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필더가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야구는 한 선수가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명 들어왔다고 해서 우리가 위축되거나 그럴 것은 전혀 없다.'-추신수
캠프에서 만난 추신수가 한 이 말이 아메리칸리그 중부조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 화끈하게 투자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분명히 서류상으로는 1강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급성장한 캔자스시티 로열스나 추신수의 부활을 고대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조금 멀어진 듯도 하지만 늘 무시할 수 없는 팀입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봐도 화이트삭스, 트윈스, 타이거즈, 인디언스 등이 치열한 각축을 벌인 혼전의 지구였습니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요? (괄호 안은 작년 성적)

(왕자님 필더의 가세로 타이거즈는 AL 중부조 2연패에 더욱 다가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디트로이트 타이거즈(95승67패 1위)


미국 경제의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그 중에도 자동차 산업이 중추인 모터 시티 디트로이트는 직격탄을 맞는 도시지만, 작년에 이어 올겨울에도 타이거즈는 거침없는 투자를 했습니다. 9년 2억 달러가 넘는 투자로 거포 프린스 필더를 잡았습니다. 미겔 카브레라가 1루에 버티는데도 말입니다. 환상의 좌-우 원투 펀치가 된 필더와 카브레라는 작년에 68홈런, 225홈런을 합작했습니다. 카브레라가 3루로 다시 옮기는 것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타선의 무게는 확실히 묵직해졌습니다. 조니 페랄타, 알렉스 아빌라, 오스틴 잭슨 등의 조연급도 나쁘지 않습니다.
최다 유니폼 기록을 세운 노장 투수 옥타비오 도텔과 포수 제러드 레어드도 영입했고 라몬 산티아고와는 2년 재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매글리오 오도네스, 카를로스 기옌 등의 노장은 떠났고 페니, 베티미, 주마야도 갔습니다. 가장 큰 타격은 아킬레스 수술을 받은 빅토로 마르티네스가 시즌 아웃이라는 점인데 왕자님의 가세로 상쇄효과는 충분하다는 낙관론입니다.

정작 호랑이가 무서운 다른 이유는 바로 최강 저스틴 벌랜더(25승5패 사이영상과 MVP 동시 수상)가 이끄는 투수진입니다. 작년 후반기 가세해 8승1패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인 덕 피스터가 올해는 과연 풀 시즌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큽니다. 포스트 시즌에 다소 부진했지만 슈어저는 3선발로, 포셀로는 4선발로 훌륭합니다. 마무리 호세 발버데이는 세이버 상황이 아닌 경우 평범 이하였지만 49번의 세이브 기회에서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정말 기이한 완벽함을 과시했습니다. 셋업맨 요아킨 베노아도 자리를 잡으며 기대만큼 올라왔습니다.

타이거즈 투수진이 MLB 최강은 아니지만 AL 중부조에서는 가장 강해보입니다. 수비가 약간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전력도 중부조 최강은 분명합니다. 핵심 멤버의 큰 부상 등의 변수만 아니면 분명히 2연패의 가능성이 큽니다.

(밝은 모습의 추신수가 인디언스 타선을 이끌고 반전을 노립니다.)

2. 클리블랜드 인디언스(80승 82패 2위)


작년 시즌 초반의 기세는 대단했습니다. 5월까지 30승15패로 빅리그 전체 1위의 성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추신수를 비롯한 주전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추락하더니 결국은 후반기에 완전히 밀렸습니다. 유망주를 통째로 내준 우발도 히메네스 영입도 4승에 그친 실패작이었습니다.
가난한 팀 인디언스는 겨울에도 조용했습니다. 옵션 포기 후 500만 달러에 재계약으로 마지막 기대를 건 그레이디 사이즈모어는 더 이상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안타까운 영혼이 돼 또 DL에 갔습니다. 노장 땅볼 투수 데릭 로우와 수비가 좋은, 그러나 또 좌타자인 1루수 캐이시 코치맨, 아직 빅리그 입증이 안 된 오른손 타자 러즈 캔즐러를 영입하기는 했습니다.

추신수의 성공적인 재기에 큰 희망을 걸고 있는데 시범 경기에서의 모습은 좋습니다. 물이 오른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와 카를로스 산타나, 그리고 계약 마지막 해인 트레비스 해프너, 거기에 1년 경험이 쌓인 마이클 브랜틀리, 로니 치슨홀과 제이슨 킵니스 등이 정상 가동하면 타선은 수준급 이상입니다. 라포타 프로젝트 실패로 우타 거포가 없는 것이 약점이지만 괜찮습니다.
그러나 파우스토 카르모나가 위조 서류로 도미니카에 묶이면서 이탈한 선발진은 매스터슨-히메네스-로우-조시 톰린 등으로 끌어가야 합니다. 타이거즈에 비하면 에이스도 그렇고 구성 면에서 밀리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지난 2년간 팀의 핵심 전력인 불펜도 마무리 크리스 페레스가 스프링 첫 불펜에서 부상으로 쓰러져 구단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다행히 25일 마이너 경기에 처음 실전 등판해 1이닝 동안 건재를 과시해 인디언스 팬에게는 안도.

