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취재를 마치고 LA에 들려 스캇 보라스(61)를 만났습니다. 프로야구 선수에서 변호사로 그리고 다시 에이전트로 변신한 보라스는 30년 넘게 오직 프로야구 선수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미국 프로야구를 쥐고 흔드는 인물이 됐습니다. 그는 류현진과 다저스의 6년 계약을 성사시키며 한국에서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불과 이틀 전에도 선발 투수 카일 로시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3년 3300만 달러 계약을 개막 직전에 성사시키며 여전히 열정적으로 활동을 펼치는 보라스가 걸어온 길과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소개합니다.

< la남쪽 뉴포트비치의 사무실에서 만난 보라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30년 넘게 MLB 최고의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 ⓒ민기자닷컴 >

-오랜만이다. 올 겨울도 몹시 바빴는데.


▶그렇다. 매년 겨울이면 몹시 분주하다. (웃음) 언제 미국에 왔나?

-열흘쯤 됐다. 애리조나에 가서 추신수와 류현진을 만나고 왔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이 벌써 20년이 되간다. 박찬호가 더블A 샌안토니오에서 뛸 때 처음 만났으니.


▶그렇다. 1994년이니 벌써 그렇게 됐다. 찬호라는 젊은 투수의 이야기를 들었고 던지는 것을 직접 보러 갔었다. 역시 대단한 재능을 지닌 투수였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것을 확신했었다.

-선수 출신이고 대학도 야구 장학생이었다. 그리고 마이너리그까지 잘 했는데 야구를 그만 둔 이유는 뭔가.

▶대학을 나와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마이너리그 올스타에도 뽑히고 카디널스 마이너리그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상당히 좋았는데 무릎 수술을 받게 됐다. 그리고 또 수술을 받았고, 세 번째 무릎 수술을 받은 후에는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법대에 들어갔다.

-변호사 자격증은 물론 약학박사 학위도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지.


▶변호사로 일할 계획이었지만 의학 계통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법대와 의대를 모두 다녔다. 결국 시카고에 있는 의료법을 주로 다루는 로펌의 변호사가 됐다. 대형 의약회사가 주 고객이었다.

-일반 학생도 법대와 의대를 졸업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데, 프로 야구 선수가 어떻게 그걸 이뤄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공부를 정말 잘 했나보다.

▶공부를 꽤 잘하긴 했다. (웃음) 대학 때 하루는 화학 교수님께서 한 말씀이 있다. 내가 뛰어난 야구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상의 위험도 있고 신체적인 운동으로 이룰 것보다 머리를 써서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돈도 많이 벌수도 있다는 말을 하셨다. 그 말을 늘 명심했었고, 공부도 늘 열심히 했다. 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자랐고 농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전문적인 일을 평생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교수님의 조언이 적중한 셈이었다.

< 박찬호의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식, 오른쪽이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끌어낸 스캇 보라스 ⓒ민기자닷컴 >

-그런데 변호사에서 어떻게 에이전트가 됐나.

▶늘 젊은 선수들을 돕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처음에는 무료 봉사 같은 개념이었다. 처음에 계약한 두 선수가 팀 벨처와 커트 스틸웰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들이 드래프트에서 1,2번으로 뽑혔다. 그런데 드래프트 보너스는 당시 17년간 똑같았다. 1965년에 처음 드래프트가 실시됐고 사이닝 보너스가 10만 달러였는데 1982년에도 액수가 똑같았다. 선수를 대변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 드래프트 선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고민이 시작됐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에이전트 일을 하게된 건가.

▶그러다가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던 마이너 시절 친한 동료이던 키스 에르난데스, 마이크 피셔 등이 내게 에이전트가 돼줄 것을 요청했다. 야구도 했고 변호사이기도 하니까 자신들을 잘 대변해줄 것이라고 했다. 사실 크게 생각한 것은 아니고 친구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였는데 협상을 하면서 묘한 점을 느꼈다. 구단을 대표해 협상을 하는 사람들은 야구를 해본 적이 없었고 그들의 말이 잘못된 점을 많이 집어낼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선수를 대변하는 에이전트 역시 야구를 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팀이 협상을 늘 주도하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전문적으로 에이전트가 될 의도는 없었던 것이네.

▶사실 그렇다. 12년간 대학과 법과 의학 공부를 했고 변호사로도 잘 하고 있었다. (웃음)

-그런데 벌써 30년 넘게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드래프트 픽의 보너스나 최고 연봉 계약 등 소위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에이전트 보라스를 끝없이 전진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
▶변호사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로펌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지만 결국은 대기업의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었다. 나는 야구를 정말 사랑하고 선수들은 협상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하는 일의 70% 이상이 협상과는 무관한 일이다. 선수들이 어떻게 야구를 잘 하고 삶을 잘 살고 부상 관리를 하고 성공과 실패를 감당할지를 카운슬링 한다. 그래서 자체 체육관도 운영하고 스포츠 심리학자도 고용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선수들이 최고의 결과를 내도록 돕고 있다.
궁극적으로 최상의 협상을 끌어내는 것은 선수가 최고의 성적을 올릴 때 가능하다. 솔직히 협상 과정은 내가 즐기는 부분은 전혀 아니다.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이야기하고 조언을 하고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주고 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매일 매일 야구에 도전해 이겨내도록 선수를 돕는 것. 그것이 이 일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보라스 하면 구단이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물론 사람들은 늘 우리를 협상과 돈으로 연관시킨다. 그게 드러나기 쉬운 지표니까. 그러나 실제로 어렵고 중요한 것은 선수가 최고의 경기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가 협상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과정에 비하면 협상 자체는 정말 짧은 마지막 단계에 불과하다.

