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정대현(34·롯데 자이언츠) 선수의 볼티모어행 추진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에이전트가 레이 포이트빈트씨라는 것이었습니다. 10년도 훨씬 지난 1990년대 말 특파원 시절에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 포이트빈트씨는 당시도 이미 70대의 노신사였습니다. '어쩌면 회사 대표로 있고 직원들이 일을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한국을 찾은 포이트빈트씨를 만나보니 80이 넘는 고령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열정적으로 야구계를 누비고 있었습니다. 그는 올해부터 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국제담당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잠깐 선수 생활을 거쳐 1960년대부터 야구 스카우트 일을 시작했으니 정말 오래도 됐지만 그의 경력도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최고의 스카우트 레이 포이트빈트, 포이트비트와 한국 선수들, 그리고 정대현의 볼티모어행 불발 사건의 뒷얘기 등을 연재합니다. < 편집자주 >

(85세의 레이 포이트빈트씨는 50년 넘게 스카우트로 일했습니다. 현재도 볼티모어 오리올스 국제담당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기자닷컴)

"지난 25년간 꾸준히 은퇴를 시도했는데 아직도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여전히 농담을 즐기는 낙천적인 성격의 레이의 첫 마디는 바로 이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큰 웃음과 함께 그는 끝없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야구 스카우트 일을 시작한 것은 52년 전인 1960년이었습니다. 그는 "연도는 기억 안 나는데 올해가 딱 52년째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1960년 레이 포이트비트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드래프트 1번 픽인 마이클 패럿과 계약했습니다. 그가 계약한 수많은 1라운드 선수 중의 최초였습니다.

야구의 스카우트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열심히 선수를 찾아 분석을 하고 확신을 얻으면 계약을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결국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짜릿함도 있지만 그 후로는 또 과연 그 선수가 기대만큼 성장할지, 혹은 당장 역할을 해줄지를 놓고 전전긍긍합니다. 사실 잘해야 본전이고 툭하면 비난을 받기 일쑤인 것이 스타우트입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스카우팅과 그리고 계약 체결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조금은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말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리고 상대의 반응을 예상한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물론 머리 회전이 빨라야겠지만 열심히 선수는 찾아다니고 그리고 재능이 있는 선수를 지명해 진심으로 설득하면 계약은 이루어지더라."라고 말했습니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진짜 스카우트'가 되려면 보통 5년 이상은 야구판을 구르며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식 스카우트가 되도 단 한 선수와도 계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포이트빈트씨가 직접 계약한 선수 중에 MLB에 오른 선수만도 60명이 넘고, 그의 팀이 계약한 빅리그 선수는 적어도 300명은 넘을 것입니다. 특히 그가 계약한 선수 중에 빅리그까지 도달한 선수의 비율이 무려 79%나 됩니다. 그 중에는 한국의 조진호와 김선우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보통 MLB 스카우트가 계약한 선수 중에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의 비율은 10% 정도입니다.

동양과의 인연도 각별한 그가 일본에 보낸 선수만 150명이 넘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 프로팀 구단주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 (웃음) 나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했고, 또 그 일을 하면서 생활을 꾸려갔으니 나쁘지 않았다." (웃음) 일본 야구계에서 레이 포이트빈트씨는 거의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스카우트의 대명사일 뿐 아니라 일본 야구계의 초청으로 수십 차례 일본에서 스카우팅 관련 강연을 하는 등 일본 야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원래 그는 대단히 뛰어난 유격수였습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중에 타석에서 얼굴에 공을 맞았습니다. 클리블랜드 산하 마이너 3년차이던 1950년대 중반의 일입니다. "당시만해도 헬멧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재빨리 피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날은 내가 좀 늦었다." 1년간의 병상 생활을 거쳤지만 밸런스와 몸의 움직임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어떤 팀에서 뛰든 부동의 1번 타자에 최고의 유격수이던 그는 또 1년의 재활을 거쳐 스프링 캠프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이젠 그저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습니다. 몸이 완전히 정상을 찾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결국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그는 아마 팀 감독을 하다가 스카우트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스카우트 생활 첫 3년간 그가 발굴하고 계약한 선수 중에 8명이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면서 미국 야구계에서 '도대체 포이트빈트가 누구야?'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계약한 선수 중에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스위치 타자 에디 머레이를 비롯해 리치 달, 덕 디센세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머레이와 계약한 일화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유명합니다. 그는 당시 17세이던 유망주 머레이와 계약하기 위해 16번이나 그의 집을 방문한 끝에 부모의 사인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첫 방문에서 제시한 1만6천 달러의 계약금에서 1달러도 더 주지 않고 계약해 오리올스 구단마저 놀라게 했다는 후문입니다. 진정으로 부모를 설득한 것입니다.

(그는 얼마전 첸웨인의 오리올스 입단을 위해 대만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선수를 보는 특별한 눈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애정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에 빠져야 한다. 선수를 보는 눈도 중요하겠지만 선수를 찾는 일에 애정을 가져야 하고, 선수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가져야 한다."
밀워키 스카우트 부장 시절에는 스윙 딱 한 번 보도 디온 제임스라는 선수를 1라운드에 지명하기도 했습니다. 보스턴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던 조진호를 뽑았을 때도 무명의 한국 투수를 공 10개 정도 보고 곧바로 계약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선수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에 하나는 '강한 정신력(mental toughness)'입니다. 타고나는 점도 있지만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강인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스카우트를 하면서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를 돌아다닌 그에게는 일화도 많습니다. 한번은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부터 오레곤 주 포틀랜드까지 하루에 돌면서 17명의 선수를 스카우트한 적도 있습니다. 버뱅크와 베이커스필드까지 4개 도시에서 열린 토너먼트를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17명의 선수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한 시즌에 보통 400명 이상의 선수를 직접 보러 다녔습니다. 스카우트 국장으로 일 할 때는 부하 직원이 30명도 넘었지만 그는 늘 직접 야구장을 다니며 선수를 관찰했습니다. 50년 넘게 스카우트를 했으니 아마도 2만 명 넘는 선수를 직접 보러 다녔을 겁니다. 일본에 간 횟수는 기억도 안 나고, 한국도 50번 이상 찾았습니다.

오리올스의 스카우팅 부장을 하던 시절 하루는 해리 도턴 단장이 경기를 보다가 갑자기 그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경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없나?" 느닷없는 질문에 레이는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나 단장은 "레이, 지금 운동장에서 뛰는 우리 선수 9명이 모두 자네가 스카우트한 선수들 아닌가."라며 웃었습니다.
그는 또한 스카우트 일을 하기 전에 볼티모어 산하 유망주 팀의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1주일에 9경기를 하는(주말엔 더블헤더) 리그의 감독을 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야구를 사랑했고, 그리고 자신은 부상으로 접었지만 어린 선수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우리 나이로 85세.
그러나 그의 열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식는 것이 아니라 더욱 뜨겁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은퇴 시도에 실패하고 있다고 농담을 던지지만, 그는 여전히 좋은 선수가 있다면 지구촌 어디라도 날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진정한 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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