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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2016년 한국인 UFC 파이터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현재까지 총 7명이 10경기에 나서서 3승 7패의 성적을 올렸다. 물론 이를 지켜보는 팬들도 아쉽겠지만, 가장 안타까운 건 선수들 본인일 것이다.

다행히 2017년에는 몇 가지 희망을 안고 출발할 수 있게 됐다. 먼저 지난해 12월 현역 복무를 마친 강경호(29, 부산팀매드/㈜성안세이브)가 다시 UFC로 복귀할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최초로 UFC 타이틀전을 치른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코리안 좀비’ 정찬성(29, 코리안좀비MMA/㈜로러스엔터프라이즈, 몬스터그룹)이 옥타곤으로 돌아온다.

정찬성은 다가오는 5일(이하 한국시간) 데니스 버뮤데즈(31, 미국)를 상대로 길고 길었던 3년 6개월 만의 종합격투기 복귀전을 갖게 된다. 많은 이들이 긴 공백 기간을 우려하지만, 정작 정찬성은 자신의 SNS에 “링 러스트*, 그것은 허구”라는 짧은 문장을 올리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오랜 공백으로 인해 경기 기량이 하락하는 부작용을 의미)


■ 3년 6개월 만의 옥타곤 복귀전···UFC가 코리안 좀비에게 거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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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가 정찬성에게 거는 기대감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종종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4일(이하 한국 시간) UFC는 디 얼티밋 파이터(The Ultimate Fighter, 이하 TUF) 시즌 24 피날레 중계 도중 정찬성의 복귀전을 공식 발표했다. 상대는 페더급 랭킹 8위의 데니스 버뮤데즈. 그런데 이상했다. 당시 화면에 잡힌 대진표에 정찬성의 이름이 버뮤데즈보다 앞에 위치한 것이다.

이미 많은 투기 종목들도 그렇지만, UFC도 통상적으로 홍코너와 청코너를 구분한다. 여기서 홍코너는 톱독을, 청코너는 언더독을 의미한다. 특수한 경우가 아닐 경우 일반적으로 랭킹이 더 높거나 우세한 측을 홍코너에 둔다. 당연히 대진표에서도 홍코너의 이름이 먼저 앞에 위치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이름 배치는 이례적인 케이스다.

이 대결이 펼쳐지는 UFC 파이트 나이트 104 공식 포스터는 더욱 압권이다. 포스터의 우측에는 정찬성의 별명인 'The Korean Zombie'와 함께 ‘Rise Again(다시 떠오른다)'이라는 문구가 굉장히 큰 사이즈로 새겨져 있다. 이번에도 다시 한번 언더독 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팬들에게는 이미 정찬성이 UFC 파이트 나이트 104의 주연으로 낙점된 셈이다.


■ 플랜 B가 가능한 정찬성의 다양한 공격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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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3년이 넘는 긴 공백기는 리스크다. 이 기간에는 어깨 수술과 복구를 위한 재활 과정까지 있었다. 하지만 리스크만큼 기대감도 크다. 그 기대감의 발로(發露)는 바로 정찬성이 가진 격투 스타일에 있다.

이종격투기에서 종합격투기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스탠딩 타격과 그라운드를 가리지 않는 웰라운드 스타일의 중요성이 극대화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정찬성은 이 부분을 훌륭하게 충족시키는 파이터다. 많은 영역에서 공격과 수비의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

일단 타격에서는 좌우 훅 연타의 펀칭 세트 난타전이 대표적이지만, 클린치 공방에서 꽂아 넣는 강한 숏 어퍼와 넥클린치 니킥 또한 전세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강한 공격 카드다. 원거리에서는 견제가 가능한 다양한 포지션의 킥 공격부터 단번에 거리를 좁히는 플라잉 니킥도 있다. 최두호의 라이트 스트레이트 카운터처럼 상대를 일격에 끝내는 핵탄두는 없지만, 전반적인 공격 옵션들의 완성도가 우수해 선택지가 다양해진다.