-박찬호가 FA가 됐을 때 두터운 사전 같은 소개 책자부터 철저한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75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나의 원칙은 나보다 훨씬 똑똑한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다. (웃음) 수학자와 과학자와 통계학자 등 하버드, MIT, 스탠포드 등 명문 대학 출신 직원들이 1년 내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선수의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하고 구단에서의 선수의 마케팅 가치를 높이는 일 등을 한다. 선수의 가치를 최고로 높이는 작업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시작점은 것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도 똑같은 능력을 발휘할 정신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오래 능력 발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MLB 선수의 평균 수명은 3년 이하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거의 평균 10년간 빅리그에서 활약한다. 야구 선수를 트레이닝 하는 일은 다른 종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우리에게 많은 다른 종목 선수들이 연락을 해오지만 오직 야구 선수만 관리하는 것이다.

-30년 전에 홀로 시작할 때도 이렇게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나.

▶처음 에이전트로 야구계에 발을 디뎠을 때 팀이 선수들과 어떤 식으로 협상을 하는지를 보고 야구 시스템에 밸런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팀이 제공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선수가 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필요한 것도 대단히 많았다. 그 밸런스가 야구를 공정하게 발전시킨다고 생각했다. 야구는 예측불허, 누가 이길지 모르는 미스터리의 스포츠 아닌가. 팬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자면 선수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선수들이 각종 정보를 정확히 얻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 보라스는 경험과 공부와 함께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자기의 길로 가라고 조언했습니다. 많은 한국 선수의 빅리그 진출도 확신했습니다. ⓒ민기자닷컴 >

-아직 한국 프로야구에는 에이전트 제도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제2위 스캇 보라스가 되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우선은 기초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야구를 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다. 야구에 도전하고 야구에 압도당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느끼고 알아야 한다. 정말 잘 되는 날도 있다가 또 전혀 안 되기도 하는 것이 야구다. 또한 전혀 예측 불허의 일들이 발생한다. 부상이 찾아오기도 하고. 그리고 법대에 진학하라. 그 경험을 법적인 면에 적응해보라. 내 경우를 얘기하라면 난 운이 아주 좋았다. 야구를 했고 아버지는 가난한 농부였지만 야구로 장학금도 받았고 프로 선수로 보너스도 받았고 그것으로 법대와 의대 공부도 했다. 우선은 직접 경험을 하고 부딪치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러나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대도 그렇고.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을 했을 때 아주 똑똑한 여학생이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좋은 생각인데 선수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알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

-뭐라고 답하던가.


▶그랬더니 하버드에서 공부했고 등의 자기소개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미리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각종 제안을 받고 누구나 접근하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선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판사의 성향이나 그전에 있던 유사한 재판의 결과 등을 철저히 공부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여학생이 자기가 대답을 잘못했다고 하기에 배우는 과정이니 미래에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겠다.

▶앞으로 한국 선수들도 빅리그에 많이 진출할 텐데 그렇다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미래에는 일본보다 훨씬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다. 왜냐고 물으면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이다.

-개인 의견인가, 아님 확신인가.


▶확실한 사실이다. 한국의 야구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아주 유사하다. 류현진에게 추신수를 어떤 식으로 상대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몸쪽 공략을 하겠다고 하더라.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추를 상대하는 방법이다. 류현진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도 한국에서 배운 그의 야구 본능이 이곳의 야구 본능과 아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본 야구는 많이 다르다. 문화도 많이 다르고, 그래서 미국에 오면 배워야할 것이 훨씬 많다. 물론 성공적인 선수도 있었다. 이치로는 정말 빨랐고, 마쓰이는 일반 일본 선수와는 전혀 다른 강한 신체를 보유했다. 스피드나 힘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선수 중에는 그런 선수가 아주 많다.

-류현진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칠 텐데.


▶류는 체격과 힘은 이미 보유했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컨디셔닝과 일정 등에 적응해야 한다. 5일마다 던지는 것과 1주일에 한 번 던지는 것은 크게 다르니까. 그러나 야구 본능과 성격은 타고났다. 그는 콜롬보 형사랑 유사하다. (웃음) 질문을 던지기 전에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아쉽게도 내가 한국어는 못하지는 그의 야구 본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며칠 전에 그를 만났는데 많은 코리언 빅리거를 취재했지만 이 친구처럼 여유 있고 긴장하지 않는 선수는 처음 봤다.

▶아인슈타인이 많은 방정식을 창조했지만 늘 머리를 빗지 않았다고 했다. (웃음) 늘 느긋하고 여유가 있었던 것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많은 한국 선수와 계약하겠다.

▶우리는 선수를 선별해 계약한다. 지금까지 3명의 한국 빅리거와 2명의 마이너리거와 계약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많은 한국 프로 선수가 미국에 진출할 것이다. MLB는 파워 피처와 파워 히터를 필요로 한다. 한국은 그런 선수들을 계속 배출할 것이다. 야구를 하는 어린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마지막으로 제2의 스캇 보라스가 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절대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고 염원하지 말라. 거울을 보고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라.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남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좋지만, 항상 자신의 길을 가라. 이건 좀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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