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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조형규 기자] '코리안 좀비' 정찬성(29, 코리안 좀비 MMA)이 마침내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UFC는 지난 4일 열린 디 얼티밋 파이터(The Ultimate Fighter) 24 피날레에서 정찬성의 복귀전 상대로 데니스 버뮤데즈(29, 미국)와의 대결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버뮤데즈는 현재 UFC 페더급 랭킹 8위에 올라있는 강자다. 강력한 파워를 앞세운 레슬러이면서 동시에 좋은 타격도 갖췄다. 많은 팬들이 3년의 공백 때문에 복귀전 첫 상대는 공식 랭킹 밖의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던 상황. 하지만 UFC는 시작부터 화끈하게 톱 랭커와의 5분 5라운드 메인이벤트 맞대결을 성사시켰다.

분명 정찬성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그래서 더욱 동기부여가 된다. 어차피 2013년 조제 알도와의 타이틀전 이후 버뮤데즈와 대결을 요청했던 적도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며 더욱 강한 믿음으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내 "지옥 같은 훈련으로 남은 두 달을 보낼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3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급하게 귀국한 정찬성을 직접 만나 긴급 인터뷰를 나눴다. 다음은 정찬성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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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년 6개월 만의 복귀전이 확정됐다. 일단 먼저 축하한다.
고맙다.

복귀전 상대로 데니스 버뮤데즈와 싸우게 됐다. 경기는 어떻게 성사됐나.
지난주에 매치메이커 션 셸비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대가 버뮤데즈인데 경기할 거냐고 물어보더라. 처음에는 당연히 3라운드 경기겠거니 생각하고 무조건 좋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5라운드 메인이벤트였다(웃음).

긴 공백기를 끝내고 돌아온 복귀전에서 바로 5라운드 메인이벤트를 치르는 게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시합 날짜가 우리시간으로 내년 2월 5일이다. 두 달 밖에 남지 않아서 5라운드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조금 촉박하다고 느껴졌다. 션 셸비에게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했는데, 2월 4일 파이트 나이트 대회 이후에는 메인이벤트 자리가 없다고 답변이 왔다. 그래서 그냥 흔쾌히 수락했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남은 두 달을 지옥같이 보내려고 한다.

그래도 이런 걸 보면 3년이 넘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UFC가 아직까지 파이터로서의 '코리안 좀비'를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UFC 측에서도 내 복귀전을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폭스 스포츠 1 방영 대회 메인이벤트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마침 그때가 또 NFL 슈퍼볼 주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거라고 션 셸비가 적극 추천했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는 순간 언더카드 경기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사실 당초 복귀전 상대로 원했던 선수는 BJ 펜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야이르 로드리게즈와의 대결이 확정되면서 기회가 날아갔다. 아쉽진 않았나.
너무 아쉬웠다. 일단 펜과 로드리게즈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 애리조나 피닉스인데, 내가 최근까지 훈련하던 MMA 랩 체육관 근처다. 만약 1월 대회에서 펜과 경기를 하라고 했어도 바로 수락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2월 경기보다 일정이 더 촉박해지는 것 아닌가.
어차피 MMA 랩에서 계속 훈련을 하고 있었다. 1월 경기였다면 아예 귀국 일정을 늦추고 한 달 정도 MMA 랩에서 더 훈련하다가 바로 경기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 이야기를 벤 헨더슨에게 말했더니 헨더슨도 굉장히 아쉬워하더라.

그런데 그 BJ 펜을 결국 만나긴 만났다. 옥타곤이 아닌 MMA 랩 체육관에서. 굉장히 어색한 표정으로 함께 사진도 찍고(웃음).
귀국 직전 마지막 날이었는데 펜이 행사가 있어서 MMA 랩에 방문했다. 내가 복귀전 상대로 펜이랑 싸우고 싶다고 말한걸 펜도 잘 알고 있다 보니 표정이 어색하더라. 그래도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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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후 복귀전이 바로 페더급 톱 랭커와의 대결이다. 어떻게 보면 아직 복귀전을 치르지 않아 페더급에서의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펜보다 랭킹 8위의 버뮤데즈가 더 어려운 상대라고 볼 수 있지 않나. 
버뮤데즈가 펜보다 더 강하다고도, 약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지난 2013년에 알도와의 타이틀전 이후 다음 경기로 버뮤데즈와 시합을 잡아달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 공백이 길어서 복귀전은 공식 랭킹 바깥에 있는 선수와 싸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처음부터 톱 랭커와의 경기가 잡혀 오히려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버뮤데즈 측의 반응은 어땠나. 정찬성 본인처럼 흔쾌히 수락했는지. 
처음 연락이 왔을 때 난 1~2시간 정도 생각하고 나서 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오히려 버뮤데즈 측에서 꽤 망설이더라. 하루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그쪽에서도 계약서에 사인했다.

