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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 오는 3월 5일, 격투 세계의 수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UFC 209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메인이벤트 급의 대진만 세 경기에 란도 바나타라는 매우 특별한 신예의 출전이 예정되어있다. 라이트 헤비급 전 챔피언 라샤드 에번스가 호주 국가대표로 올림픽 유도에 4연속 출전한 덴 캘리(11승 1패)와 대전하는 세 번째 경기가 가장 처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니 말이 필요 없다.

마크 헌트와 알리스타 오브레임의 9년여 만의 재회로 시작해서, 데뷔전부터 격투계를 뒤집어 놓았던 란도 바나타가 바통을 이어받고, 에반스-켈리 전을 지나 가장 뜨거운 체급의 대권 구도를 결정지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토니 퍼거슨의 stairway to 맥그리거 를 감상한 후, 지난해 11월 UFC의 뉴욕 입성 당시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5라운드 내내 다 쏟아부었지만, 무승부로 끝나버린 타이론 우들리와 스티븐 톰슨의 웰터급 타이틀매치의 여섯 번째 라운드가 UFC 209의 메인 이벤트다.

몬스터짐은 주요 3경기의 빈틈없는 커버를 준비하고 있으나, 두 번째 경기에 출전할 란도 바나타의 경우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가기엔 조금 특수한 면이 있는 선수다. 북미권에서는 이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심상치 않을 정도로 상승 중인데,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지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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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오퍼를 받고 랭킹 3위와 데뷔전을 치른 겁 없는 신인

NCAA 디비전 I 레슬러였지만 한 학기 만에 학업을 접고 알버카키의 잭슨-윙크 MMA 아카데미를 찾아간 18세의 바나타는 업계 최고의 지략가 콤비로 명성이 높은 그랙 잭슨과 마이크 윙클존의 휘하에서 8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2016년 7월, 당시 라이트급 랭킹 3위였던 토니 퍼거슨의 파트너 마이클 키에사가 전열을 이탈했다.

대회로부터 불과 2주가 남은 시점에서 5피니쉬를 포함 7연승을 달리던 중이며 직전 3경기에서 모두 보너스를 수상했고 가장 가까운 경기였던 에드슨 바르보자 전에서는 두 개의 보너스를 한 번에 챙기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퍼거슨을 상대해줄 선수가 나타나지 않은 건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잘 봐줘야 페더급, 더 빼면 밴텀도 가능해 보일 작은 선수가 감히(?) 퍼거슨의 앞에 등장했다. 당시 전적은 8전 전승 3KO 4SUB, 전적 면에서 UFC의 채용기준에 크게 미달하지는 않았지만, 조시 톰슨과 바르보자를 상대로 압도감을 과시하면서 라이트급의 실세로 급부상한 빅사이즈의 유력 타이틀 주자를 상대한다는 건 조금 비정상적인 발상으로 보였다. 쉽게 말해 미쳤다는 것,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아예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퍼거슨의 자기류도 매우 독특하지만 바나타의 스타일은 놀라울 정도로 특수했다. 들어가고 나가는 리듬감이 경쾌하고 움직임의 방향성과 속도도 대단했다. 그 단적인 예가 퍼거슨 전의 1라운드 35초 지점에서 나타났다.

바나타는 커버링을 완전히 내린 채 안면을 내민 도발적인 자세에서 라이트 리드를 페인트로 주면서 뒷발인 오른발을 을 앞으로 끌고 나왔다. 그 순간 퍼거슨의 왼손 훅이 나왔는데, 바나타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덕킹 동작으로 흘림과 동시에 끌고 나오던 오른발을 우전방으로 놓으며 사우스포로 스위치했다.

그 결과로 퍼거슨은 본인의 왼쪽 측면을 바나타에게 완전히 노출하게 되었다, 바나타는 그 황금 같은 와이드 오픈 찬스에서 한발 더 들어갔다. 보통은 거기서 있는 힘을 다해 큰것을 노리게 된다. 도발과 페인트로 유혹하고 상체 움직임과 스텝을 유기적으로 활용해 상대의 측면을 완벽하게 잡았다는 것, 게다가 퍼거슨은 왼손 훅 내던 중이라 체중이 앞으로 쏟아져버린 상태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바나타는 거기서 상체를 우전방으로 기울이며 왼손으로 퍼거슨의 안면을 살짝 터치만 했다, 이유는 다음 동작을 위한 체중이동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바나타의 왼손(아마 손목으로 보이는데)에 얼굴을 터치 당하면서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대개 그런 상황에서는 크게 얻어맞을 직감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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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성 터치로 퍼거슨을 속이면서 바나타의 스텝이 이어졌다. 본인의 왼발을 오른발이 있는 위치로 이동시키면서 오른발을 우전방으로 딛는사우스포 인사이드 피벗이 바나타의 선택이었다. 이것은 보통 접근전에서 상대가 밀고 들어올 때 상대방의 왼편으로 이동해 측면을 잡기 위한 기동이다. 그리고 이 결과로 사우스포 스탠스가 오소독스로 바뀌었다. 여기까지 바나타는 <도발-페인트-덕킹, 슬라이드 스텝, 스위치 동시에 일어나며 퍼거슨의 측면을 잡음-체중이동하며 왼손 터치-인사이드 피봇으로 오소독스 스위치 되며 더 깊이 돌아감>의 순서로 좀 전 보다 더 좋은 각도에서 본인의 주포인 오른손으로 퍼거슨의 안면을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퍼거슨은 그 순간 본인의 왼쪽 8시 방향에 있는 바나타를 정면에 두기 위해 제자리에서 축 회전을 하던 중이었다. 바나타는 라이트로 본인을 향해 돌아오던 퍼거슨의 안면에 라이트 일격을 꽃아 넣고 동세를 이용해 바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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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 5초안에 일어난 상황이다.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얼굴 내밀고 커버링 내리는 고위험 도발 급 타격유도

