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투표에서 같은 팀 동료 둘이 동시에 선출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요?
지난 1936년 이래 같은 해에 두 명의 선수가 투표로 동시에 선출된 경우는 딱 한 번 있었습니다. 1974년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미키 맨틀과 투수 화이티 포드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인단이 선출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됐습니다. 그러나 당시 맨틀은 후보 첫 해였지만 포드는 2년차였습니다. 즉 후보 자격 첫 해에 두 명의 팀메이트가 동시에 선출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톰 글래빈과 그렉 매덕스는 사상 최초로 '후보 첫 해에 동시에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팀 메이트'라는 역사에 도전합니다. ⓒWikimedia Commons>

새 역사를 쓸 가능성이 있는 동료는 바로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입니다.
만 47세 동갑내기인 매덕스와 글래빈은 존 스몰츠와 함께 90년대부터 이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14년 연속 조 우승 전성기를 이끌던 당대 최고의 선발 투수였습니다.
우완 매덕스는 23년 선수 생활 통산 355승을 거뒀고 3.1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11승을 거둬 총 승수는 366승입니다. 투수에게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을 4번이나 수상했고 발군의 수비로 골드글러브 18번에 올스타에게 8번 선정됐습니다.
좌완 글래빈은 22년간 정규 시즌 305승에 포스트 시즌 14승 등 319승을 거뒀습니다. 사이영상을 두 번 받았고 올스타에 10번 뽑혔으며 실버슬러그를 3번 받아 타격솜씨를 뽐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투표인단이 600명에 이를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첫 해에 선정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2013 HOF' 투표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75%의 득표를 하면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되는데 작년 말에 실시한 2013 HOF 투표에서는 단 한 명도 선출되지 못했습니다. 후보들이 시원치 않아서는 절대 아닙니다. 3000안타 멤버 크렉 비지오가 도전장을 던졌지만 68.2%로 최다 득표를 하고도 탈락했습니다. 잭 모리스 투수는 14년째 도전에서도 67.7%에 그쳐 올해 마지막 기회까지 몰렸습니다.
투표에서 5% 이상 득표할 경우 15년간 후보 자격을 유지하지만 그때까지 뽑히지 못하면 후보 자격은 사라지게 됩니다. 제프 배그웰과 마이크 피아자는 각각 59.6%와 57.8%를 얻는데 그쳤고 팀 레인스(52.2%), 리 스미스(47.8%), 커트 실링(38.5%) 등도 필요한 득표수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또한 약물 시대를 대표하는 로저 클레멘스(37.6%)와 배리 본즈(36.2%), 새미 소사(12.5%) 등은 예상대로 저조한 득표에 그쳤고 다저스 타격 코치 마크 맥과이어는 7번째 투표에서 16.9%로 득표율이 더욱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올해 새롭게 후보에 이름을 올린 19명 중에 매덕스와 글래빈은 프랭크 토마스와 더불어 첫 해에 당선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선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새로 이름을 올린 후보 중에는 마이크 무시나, 노모 히데오, 케니 로저스, 제프 켄트, 모세스 알루, 루이스 곤살레스 등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선수들이 눈에 띕니다. 아만도 베니테스, 션 케이시, 레이 더램, 에릭 가니에, 자크 존스, 토드 존스, 폴 로두카, 리치 색슨, J.T. 스노우, 마이크 팀린 등도 모두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들도 첫 번째 투표에서 HOF 멤버가 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올해 45세인 거포 프랭크 토마스도 눈길을 끄는 선수입니다.
토마스는 19년 통산 521홈런에 1704타점을 기록한 당대 최고의 거포 중 하나로 특히 통산 타율 3할1리를 기록한 힘과 기를 보유한 발군의 타자였습니다. 그러나 토마스가 과연 지명 타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의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가 관심거립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지명 타자제도는 수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은근히 반쪽짜리 선수라는 시선을 피하기 힘듭니다.
역사상 최고의 지명 타자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이름인 에드가 마르티네스도 5년 연속 고배를 마셨는데 만약 토마스가 첫 해에 HOF에 뽑힌다면 사상 최초로 지명 타자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됩니다. 토마스는 생애 통산 5698타수를 지명 타자로 뛰었고 1루수로는 4334타수를 뛰었습니다. 마르티네스는 8674타수 중에 6218타수를 DH로 뛰어 지명타자의 비율이 훨씬 더 높기는 합니다.

<만약 매덕스와 글래빈과 함께 보비 콕스 감독이 베테랑 소위원회에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된다면 애틀랜타 브레이스는 최고의 경사를 맞게 됩니다. ⓒWikimedia Commons>

2014 HOF의 또 한 가지 관심거리를 보비 콕스 감독입니다.
기자단 투표 외에도 매년 베테랑 소위원회에서도 야구사에 기여한 인물들을 HOF 멤버로 선정하는데 올해 후보군이 쟁쟁합니다. 올해 이름을 올린 12명의 후보 중에는 최근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보비 콕스와 조 토리, 토니 라루사 등 당대 최고의 감독들이 포함됐습니다. 작고한 뉴욕 양키스의 전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와 그와 뗄 수 없는 감독 빌리 마틴 역시 후보입니다. 선수 노조의 대부 격이던 마빈 밀러도 후보에 올랐습니다.
16명 소위원회에서 선정할 HOF 멤버는 한국 시간 오는 10일 시작되는 윈터 미팅 첫 날에 발표되는데 만약 콕스 감독이 뽑힌다면 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활약하던 두 명의 선수와 감독이 동시에 선정되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글래빈과 매덕스는 콕스 감독 밑에서 10년간 함께 마운드를 지켰습니다.

2013년에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단 한 명의 선수도 기자단 투표에서 75%의 득표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달라질 것은 분명합니다. 기존 후보인 비지오와 모리스 등이 뽑힐 가능성이 큰데다 매덕스, 글래빈, 토마스가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자단 못지않게 팬들 역시 HOF 첫 해 후보에게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ESPN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매덕스와 글래빈이 첫 해에 뽑힐 것이라고 답한 팬은 각각 70%와 52%에 그쳐 75%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명예의 전당 투표는 12월말까지 마감되며 2014년 1월9일에 발표됩니다.

이 기사는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Wikipedia, minkiza.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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