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양키스의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에이로드)는 금지약물 사용으로 211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습니다. 그가 이 징계에 항소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습니다. 거듭된 거짓말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에이로드가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의 터무니없이 많은 남은 연봉 때문입니다.

올해 38세인 에이로드는 부상으로 전혀 뛰지 못하다가 지난 6일 돌연 복귀했습니다. 징계가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시점이었습니다. 복귀 이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남은 연봉이 크게 작용을 했음은 분명합니다. 에이로드의 계약은 2017년, 그가 만으로 42세가 되는 해에나 끝납니다. 올 시즌을 포함해 남은 봉급이 우리 돈으로 무려 1250억 원이 조금 넘습니다. 야구선수로는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인데 올 시즌을 포함해 5년간 연 평균 250억 원 이상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바로 양키스 구단입니다. 재계약을 할 때부터 말이 많더니 결국 대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양키스는 그 외에도 올해 딱 15경기를 뛴 1루수 마크 터셰어러와 향후 3년간 약 740억 원, 10승10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하고 있는 좌완 에이스 CC 사바시아와 3년간 약 840억 원의 계약이 남아있습니다. 에이로드까지 하면 내년부터 계약 종료시까지 남은 봉급이 세 선수에게만 2500억 원이 넘습니다. 사바시아와 터셰어러는 그나마 아직 만 33세입니다.

그런데 현역 선수 중에는 에이로드의 계약에 버금가는, 잠재적으로 팀에 재앙이 될 수 있는 계약이 상당 수 있습니다. 이미 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더욱 큰 고충을 안겨줄 수 있는 거액의 장기 계약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팀과 선수를 뉴욕 포스트에서 꼽아 봤습니다. 일면 이해가 가지 않는 계약으로 가끔씩 황당 뉴스를 터뜨리는 MLB의 현실이 보입니다.

<에인절스의 두 명의 거포를 거액의 장기계약으로 영입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고민이 보통이 아닙니다. 사진=에인절스 홈페이지>

알버트 푸홀스 - 10년 2640억 원

2011시즌을 끝으로 FA가 된 알버트 푸홀스가 친정팀이 제시한 9년 계약을 뿌리쳤을 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과 팬들은 큰 실망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현역 최고의 타자 중에 하나, 어쩌면 최고 중의 최고로 카디널스의 전성기를 이끌던 푸홀스는 결국 10년 계약을 제시한 LA 에인절스로 이적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카디널스 구단은 아마도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겁니다.
생애 최악의 스타트로 2012시즌을 시작한 푸홀스는 그나마 30홈런 105타점으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데뷔 후 최악인 2할8푼5리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13시즌 조시 해밀턴까지 영입하며 AL에서 월드시리즈에 가장 근접한 팀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푸홀스는 2할5푼8리 17홈런 64타점을 끝으로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습니다. 에인절스는 54승66패로 새로 가세한 휴스턴이 없었다면 서부조 바닥에 떨어졌을 겁니다.
더 큰 문제는 푸홀스의 연봉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거액으로 치솟는다는 것입니다. 작년과 올해는 1200만 달러와 1600만 달러를 받았는데 내년 연봉은 2300만 달러, 약 250억 원이고 매년 100만 달러씩 인상돼 2012년에는 약 360억 원이 됩니다. 그의 나이는 만 41세가 됩니다. 게다가 지난 주 푸홀스가 금지약물을 사용했다는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진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푸홀스는 당장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에인절스 구단은 이래저래 골치가 아픕니다.

라이언 브론 - 8년 495억 원(2008~15) + 5년 1155억 원(2016~2020)

올해 브런의 연봉은 850만 달러, 약 93억 원에 불과(?)합니다. 결국은 금지 약물 사건으로 65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으니 브런에게는 그나마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즌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올해 연봉에서 65경기만큼의 봉급을 못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밀워키 구단이야말로 참 난감해졌습니다. 2011년 4월 하순 밀워키는 2015년까지 계약돼 있던 브런과 2020년까지 5년 연장 계약을 맺었습니다. 바로 그 시즌에 브런은 41홈런 112타점의 맹활약으로 NL MVP를 차지해 밀워키의 연장 계약은 신의 한 수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나고 금지약물 사용으로 징계를 받았다가 소송으로 번복이 됐다가 시끄럽더니 결국 올 시즌 중반에 장기 출전 정지를 당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7년간 거의 1300억 원의 계약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브런이 아직 만 29세지만 약물 없이 돌아올 브런이 어떤 실력을 보일지도 미지수인데다, 신뢰가 완전히 떨어진 선수와 앞으로 7년을 더 함께 가야합니다. 1년에 200억 원 이상의 연봉을 지불하면서.