⦿ 오른손 페인트-오른발 앞으로 나오기 시작

⦿ 퍼거슨 속아 넘어가며 레프트 훅 찍어 치듯, 큰 스윙

⦿ 숙이며 나오고 있던 오른발을 우전방으로 보내(슬라이드 스텝) 사우스포 스탠스 되며 상대 측면에서 와이드오픈 찬스, 이때 퍼거슨은 왼손 훅의 폴로 스루를 처리하느라 무방비 상태

⦿ 레프트 훅 가볍게(손목 쪽으로 맞은 듯)

⦿ 퍼거슨이 틀어진 앵글을 따라잡으려고 몸을 돌리지만 인사이드 피봇을 구사해 더 돌아감

⦿ 바나타의 라이트 클린 히트, 퍼거슨의 왼쪽으로 멀리 떨어짐

퍼거슨의 방탄 두개골은 역시 진품이었던 것이고, 바나타의 체중이 타격과 반대로 흘렀다는 게 옥의 티일 뿐 이런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놀라운 수준의 기동이었다. 바나타는 데뷔전에서 무려 퍼거슨 같은 체급 대의 최상위 포식자를 상대로 난전을 주도했으며 퍼거슨을 세 차례나 그로기에 빠뜨렸다, 특히 1라운드 후반에는 킥 캐치 상황에서 간결한 헤드 킥을 클린히트 시켜 퍼거슨을 KO패의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바나타의 기동에는 세 가지 모드가 있었다, 복싱 스타일이 움직임이 빠르게 움직일 때 드러났고, 상대의 정면에서 두발을 모으고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혼선을 주는 도미닉 크루즈식 스텝도 보였다. 그리고 중요한 게 무에타이식 자세다.

하이파이브라도 할 것처럼 상대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며 높이 들고 선자세로 왼 다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엘레펀트 스텐스를 잡으면서 퍼거슨의 정면에서 멈추는 모습을 바나타는 자주 보여주었는데, 이것은 아마도 킥으로 큰 것을 터뜨리기 위한 동작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퍼거슨이 그 타이밍에 익숙해져 갔던 것.

퍼거슨은 무에타이 상태의 바나타를 공략하는 가장 유용한 스킬을 모든 타격의 원점에서 찾아냈다. 잽이었다. 경기 당일 체중으로 80kg을 넘겼을 타격 전문 선수가 4온스 글러브를 착용한 채 맘먹고 지르는 공격형 잽은 복싱에서의 같은 기술에 비해 더 많은 충격을 전달하고 열상의 유발 빈도 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못했다.

측면의 방어에 집중하고 정면이 열린 무에타이 커버링 자세로 왼 다리를 드는 순간, 날아드는 묵직한 잽을 막을 수도 움직여 피할 수도 없게 된다. 본인보다 두 체급은 높아보이는 타격선수 앞에서 그건 조금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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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후반부터 2라운드 2분 여 동안 퍼거슨이 작심하고 던진 잽을 셀 수 없이 받아낸 바나타의 눈썹과 콧날이 피로 물들었다. 지속해서 누적된 충격에 사실상 스텝을 밟기도 힘겨워졌다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백스텝을 거부한 채 정면에서 버티다가 퍼거슨의 장기인 다스 초크에 목이 졸리며 바나타는 8연승 끝에 첫 패배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단 1패를 내준 것 치고는 대단히 효과적으로 본인의 존재감을 업계의 핵심부에까지 과시할 수 있었다.