인디언스는 분명히 타이거즈에 도전할만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할 수 있는 승수와 실제로 거둘 수 있는 승수 사이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대전제를 이뤄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에릭 호스머는 로열스의 새로운 스타로 뜨겁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3. 캔자스시티 로열스(71승 91패 4위)


리빌딩이 거의 완성 단계입니다. 그런데 리빌딩의 완성이 곧바로 조우승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숙성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로열스의 40인 로스터 평균 연령은 26.2세로 MLB 30팀 중에 최연소입니다. 미래는 더없이 밝지만 당장 호랑이의 가죽을 벗길 수 있는 노련미는 없습니다.
겨울 동안 로열스는 작년 좋은 활약을 보인 중견수 멜키 카브레라를 보내고 샌프란시스코의 좌완 조너던 산체스를 받았습니다. 또 다른 조너던, 브럭스톤과 400만 달러 계약을 한 것은 다행입니다. 작년부터 이상을 보인 요아킴 소리아가 결국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선발진은 산체스-호체버-돌아온 브루스 첸-파울리노-더피로 이끌어갈 선발진은 아무래도 무게감은 떨어집니다. 마이너에 유망주들이 넘쳐 난다고 하지만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 빅리그에 올라와 입증을 해야 합니다. 마이크 몽고메리와 크리스 드와이어의 작년 마이너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고 존 램은 팔꿈치 수술을 받았습니다.
타선은 익사이팅합니다.
28세의 제프 프랑코어(.285-20홈런-87타점)가 가장 노장인 라인업은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알렉스 고든(.303-23-87)과 빌리 버틀러(.291-19-95) 그리고 작년에 신인왕 3위에 오른 에릭 호스머(.293-19-78)와 후반기에 무섭게 살아난 마이크 무스타커스(9월 .352-4-12) 등 충분한 불꽃놀이를 팬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로렌조 케인, 살바도르 페레스, 조니 지아보텔라 등의 이름과도 조금 더 친숙해질 것입니다.

로열스의 미래에 이견을 다는 전문가나 팬은 없습니다. 그러나 미래가 하루아침에 다가올 수는 없는 법. 올해가 그 예열 과정의 마지막 계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첫 승률 5할 이상 시즌과 함께 로열스 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4. 시카고 화이트삭스(79승83패 3위)


켄 윌리엄스 단장의 생명력은 대단합니다. 계속된 트레이드와 FA 영입 실패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팀의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신예 감독 로빈 벤추라에게 무거운 짐을 안겼습니다.
결국 화이트삭스의 선택은 리빌딩밖에 없었습니다. 오지 기엔 감독과 함께 좌완 에이스 마크 벌리가 플로리다로 떠났고 카를로스 퀜틴은 샌디에이고로 보냈습니다. 마무리 서지오 산토스와 제이슨 프레이저는 토론토로 갔고 노장 후안 피에르도 재계약 포기했습니다.

공격라인을 볼까요?
떠넘길 수 없는 짐이 된 애덤 던과 알렉스 리오스는 예측 불허, 아니 실은 부정적인 예상 쪽에 가까운 중심 타자이고 오랫동안 중심을 잡아준 폴 커노코는 만 36세 노구를 이끌고 타선을 끌어줘야 합니다. 노장 포수 피어진스키를 시범 경기 2번에 배치했을 정도고, 피어나지 못한 유망주 고든 베컴은 결국 잘해야 8.9번 타자로 굳어졌습니다. 다이안 비시에도와 데 아자, 모렐 등이 그나마 작은 희망입니다.
예상선발진을 보면 존 댕크스(8승12패)-개빈 플로이드(12승13패)-제이크 피비(7승7패)-필 엄버(9승9패)-크리스 세일(2승2패 8세이브 16홀드)입니다. 10승 투수 하나에 승률 5할 이상의 투수는 없습니다. 마무리는 어쩔 수 없는 맷 손튼의 이름을 올리기는 했습니다. 구위는 엄청난 좌완이지만 제구력이 흔들리는데다 작년에 잠깐 마무리시켰더니 4연속 블론 세이브라는 참사를 겪어 새가슴 딱지를 달았습니다.

마이너리그 감독 경험도 전혀 없는 벤추라 신임 감독에게 행운을 빕니다.

5. 미네소타 트윈스(63승99패 5위)


어쩜 트윈스가 화이트삭스를 제치고 4위에 오를지도 모릅니다. 특히 시범 경기에서 저스틴 모노가 약간 살아나고 있어 희망이 조금 커집니다. 그러나 4위인들 5위인들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요.
트윈스는 작년에 29년 만에 최악인 99패를 당했습니다. 올겨울 변화는 이리저리 따져보면 현상유지 정도입니다. 마이클 커다이어, 제이슨 쿠블, 조 네이선 등 터줏대감들이 떠났습니다. 케빈 슬로위도 트레이드됐습니다. 대신 조시 윌링햄과 3년 210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제이미 캐롤, 라이언 더밋, 제이슨 마퀴, 조엘 주마야 등과 1년 계약했습니다. 주마야는 이미 시즌 아웃. 마무리 맷 캡스는 1년 재계약했습니다.

트윈스가 그나마 희망을 걸려면 모노와 함께 조 마우어가 살아나야 합니다. 마우어는 스프링 13경기에서 홈런 없이 3할3푼3리에 6타점입니다. 모노가 조금 살아났다는 것은 최근 한 경기 2홈런 5타점을 한 때문이지만 13경기 타율은 1할5푼4리입니다.
늘 이 팀의 강점이던 투수진도 거의 최약체 수준입니다. 파바노(9승13패)-리리아노(9승10패)-베이커(8승6패)-블랙번(7승10패)-마키(8승6패) 혹은 드웬싱(9승14패)으로 구성될 선발진에는 작년 10승 투수가 하나도 없습니다. 트윈스의 중추이던 불펜은 투수에게 유리한 타깃필드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노장 네이선이 떠나고 15세이브의 캡스가 마무리를 풀 시즌 맡게 됩니다.

론 가든하이어 감독의 매직을 발휘하기엔 재료가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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