추정. 5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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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시청 시스템은 74년 알리가 포먼과 싸우던 당시 도입되었다. 그 경기에서 알리는 5백만 달러를 받았는데, 그 액수는 같은 해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자의 연봉 총액 20배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현재 커쇼의 연봉이 3천 3백만 달러 정도니, 그 비율을 적용해 보면 알리는 7천억 원 정도를 받은 계산이다. 그 이듬해 프레이저와의 3차전에서 알리는 같은 해 MLB 최고 연봉자의 37.5배에 해당하는 9백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당시 알리가 구가했던 인기,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흥행의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는 수치다.

알리의 뒤를 이어 복싱의 흥행을 책임진 인물은 슈거 레이 레너드였다. 그는 웰터급-미들급으로 모여든 네 명의 역사적인 챔피언들과 차원이 다른 경쟁구도를 만들었고, 최종적인 승자로 등극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복싱 선수 치고는 드물게 밝고 긍정적이며 영리한 덕에 알리의 인기를 큰 누수 없이 받아냈다. 

레너드의 시대가 저물어갈 때 원 앤 온리, 아이언 마이크 타이슨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타이슨의 과거는 어두웠고 힘이 들었지만, 충격적인 KO 행진으로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타이슨은 그러나 스승의 사망 이후 통제를 잃으며 기량이 급락했다. 

타이슨의 전성시대에 경-중량급을 책임지던 훌리오 세자르 차베즈를 두 번이나 스톱시키며 오스카 델라 호야가 타이슨의 영지에 깃발을 꽂았다. 복서라기보다는 테니스 선수 정도로 보이는 외모 덕에 고가의 링사이드 티켓을 젊은 여성들에게 팔아치우는 마력을 선보였던 델라 호야는 선수생활을 하며 1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게다가 은퇴 후에는 몰락한 돈 킹의 빈자리를 냅다 차지해 현재는 복싱계를 양분하는 거물로 성장했다. 델라 호야는 오는 9월 16일 벌어지는 게나디 골로프킨과 카넬로 알바레즈의 경기에서 프로모터 포지션을 차지하고 한몫 챙길 준비에 여념이 없다. 호야는 알리에게서 전해진 복싱 에이스의 증명을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에게 나눠주었다. 

메이웨더는 기존의 에이스들에 비해 실력 면에서 나으면 나았지 모자람은 없었다. 그러나 인기에서는 파퀴아오에 비해 신통치 못했다. 그가 달성했던 두 가지 유의미한 흥행 기록은 카넬로 알바레즈의 승리를 바랬던 맥시코인들과 메이웨더의 패배를 원했던 전통적인 복싱 팬들의 합작에 의해서, 또 하나는 파퀴아오의 승리를 바라던 필리핀과 아시아권의 염원과 메이웨더의 패배를 ‘이번만큼은 제발!’이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소망했던 전통적인 복싱 팬들의 공조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두 경기 모두 메이웨더가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면서 2016년 복싱은 어두운 한 해를 보냈다. 도무지 빅마켓이라 할 만한 경기가 없었던 것이다.

맥그레거는 2016년 세 경기에서 420만 PPV를 팔아치웠다. 그해 복싱 PPV 전체를 합친 것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MMA가 흥행으로 복싱을 확실히 압도한 원년으로 역사에 기록될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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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싱계의 다음 빅카드

2017년, 메이웨더와 맥그레거가 650만개의 PPV를 팔아치웠다고 하며 맥그레거는 사람들의 예상에 비해 훨씬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미디어의 평가도 후했다. 메이웨더가 승자지만, 그는 은퇴를 두 번 세 번 확언하며 링을 떠나버렸다. 그렇다면 알리에게서 전해져온 그 무언가는 지금 맥그레거의 차지가 된 셈이다. 복싱에서 그것을 되찾아 가려면 흥행대결에서 맥그레거를 능가해야 할 텐데, 이 또한 흥미롭다. 잉글랜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앤소니 조슈아로 대표되는 복싱의 신흥강호 그룹도 앞으로 어떤 성적을 낼지 속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연승에 100% KO라는 깔끔한 전적을 가진 조슈아의 주변에는 사촌 사이인 집시 복서 타이슨 퓨리와 휴이 퓨리가 있다. 대서양 너머에는 38연승 37KO의 디온테이 와일더가, 적도의 아래쪽에는 WBO 챔피언 조셉 파커가 있다. 이들 다섯 명의 총 승수는 125승, 패배와 무승부는 0, KO/TKO는 99다. 오는 9월 23일 조셉 파커와 휴이 퓨리가 WBO 벨트를 놓고 격돌한다. 

9월 9일에는 로만 곤잘레스와 시리사켓의 리턴매치와 나오야 이노우에의 미국 데뷔전이 있다. 수퍼플라이급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서 격돌하는 셈이다. 16일, 모두가 기다려온 파이터끼리의 정면승부 ‘골로프킨-알바레즈전’ 다음에 열릴 23일 헤비급의 파커-퓨리전을 주목하는 건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다. 퓨리 형제의 특성은 약간 크고 모자란 맥그레거네 동네 형 정도로 보면 된다. 타이슨 퓨리가 본인의 주먹에 가격 당하는 장면과 경기 도중 보여주는 쇼맨십, 그리고 언행들을 지켜보면 ‘맥그레거는 참 양반이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10월 28일(현지시간)에는 앤소니 조슈아가 쿠브랏 풀레프를 상대로 20연승, 20연속 KO승에 도전한다. IBF 의무 방어전이자 WBA 의무 방어전으로 랭킹 1위 루이스 오티즈와 대전 후 디온테이 와일더와 통합전을 가질 예정이라고 조슈아의 프로모터 에디 헌이 밝힌 바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두 명의 왼손잡이가 12월 9일에 결국 만나게 되었다. 바실 로마첸코와 기예르모 리곤도다. 각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두 개씩 가지고 프로로 전향한 이 두 사람의 대전에 대해 쓰기 시작하면 모두가 곤란해지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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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UFC가 치를 강행군