조시 해밀턴 - 5년 1375억 원

LA 에인절스의 골칫거리를 푸홀스만이 아닙니다. 지난겨울 같은 조 라이벌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FA로 풀린 해밀턴을 5년 계약으로 영입했을 때만해도 에인절스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푸홀스가 깨어나고 해밀턴까지 가세하면 에인절스의 타선은 마이크 트라웃, 마크 트럼보 등과 함께 최강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푸홀스가 기대 이하였던 것만큼이나 해밀턴 역시 기대에 못 미칩니다. 우선 타율이 2할2푼8리로 형편없고 출루율도 3할에도 한참 못 미치는 2할8푼2리입니다. 17홈런에 58타점을 올리고는 있지만 평균 연봉이 250억 원이 넘는 선수에겐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그의 연봉 구조를 보면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1500만 달러지만 2014년에 약 250억 원이고 2015~16년에는 각각 330억 원씩을 받게 됩니다. 만 37세가 된 해밀턴이 어떤 성적을 보여줄지 에인절스 관계자들은 상상도 하고 싶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11년 월드시리즈는 푸홀스의 카디널스와 해밀턴의 레인저스의 대결이었습니다. 이제 두 선수가 에인절스에서 뭉쳤는데 올해도 카디널스와 레인저스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 유력한 가운데 에인절스는 레인저스에 14게임차로 뒤져 있습니다.

라이언 하워드 - 5년 1375억 원 + 2017년 옵션

이번주 초의 한 인터뷰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무릎 부상으로 빠진 주포 라이언 하워드가 시즌 중에 복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100% 컨디션을 회복하면 모를까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17일에는 찰리 매누엘 감독이 전격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4승19패의 최악의 슬럼프로 NL 동부조 4위로 추락한 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대변합니다.
필리스는 2012시즌을 앞두고 하워드와 5년 1375억 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06년부터 4년간 198홈런으로 맹활약을 펼친 하워드였지만 2010년에는 31홈런, 2011년에는 33홈런으로 파괴력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빅리그 데뷔가 늦어 이미 서른을 넘긴 하워드였는데 5년의 장기 고액 계약에는 많은 물음표가 달렸습니다. 그리고 2012시즌 하워드는 부상으로 71경기밖에 뛰지 못하며 14홈런 56타점에 그쳤고 올해 역시 부상에 시달리며 80경기에서 11홈런 43타점이 전부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필리스는 앞으로 3년간 935억 원, 연 평균 300억 원 이상의 연봉을 그에게 지불해야 합니다. 만 33세에 부상이 잦아지고 있는 이 거포가 더 이상 거포의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필리스의 고민은 앞으로 3년 내내 이어질 것입니다.

B.J. 업턴 - 5년 830억 원

지난겨울 애틀랜타는 업턴 형제의 재회를 연출하면서 브레이브스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트레이드로 저슨턴 업턴을 영입했고 FA가 된 B.J.는 5년 계약을 안기면서 공수를 겸비한 형제 선수를 라인업에 나란히 두게 됐습니다. 그런데 동생 저스틴은 팀 최다 22홈런에 61타점을 올리며 활약을 펼치는 반면에 형 B.J.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DL에도 올랐던 B.J.는 1할8푼8리에 8홈런 21타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그나마 덜하지만 구단 관계자들에게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향후 4년간 브레이브스는 B.J,에게 690억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1할대의 타자에게 연 평균 170억 원 이상을 매년 지불해야 한다면 팬들의 비난도 그렇지만 그런 계약을 체결한 구단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최악 계약 후보들

뉴욕 포스트는 그 외에도 엘비스 앤드루스와 맷 켐프 등을 최악의 계약 후보로 언급했습니다. 텍사스는 유격수 앤드루스와 9년 약 1400억 원 계약을 체결했는데 올해 2할5푼5리에 1홈런 40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망주 저릭슨 프로파의 앞길만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집니다.
디트로이트의 프린스 필더는 앞으로 7년간 1850억 원 정도의 계약이 남았습니다. 필더는 올해 18홈런을 치고 있습니다. 푸홀스나 해밀턴보다 1개가 많은 빅리그 홈런 공동 28위입니다. 이혼 소송 사실이 최근 밝혀지는 등 주변도 복잡합니다.
6년간 1400억 원이 조금 더 넘는 다저스 맷 켐프의 계약도 잠정적으로 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년에 부상으로 50경기 이상 결장했던 켐프는 올해도 62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5홈런 27타점이 전부입니다. 부상 바이러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가 앞으로 6년간 평균 23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면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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