스탠딩 타격도 훌륭하지만 그래플링은 더 강력하다. 스탠딩과 그라운드의 전환이 부드럽고 서브미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상위 포지션에서 꽂아 넣는 파운딩과 엘보 공격은 점수 따기 용이 아닌, 매번 출혈을 유도할 정도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실전용에 가깝다. 진흙탕 그라운드 공방도 안정적이어서 하위 포지션에 깔려도 쉽게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역으로 서브미션을 시도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다시 스탠딩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처럼 ‘플랜 B’가 있는 파이터들은 얼마든지 공격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영역으로 상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소리다. 상대의 주무기를 탐색하고, 그에 따른 반응을 통해 실시간으로 게임 플랜의 세부적인 조정이 가능하다.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진 정찬성은 이 부분에서 플랜 B, 더 나아가 플랜 C 이상의 것이 가능한 셈이다.


■ 다양한 신무기 장착한 정찬성···관건은 어깨보다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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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무기를 보유한 정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기술을 더 습득하는 것에 천착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도 “공백 기간 동안 체력보다도 어깨의 재활과 새로운 기술 습득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고 밝혔다.

마침 정찬성은 지난해 11월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벤 헨더슨(33, 미국)의 ‘MMA 랩’으로 한 달 가량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여기서 정찬성은 “매주 토요일마다 실전 같은 스파링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내가 준비해왔던 기술 중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를 체크했다”고 말했다. 격투 IQ가 높고 실전에서 영악한 센스로 재치 있는 플레이를 하는 정찬성은 이미 미국에서 새롭게 장착한 옵션의 검증을 모두 끝냈다.

그렇다고 수술한 어깨가 마냥 말썽인 것도 아니다. 정찬성은 공백기에 그레이트짐 소속의 보디빌더 이정인을 통해 꾸준히 개인 트레이닝을 소화했다. 이정인은 국내 최고의 보디빌더인 IFBB 프로 강경원이 직접 발굴한 제자 중 한 명으로,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정찬성은 재활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어깨를 보강했고, 여유가 있을 때는 요가까지 병행하며 최대한 컨디션을 유지했다. 말 그대로 틈 날 때마다 할 수 있는 건 총동원해 어깨에 투자했다.

어깨에 대한 정찬성의 자신감은 이미 지난 1월 4일 UFC 미디어데이를 통해 가진 인터뷰에도 나타난다. 그는 “전혀 문제가 없다. 최근까지 스파링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히며 완벽한 믿음을 드러냈다.

다만 피지컬의 관건은 어깨라는 신체보다 체력이라는 카디오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정찬성은 지난해 인터뷰를 통해 “체력은 소집해제 후 천천히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에 불과 버뮤데즈와의 5라운드 메인이벤트 경기가 확정됐다. 당시 정찬성은 UFC 측에 “5라운드 뛰기엔 준비 시간이 조금 부족하다. 조금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으나 결국 경기를 그냥 받아들였다.

체력적인 부분은 단기간에 쉽게 올라오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준비기간 동안 이를 얼마만큼 끌어올렸느냐가 경기의 키가 될 전망이다. 버뮤데즈는 최근까지도 많은 경기를 치르며 감각을 유지해왔는데, 여기서 특유의 그라운드 압박이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다만 버뮤데즈가 챔피언십 라운드 경험이 없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따라서 정찬성은 테이크다운과 펀치 러시를 앞세운 버뮤데즈의 초반 공세를 최대한 방어하며 체력 분배에 신경을 써야 한다.


■ 강한 완력의 레슬링과 공격적인 펀치-로킥 가진 버뮤데즈···채드 맨데스와 비슷한 부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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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상대인 버뮤데즈와의 상성에서 염려되는 부분은 바로 레슬링이다.