UFC에서는 9월 9일 드미트리우스 존슨이 UFC 최다 연속방어 신기록의 수립에 도전한다. 앤더슨 실바와 함께 10차 방어를 달성한 유이한 챔피언인 존슨의 유일한 문제점은 도무지 질 것 같지가 않아 경기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는 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막상 억지로 앉혀놓고 보여주면 굉장히 재미있다고들 하지만, 그 때뿐인 이유는 미스테리다. 오는 9일 그가 의문의 신기록을 1건 수립하게 될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23일, UFC가 2년 만에 다시 일본을 찾는다. 메인이벤트는 쇼군과 오빈스 생프뤼의 재대결이다. 2014년 첫 만남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쇼군은 이후 브라질에서 호제리오 노게이라와 다시 한 번 명승부를 집필하며 흐름을 바꾼 후 2승을 추가한 상황이다. 생프뤼는 그사이 글로버 테세이라, 존 존스 등의 타이틀권 파이터들에게 패했고, 지미 마누에게도 KO패했다. 7전 중 4패가 있고 두 번이 KO였다. 비록 좋지 않은 흐름이지만 생프뤼가 상대해온 선수들의 레벨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쇼군이 딱히 유리할 것도 없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매치업이다.

이날 오프닝 매치에서는 작은 김동현이 출전해 고미 타카노리와 대전한다. 김동현의 장점은 그라운드에 있고 스탠딩에서 방어에 틈이 있는 편이라, 한방이 있으면서 넘기기가 쉽지 않은 고미와의 상성이 결코 좋지만은 않다. 게다가 고미는 최근 4연패중이라 김동현이 이겨도 ‘고미의 노쇠화’를 탓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영양가 없는 상대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의 명성은 과거의 것이다. 9월 23일 김동현의 앞에 설 선수는 과거의 고미 타카노리가 아니다. 일본 대회의 메인카드 오프닝에서 한때 세계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던 추억의 파이터를 상대한다면 예의 같은 건 부산에 잘 모셔두고, 현장 분위기에 얼음물을 끼얹어 주겠다는 각오에 날카로운 전략을 몇 가지 챙겨 가면 이길 수 있는 상대로 전망된다. 이날 언더카드에는 임현규와 전찬미도 출전한다. 

10월 7일에는 (현지시간) 빅네임들과의 인연이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는 망부석 파이터 토니 퍼거슨이 케빈 리와 허울뿐인 잠정 타이틀을 걸고 일전을 벌인다. 현재 라이트급의 상위 랭커들은 이제 돌아올 맥그레거를 맞아 서로 먼저 싸우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재야의 절대강자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감량 실패-라마단 컴비네이션으로 명분을 잃으면서 퍼거슨이 현재 가장 앞으로 나와 있는 가운데 케빈 리가 퍼거슨과 싸울 기회를 얻은 것은 행운이다. 물론 퍼거슨과의 사이에 에드손 바르보자가 버티고 있었지만 케빈 리는 잘 피해서 올라갔다. 

그리고 11월 4일에는 조르주 생피에르의 복귀전이 있다. 상대는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이며, 또 미들급 타이틀전이다. 가장 과소평가 받는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이지만 기본기와 집념이라는 면에서, 또 체급의 벽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무려 4년 6개월 만에 돌아오는 생피에르가 상대하기엔 다소 벅찬 상대로 보인다. 관건은 생피에르의 스피드와 폭발적인 움직임이 얼마나 보존되어 있는가, 그리고 경기감각을 몇 라운드에 되찾을 수 있는 지다. 

같은 날 밴텀급 챔피언 코디 가브란트는 옛 동료이자 앙숙인 동체급 전 챔피언 TJ 딜라쇼를 도전자로 맞이한다. 딜라쇼는 지난해 도미닉 크루즈와의 타이틀전에서 누가 이겼다 해도 좋을 명승부를 펼쳤지만 판정에서 밀렸다. 가브란트가 크루즈를 밀어내고 챔피언이 되면서 딜라쇼에겐 가브란트를 이겨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딜라쇼는 일전에 바실 로마첸코의 체육관에 쳐들어가 스파링을 한 적이 있다. 커다란 여행 배낭을 메고 로마첸코와의 스파링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혔는데, 복싱이 주무기인 가브란트를 대적하기 위해 무사수행이라도 다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혼자 하는 생각이지만, 가브란트와 싸우던 당시의 크루즈는 어딘가 움직임이 둔했다는 느낌 혹은 착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이건 MMA가 팬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현시점 최고의 매치업 중 하나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PPV 킹의 계보가 어쩌다가 메이웨더에 의해 맥그레거로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두 종목 간 상호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복싱과 MMA 모두에 관심을 갖게 된 팬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생겨났다. 두 종목 공히 그들을 가능한 한 자신들과 가까운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 의해 더 좋은 카드들이 자꾸 나오다 보면 두 종목 모두가 흥하는 보기 좋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Showtime/ ⓒZuffa, LLC/ 플로이드 메이웨더 인스타그램
[기사] 이용수 기자(press@monstergroups.com)
[편집] 조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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