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고 좌완 에이스 김성민(17)의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 계약이 확정됐습니다.
계약금 57만5000 달러를 올해와 내년에 두 번에 나눠서 받고 올해부터 마이너리그에 합류하는 조건입니다.

과거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한국 선수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김선우, 조진호, 송승준, 이상훈 등을 영입했던 댄 두켓 단장이 작년에 오리올스 부사장으로 가세하면서 동양권 선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극동담당 스카우트 국장으로 임명된 레이 포이트빈트씨가 최근 한국을 방문, 김성민 선수를 최종 점검하고 협상 끝에 오리올스 입단이 확정됐습니다.
포이트빈트는 "김성민은 몸이 유연하고 공을 던지는 재능이 뛰어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력이 아주 강하다.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는 결국 정신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그는 오리올스의 미래이며 스타 투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대한 스카우트의 평가는 '김선우처럼 공격적으로 씩씩하게 던지는데, 더 부드럽고 유연하다.'라는 것입니다.

빌리 와그너를 좋아한다는 김성민은 "미국 야구가 어떤 면에서 선진 야구인지 보고 싶다. 열심히 배우고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겠다."라고 다부지게 말했습니다. 두켓 부사장의 첫 작품인 만큼 구단에서 많은 신경을 쓰고 키울 것이라는 이점도 있습니다. 다소 성급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구단은 김성민이 3년 안에 빅리그의 맛을 보게 될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최근 볼티모어와 계약한 김성민(사진 좌)과 볼티모어 더블A에서 뛰게되는 최은철ⓒ민기자닷컴)

그런데 김성민의 오리올스 입단을 두고 야구계가 시끄럽습니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선수가 MLB 팀과 계약한 것은 지난 199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한 봉중근 이후 처음입니다. 그 후로도 50명 가까운 유망주가 빅리그 팀과 계약했지만 대부분 고고 졸업 후, 혹은 대학 재학 중에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KBO와 대한야구협회는 한국유망주 입도선매가 지나치다며 강력 항의와 상벌 위원회를 여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국내 야구의 보호 차원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번 김성민의 경우를 보면서 몇 가지 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고교 재학생의 빅리그 계약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점을 MLB 측에 강력히 전달하고 재발 방지내지는 금지 규정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합니다. 현재 매년 열리는 MLB 드래프트에서는 고교 졸업생이나 대학 2년을 마친 선수가 대상입니다. 그런데 외국 선수의 경우는 만 16세가 지나면 계약을 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런 불평등 규정은 반드시 수정돼야 합니다.
KBO의 양해영 사무총장은 "무분별한 국내 선수 계약을 자제하라는 항의 서한을 MLB 사무국에 발송할 것"이라며 "반드시 시정될 수 있도록 일본, 대만과 공조할 의사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조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실효성 있는 규정이 확실히 자리를 잡기를 바랍니다. 고교생이 미국 팀과 계약을 맺어버리면 사실상 어떤 후속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적어도 고교 졸업을 한 후에나 계약할 수 있다는 한-미 양측이 합의한 조항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유망주의 미국 진출을 강제로 막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사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대한야구협회도 1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번 사태를 논의하는데 영구제명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이미 프로팀과 계약했으므로 아마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데 아직 고3이 남았으니 혹시라도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없어야 하기에 영구제명을 시킨다.'라는 요지입니다. KBO도 미국에 진출한 선수는 국내도 복귀하면 2년간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야구 선수가 미국에 진출하려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입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조기 유학을 선택한다고 해서 그것을 막는 법은 없습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귀국하면 2년간 취업을 할 수 없다'같은 규정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경우가 조금 차이는 있지만 축구의 박주영은 고교 때 브라질 축구 유학을 다녀왔고 기성용은 호주 고등학교에 편입해 축구를 하며 영어를 배웠습니다. 동북고를 중퇴하고 독일로 간 손흥민은 만약 귀국하면 FC 서울에서 뛰게 돼있습니다. 어려서 외국에 진출한 선수의 영구제명, 혹은 2년간 취업 금지 등의 규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야구만 이런 규정을 만들고 선수를 징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규정은 '개인경제로서의 소득활동을 자기가 원하는 바에 따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헌법 제15조)'를 해치는 위헌 조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망주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을 돕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선수와 부모가 현실을 알고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계몽이 필요합니다. 거의 60명에 가까운 우리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했지만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고 야구를 하며, 그리고 또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양해영 사무총장은 "과거에 관련 소책자를 만들어 학생과 부모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도 모색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실을 정확히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는 것이 야구계에서 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선수에게 유리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입니다. 모든 어려움과 위험을 알고도 그것을 감수하고 떠나겠다는 결정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그러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습니다.
근래 들어 유망주의 미국 진출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국내 프로야구의 제도 변화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프로야구의 연고 우선 지명이 전면 드래프트로 변경된 것이 지난 2009년이었고 그 후에만 11명의 유망주가 MLB 팀과 계약했습니다. 신진호, 김동엽, 최지만, 김선기, 남태혁, 김진영, 야탑고 김성민 등이 그 후에 미국으로 진출한 선숩니다.
현실적으로 5억 원 이상 되던 프로야구 특급 신인의 몸값도 그 후 절반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또한 연고지명을 하지 못하니 구단에서도 지역의 고교 스타를 따로 관리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빅리그 팀에서 50~60만 달러, 혹은 그 이하의 계약금을 내세우면서 유망주를 데려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국 특급 유망주의 몸값은 모두 100만 달러를 훌쩍 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지역연고제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아주 간단한 해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안 되고 있습니다.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연고 우선지명제도를 선호하는 팀과 반대하는 팀이 팽팽히 갈리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구단 이기주의 때문에 더 큰 것, 즉 프로야구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유망주를 맥없이 빼앗기고 있는 셈입니다.

'KBO나 야구협회에서 가지 말라고만 하지 보장해 주는 것이 뭐가 있느냐. 만약 프로 드래프트를 기다리다가 혹사 등으로 다치기라도 하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느니 계약금도 받고 또 큰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미국 진출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는 한 선수 부모의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김성민은 이제 오리올스와 계약으로 그 팀의 선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당혹스러워하고 또 그간 키워주신 상원고 박영진 감독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떠나겠다며 속상해했습니다.
인생의 큰 도전을 위해 떠나는 마당에 이렇게 마음의 짐을 지고 간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큰 축복 속에 떠나도 힘겨운 도전인데 말입니다. 이제 이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열심히 노력해서 메이저리그의 좋은 투수가 되는 것입니다. 이 어린 투수가 현재의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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