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잠수함' 김병현(33)이 18일 드디어 프로야구 무대에 합류했습니다.
그의 넥센 히어로스 가세는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부터 절친한 선배 김선우(35 두산 베어스)는 계약이 이루어지기 바로 전날 후배 김병현의 부탁으로 그의 짐 가방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베어스가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날 때 김병현의 개인 훈련에 필요한 것들을 전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김병현은 총액 16억 원에 1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선우는 minkiza.com과 전화에서 "깜짝 놀랐다. 치과에 갔다가 연락을 받고 전화를 했더니 '형 갑자기 그렇게 됐어, 짐 풀어요.'라고 말하더라."라며 웃었습니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호령하던 BK 김병현의 가세는 히어로스는 물론 프로야구(이하 KBO)에 분명히 희소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의문점도 있습니다. 왜 김병현은 갑작스런 한국행을 선택했을까요? 과연 그의 몸 상태는 어느 정도일까요? 공백이 많았는데 예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BK가 맡을 역할은 무엇일까요?
BK의 KBO행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해봅니다.

(전격적으로 히어로스 유니폼을 입게된 김병현이 공백을 딛고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의 시선이 쏠립니다. ⓒ민기자닷컴)

■갑작스런 U턴의 배경-TIMING
김병현이 다시 MLB에 도전하겠다며 미국으로 떠난 것이 불과 얼마 전. 그런데 갑자기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소식은 뜨거운 화제가 됐습니다. 작년 초까지도 김병현은 절대 한국에서 뛰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유니콘스로부터 김병현의 보유권을 승계 받은 넥센 히어로스는 2009년부터 BK에 큰 관심을 보였고, 특히 작년 후반기부터 적극적으로 김병현 영입전을 펼쳤습니다.
또한 가정을 꾸린 김병현의 심정도 작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선우는 "병현이가 가장이 되고 아기도 낳으면서 안정을 찾으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개인의 도전도 중요하지만 이젠 가족이 있다. 나 역시 한국행을 선택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6억 원이라는 거액이 보장된 것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다시 마이너를 거쳐서 전혀 보장되지 않는 도전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양쪽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타이밍으로 BK의 넥센 행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몸 상태-GOOD
김병현이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정규 시즌을 소화한 것은 2007년이었습니다. 콜로라도, 플로리다, 애리조나에서 뛰며 10승8패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다음해 피츠버그 스프링 캠프 중 갑자기 방출된 후 팀을 찾지 못하고 2년을 개인 훈련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2010년에는 독립리그에서 선발로 뛰며 10경기(9선발)에서 3승1패 2.56을 기록했습니다. 2011년에는 일본 야구에 도전했지만 시즌 초 발목 부상에 이어 라쿠텐 2군에서만 뛰며 18경기에서 1패, 2.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팀에서 뛰었다는 것입니다. 2011년 한 시즌을 팀에서 뛰면서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다듬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 김병현과 캐치볼도 하고 잠시 운동을 함께 김선우는 그의 몸 상태를 상당히 높게 평가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힘으로만 던지려는 것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번에 공을 받아보니 몸의 회전을 이용해서 공을 부드럽게 뿌렸다. 그런데도 공의 회전도 좋고 투구 밸런스가 확실히 좋아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상태는 일단 캠프에 참가해서 운동을 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봐야 합니다. 구단에서도 아직 김병현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 훈련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라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만 확실한 상태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릅니다.

■적응력의 의문-NO PROBLEM
BK는 오해도 많이 산 선수지만 또 일정 부분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KBO와 히어로스에 적응에 관해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김병현이 성격이 독특하긴 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팀 분위기를 망치는 선수는 아닙니다. 또한, 미국에 있을 때 그는 늘 한국의 선후배 문화나 단체 훈련 등을 많이 그리워했습니다. 그리워하던 그 분위기로 왔고 또한 가정을 가지면서 심리적으로 더욱 안정을 찾아 팀워크 등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팀 플레이어이자 이젠 고참 선수로 역할은 자신이 찾아야할 몫이지만 투지와 책임감이 있는 선수라 걱정할 부분은 아닙니다. 다만 항상 완벽하려고 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모르는 그의 성격이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마음을 많이 열어야 합니다.
오래 쉰 선수에게 과도할 정도의 연봉이 책정된 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도 책임은 그의 몫입니다. 선수로서 역할만 제대로 해준다면 불협화음은 없습니다.

경기 내적으로 그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86세이브에 54승을 거둔 투수이고, 한 시즌 36세이브 기록도 있습니다. 특히 포스트 시즌과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의 주인공이었고 좌절도 겪으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MLB에서 394경기를 뛰며 3688타자를 상대했던 그 경험이 국내 야구 적응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BK가 MLB에서 거둔 성적이나 능력은 역대 KBO에서 뛴 어떤 외국인 투수보다 뛰어납니다. ⓒ민기자닷컴)

■보직과 기대치-SETUP TO START
마지막 실전을 치른지 5개월 정도 되는 BK가 당장 선발로 뛸 수 있는 체력이나 어깨와 팔 상태가 준비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빠르게 몸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불펜에서 시작해서 선발로 전업할 수 있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간다면 좋은 능력을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작년에 최고 148km를 찍었을 정도로 구위와 밸런스가 많이 회복돼 긍정적입니다.
3일 연투를 한 적도 있고, 연투할수록 공이 더 살아났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당장 그의 보직은 손승락의 셋업맨 정도가 어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몸이 만들어진다면 5,6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의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김병현은 빅리그에서 선발로 87경기에 나서 25승35패 5.07을 기록했습니다. 통산 기록은 54승60패 87세이브 4.42입니다. KBO가 영입했던 역대 어떤 외국인 선수보다 뛰어난 기록입니다. 최근 4년간 많이 뛰지 않았지만 체력적으로는 오히려 보탬입니다.
다만 국내에 많은 까다로운 좌타자들과의 승부는 BK의 연착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김병현의 MLB 통산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2푼1리로 뛰어나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2할7푼4리로 힘겨웠습니다. 총 타수는 우타자가 60번 정도 더 많은데 홈런은 37-57, 볼넷은 162-214로 확실히 왼손 타자 상대가 버거웠습니다. 115개의 도루를 허용한 것도 KBO의 타자 스타일로 볼 때 난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위의 과도한 기대와 중압감이 더 큰 난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무리해서 잘 되는 일은 드뭅니다. 차근차근 면밀하게 적응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능력이나 경험은 충분한 선수입니다.

■BK 효과-HIGH EXPECTATION
김병현은 폭발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여전히 MLB에서 그의 활약을 기억하는 팬이 많고 BK 열혈 팬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단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티켓을 팔 수 있는 시장성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독특한 캐릭터가 있어서 늘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특히 그가 만들어낼 매치업이 대단한 흥미유발을 할 수 있습니다. 김병현과 같은 해외파인 김선우, 박찬호, 서재응과의 투수 맞대결이나 윤석민, 류현진 같은 국내파 에이스와의 대결은 포장하기 아주 좋은 야구 상품이 됩니다. 또 국내 최고 타자인 최형우, 김현수, 김태균이나 복귀한 이승엽과의 대결 등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입니다.

물론 관건은 그의 경기력, 마운드에서의 능력입니다.
그러나 BK의 귀환은 또 하나의 큰 화젯거리를 몰고 오면서 KBO의 흥행 몰이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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