버뮤데즈는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디비전 1에서 활동하던 레슬러 출신이다. 신장은 168cm로 175cm인 정찬성에 비해 작은 편이며, 페더급에서도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굉장히 두껍고 평체가 많이 나가는 타입으로 좋은 레슬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완력이 좋아서 상위에서 상대를 눌러놓는 것에 능하며, 과감한 펀치와 간헐적인 로킥 중심의 타격도 큰 발전을 이뤘다. 채드 멘데스와 꽤나 흡사한 유형의 파이터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싱글렉 테이크다운에서부터 이어지는 버뮤데즈의 강한 상위 압박이다. 특히 정찬성이 종종 사용하는 원거리 킥 공격이나 무게중심을 지면에서 띄워버리는 니킥 타이밍에 맞추어 버뮤데즈가 호시탐탐 테이크다운을 노릴 것이다. 본격적인 공격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화력의 초점은 킥보다도 긴 리치를 살린 복싱 게임에 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선 자주 쓰는 양훅 보다 앞손 활용과 길쭉한 스트레이트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킥 공격 옵션 자체를 포기할 순 없다. 정찬성으로서는 버뮤데즈의 간헐적인 킥 캐치를 최대한 주의하면서 원거리 킥으로 거리를 잡고 포인트를 쌓는다면 나쁠 것은 없다. 니킥은 더스틴 포이리에(27, 미국)전처럼 대놓고 들어가는 용도보다는, 아끼고 아꼈다가 버뮤데즈의 태클 타이밍에 맞추어 카운터로 화답해준다면 멋진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레슬링이 좋은 버뮤데즈지만, 상대적으로 주짓수에 있어서는 정찬성이 더 노련하다. 굳이 가르시아와의 2차전에서 나온 트위스터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WEC 데뷔전에서 상대의 백을 타고 넘어가는 지능적인 플레이, 포이리에의 테이크다운을 몽키플립으로 넘겨 뒤집으며 쉴 새 없이 암바와 트라이앵글 초크를 교차로 시도하던 모습은 정찬성의 탁월한 주짓수 센스를 상징하는 장면들이다. 테이크다운을 방어한 뒤 클린치-유리한 포지션 점유로 연결고리를 짓고 주짓수로 난전을 풀어나간다면 이는 버뮤데즈에게도 충분히 악몽이 될 수 있다.


■ 길영복 영입한 정찬성, 버뮤데즈의 레슬링 파훼법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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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한 가지 호재가 있다면 공백기에 ‘코리안 좀비 MMA’로 합류한 길영복(32, 코리안 좀비 MMA)의 존재다.

엘리트 레슬러 출신의 길영복은 현재 페더급에서 활동하는 종합격투기 파이터다. 2005년 퍼시픽 국제오픈 레슬링 대회 한국대학대표 자유형 66kg급 우승이라는 화려한 이력이 있다. 국내 MMA에서 레슬링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선수 중 하나로, 현재는 TFC에서 활동하며 종합격투기 전적 7승 2패를 쌓았다.

정찬성은 지난해 몬스터짐과의 인터뷰에서도 “영복이 형이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로 하기보다 직접 몸을 섞어가며 가르쳐준다. 덕분에 선수들도 더 많이 성장하고 있다.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설명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이는 레슬링 코치인 길영복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월 31일 인터뷰에서 “틈 날 때마다 찬성이와 함께 레슬링 훈련을 꾸준히 소화했다. 버뮤데즈를 분석하며 레슬링 스타일로 공격과 방어 포인트를 캐치해 같이 훈련했고, 경기 준비도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관장이자 동생 정찬성, 그리고 형이자 코치인 길영복이라는 위치는 상하보다 수평 관계에 가깝다. 이러한 사이에서 오는 소통의 양방향성, 그리고 길영복 특유의 스킨십 강한 트레이닝 스타일은 예상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마침 길영복은 정찬성의 휴스턴 대회 복귀전에도 세컨드로 동행한 상태.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체급도 같아 스파링에서도 좋은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 정찬성이 가진 궁극의 무기는 스스로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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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정찬성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정신력일지도 모른다.

이는 단순히 어려운 상황에서 ‘몸이 안 되면 정신력으로’를 강요하는 실체 없는 추상적 메시지가 아니다. 정찬성은 그동안 격투기 경력을 이어오면서 큰 위기 때마다 스스로 강한 동기부여를 심었다. 굳은 멘탈은 바로 고비의 순간마다 거짓말처럼 그를 성장시켜온 원동력이다.