5개월 후 현역 선수 중 가장 높은 타격방어 스탯(71.9%)을 기록 중이던 존 막데시를 상대로 바나타는 다시 한번 잽에 취약점을 보였다. 그러나 1라운드 2분 22초경, 바나타는 팀 동료 존 존스의 특기 중 하나인 오블리크 킥을으로 세트업 한 후 빠르게 회전하면서도 균형의 흔들림을 최소화했던 마스터 클래스 오른발 뒤돌려차기를 적중시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자고 일어나면 황당할 정도의 재능을 가진 신예가 쉴새없이 등장하는 최근의 조류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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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전하는 바나타의 가능성

퍼거슨과의 1라운드에서 바나타는 41개의 유효타를 받고 34개를 돌려주었다. 퍼거슨의 킥-펀치 물량 공세는 살인적이다, 그걸 모르는 팬은 드물다. 실력과 터프함을 모두 갖춘 최상위 파이터와 퍼거슨이 대전 할때면 퍼거슨의 방탄 두개골과 고성능 심폐 순환 세트가 빛을 발하게 된다.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킥과 펀치를 퍼붓다가 상대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의외 적 기술을 구사해 흐름을 지배하는 것이 퍼거슨의 특기다.

바나타와의 경기에서 기록된 수치는 바르보자 전의 데이터를 웃도는 레벨이고 하파엘 도스 안요스전을 제외하면 퍼거슨과 그 정도의 타격 거래량을 기록한 탑 10급 선수도 그다지 없다. 무서운 건 1라운드에 퍼거슨의 방식으로 싸우는 바나타에세 퍼거슨 본인이 당할 뻔했다는 점.

토니 퍼거슨의 주요 물량 라운드 비교 (통산 1분 평균 5.23대, 라운드 평균 27.15대)

대 바나타 1R 72회의 타격시도 중 41회 적중 (56% 적중, 분당 8.2대꼴, 평균대비 157%)
대 바르보사 1R 75회의 시도 중 36회 적중 (48% 적중, 분당 7.2대꼴, 평균대비 137%)
대 도스 안요스 2R 100회 시도 중 50회 적중 (50% 적중 분당 10대꼴, 평균대비 191%)

특히 백스핀과 펀치, 킥으로 퍼거슨을 몇 차례나 위기로 몰았던 장면을 참고할 때 공격력의 측면에 국한한다면 그것은 무려 바르보자나 도스 안요스에 비해서도 바나타가 우위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그 이면에 그만큼 많이 맞는다는 엄연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바나타의 미래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을 늘어놓을 수는 없다.

아직 24세에 -외모를 봐서는 42라고 하는 게 더 믿기 쉽겠지만- 불과한 그는 잭슨-윙클존의 조련을 받고 있다. 따라서 본인이 고집을 부리지 않는 한 공-수의 적절한 벨런스를 찾아내면서 챔피언 레벨의 경쟁에 뛰어들 잠재력을 가진 선수로 보인다.

약간 하기 싫은 사람처럼 권태로운 표정이라든지, 대충대충 하는 것 같은 무성의한 방어가 초고밀도의 공방전 취향과 대비를 이루는 말릴 수 없는 개성까지 있으므로 3경기 연속으로 타격전문 선수와 그를 대전 시키는 UFC의 의도를 짐작해 봐도 이 경기 역시 챙겨볼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나, 치수 면에서 언제든지 페더급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미리미리 봐둬서 나쁠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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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역시 대단히 흥미롭다. 스웨덴산 무에타이 파이터 데이비드 테이뮤어는 불과 3승 1패 2KO의 전적으로 UFC의 지명을 받았다. UFC가 일반적인 영입 기준보다 훨씬 일찍, 서둘러 그를 영입한 이유는 그가 유럽 킥복싱 무대에서 50승 1패의 전적을 기록하던 중에 MMA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옥타곤으로 콜업 된 후 2연속 KO승을 거두고 있는 테이뮤어는 데뷔전에서의 패배와 두 번째 경기에서의 판정승 이후 네 경기에서 연속 KO승을 거두는 중이다. 왼손잡이이고 몇 가지 측면에서 바나타의 실체를 검증해줄 좋은 상대로 보인다.

바나타의 UFC 3차전은 오는 3월 5일 일요일 방송되며 오브레임-헌트 전의 바로 다음 2경기다.

[몬스터짐 UFC 209 특집 시리즈] 

3월 2일(목)
1. UFC 209의 히든카드는? '괴재' 란도 바나타
2. 하나 빼고 다 가진 톰슨, 하나 말고 다 없는 우들리
3.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우들리-톰슨 2차전

3월 3일(금)
1. 알리스타 오브레임 vs 마크 헌트 종합
2. 알리스타 오브레임 vs 마크 헌트 인포그래픽
3. 하빕의 피어펙터 통계분석

3월 4일(토)
1.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vs 토니 퍼거슨 종합
2.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vs 토니 퍼거슨 인포그래픽

[사진] ⓒZuffa, LLC
[기사] 이용수(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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