상대인 버뮤데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타격을 장착한 레슬러다. 하지만 MMA는 모든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최근 들어 더 강하게 느낀다. 레슬링 베이스라고 해서 레슬링만 걱정하지 않는다. 모든 영역에서 이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고 보니 UFC 내에서 레슬러 타입의 선수와는 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차피 UFC에서 경쟁하려면 모든 타입의 파이터와 전부 싸워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누굴 만나더라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미국 애리조나 MMA 랩 전지훈련 일정이 있었는데 조금 빨리 돌아왔다. 아무래도 경기 때문인가.
그렇다. 원래는 12월 중순에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경기가 2월로 잡힌 만큼 일정을 급하게 변경했다.

미국 현지에서의 훈련은 어땠나. 이번 훈련을 통해 특별히 얻은 것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었는지.
정말 많다. 말로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도 종합격투기의 기술 수준이 굉장히 높고, 타격과 주짓수, 레슬링 등 각종 영역에서 극한을 달리는 스페셜리스트들이 몇 명씩 있었다. 그들에게 엄청나게 맞고, 굴러다니고, 꺾이고, 조여지면서 배웠다.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었다.

미국 현지의 명문 체육관인 만큼 스파링 파트너도 많았을 텐데 어땠나.
매주 토요일마다 시합을 방불케 하는 실전 스파링을 실시하더라. 1주일 간 훈련한 것들은 토요일 스파링을 통해 체크할 수 있었다. 내가 준비한 것들 중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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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혹시라도 추후 정찬성의 경기에서 MMA 랩의 헤드코치인 존 크라우치가 세컨드를 맡을 일은 없나(웃음).
아직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웃음). 이번 훈련 덕분에 많이 친해지긴 했는데 역시 언어와 소통의 문제가 크다. 사실 토요일마다 스파링 할 때도 크라우치가 세컨드를 봐줬는데, 싸울 때는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끝나고 나면 그제야 머릿속에 들어오고(웃음).

지난 11월 있었던 벤 헨더슨의 벨라토르 라이트급 타이틀전도 동석했다. 당시 헨더슨이 아쉽게 판정패를 당했는데 지켜본 느낌은 어땠나.
내가 도착했을 때가 마침 헨더슨의 경기 2주 전이었다. 미국에서는 차가 없어서 헨더슨 집에 머물면서 모든 스케줄을 같이 소화했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봤기 때문에 헨더슨이 경기에서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가 다 보였고, 그래서 패배가 더욱 아쉬웠다.

그래도 당시 헨더슨에 대한 현장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비록 판정패했지만 마치 진짜 승자는 헨더슨 같은 느낌?
물론 머리로는 포인트에서 밀린 헨더슨이 판정패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말한 대로 현장에서 관중들이 느끼는 그 엄청난 분위기가 있다. 헨더슨에게 정말 모든 관중이 환호를 보냈다. 적어도 현장 분위기에서는 헨더슨의 완벽한 압승이었다. 어쨌든 이것 또한 나에게는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아, 그리고 벨라토르 경기는 처음 가봤는데 벨라토르도 규모가 엄청 크더라(웃음).

좋은 경험이 됐다니 다행이다. 어쨌든 이제 앞으로 두 달 간 지옥의 훈련에 돌입할 텐데, 마지막으로 복귀전에 대한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오랜만의 복귀전이다. 하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고 나만의 경기를 펼치고자 한다. 다른 파이터들처럼 '무조건 KO로 끝내겠다' 같은 욕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됐다. 무조건, 어떤 식으로든 이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승리하게 된다면 자연히 그 경기가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재미있는 시합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기대해도 좋다.


[사진] 박제영 PD/MMA 랩 공식 인스타그램
[보정] 최웅재 작가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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