대표적인 일화는 바로 지난 2010년 WEC에서 있었던 조지 루프(35, 미국)전의 패배였다. 당시 정찬성은 레오나르도드 가르시아(37, 미국)와의 1차전으로 미국에서 ‘코리안 좀비’ 열풍을 일으키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상황. 그런데 자신의 맷집과 좀비 모드를 바탕으로 한 난타전을 과신한 게 문제가 됐다. 이는 루프전에서 헤드킥 KO 패라는 쓰라린 결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경기 직후 정찬성이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고백한 심경이 당시 격투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여기서 그는 “그냥 평범하게 일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위권이라 생각했던 조지 루프에게 깨졌다. 치욕스러운 꼴도 당했다. 그래서 한 번만 더 해보기로 했다. 이제 다 바꾼다. 좀비가 아니어도 좋고, 사랑을 못 받아도 좋다. 다시는 이 스타일로 싸우지 않겠다”고 고백했다.
(*정찬성의 해당 포스팅 전문은 기사 하단에 게재)

진실된 동기부여는 정찬성을 환골탈태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좀비가 난타전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그는 비로소 UFC의 정상급 파이터가 될 수 있었다. 이후 UFC에 입성한 정찬성이 쾌조의 3연승을 거두며 조제 알도와의 타이틀전까지 직행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버뮤데즈전을 앞둔 정찬성의 각오는 지난 2010년만큼이나 굳건하다. 특히 공백기 사이에 한 여자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최근에는 스포츠 전문 에이전시인 ‘로러스엔터프라이즈’와 거액의 후원 계약도 맺었다. 무거운 책임감이 부여됐고, 무조건 승리를 거둬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배수의 진을 친 그는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도 “이제 더 이상 KO로 끝내겠다는 욕심은 버린 지 오래됐다. 대신 어떤 식으로든 무조건 이길 것이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승리에 대한 갈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정찬성에게 ‘좀비’같은 난타전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리를 향한 뜨거운 열망은 다양한 옵션의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좀비의 판단력을 더욱 냉철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는 그의 말마따나 ‘링 러스트’가 허구가 될 것인지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2010년 조지 루프전 직후 정찬성이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남긴 심경고백 전문]

결국 말뿐인 파이터
아무 것도 못 보여줬다..
좀비 좀비 거리는 함성에 취해선
상대 얼굴에 기스 하나 못 내놓은 형편없는 타격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한방만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태클을 하는 게 무슨 죄인 것처럼
넘어뜨릴 생각한번 못해보고..
기절한다는 게 이렇게 무섭고 아픈 거였다..
마음도..
병원에 실려 가서 이 생각밖에 안했다.
머리 스캔 할 때도 내 팔에서 피를 뽑을 때도 한 가지만 생각했다.
다시는 이 짓 안하겠다고..
친구 준석이가 계속 생각났다 그 친구한테 일 배워야지
그냥 친구들 하는 것처럼 평범히 일하고 살아봐야지..
근데..
호텔로 돌아와서 팬들을 보고
조지루프의 비웃는 듯한 얼굴을 보고
방안에 가라앉은 분위기에 앉으니
모든 게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브라이언형님이 병원에서 해줬던 말들도 떠올랐다.
한국에서 싸웠던 것도 일본에서 싸웠던 것도..
겨우 이거하려고 내가 세계최고의 무대에 왔나..
여기서 끝내려고 군대 미루고 고등학생 때부터 이거 했나..
가장 큰 건..
내가 이거밖에 안됐나....
저 정도 선수한테 실신해버릴 실력밖에 안됐나..
그래서 한 번만 더 해보기로 했다.
남들과 다른 스타일인 내가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한 번도 다운당하지 않은 내 맷집이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근데 모든 걸 탑선수가 아닌 하위선수라고 생각했던 선수한테
다 깨졌다. 치욕스러운 더러운 꼴도 당했다.
그래서 다 바꾼다.
좀비 같은 거 아니래도 좋다 야유가 나와도 좋다.
누구한테 사랑을 못 받아도 좋다.
지금 이 마음이 약해져서 한국에서 열심히 안하게 될 거라는 거 잘 안다.
그렇지만 지금 이 가슴 미치도록 아픈 실신 패를 나중엔 잊게 되더라도
내 이 스타일 절대로 다신 써먹지 않는다.


[사진] ⓒZuffa, LLC/최웅재 작가, 박제영 PD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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