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메이트(teammate)- 한 팀에서 활동을 함께하거나 숙소를 함께 쓰는 사람'

단체 스포츠의 기본은 팀워크입니다. 동료 간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물론 정신적인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동의 목표인 승리를 추구하기 어렵습니다. 뛰어난 선수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팀메이트가 많은 것이 때론 더 중요합니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팀메이트입니다. 분위기를 망치는 스타라면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합니다. 경기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팀 분위기를 이끌고 헌신적이면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팀메이트입니다.

(인디언스 동료의 따뜻한 우정으로 첫 아기의 탄생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잭 핸나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 동료의 뜨거운 우정이 MLB.com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훈훈함을 전해줍니다. 월요일을 시작하기에는 아주 흐뭇한 이야기라고 생각돼 소개합니다.

이야기는 8월 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보스턴 원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백업 3루수 잭 핸나한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후보로 개막전 로스터에 들었던 잭 핸나한은 시즌 초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인디언스의 상승세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원래 탄탄한 수비로 핫코너에서 멋진 장면을 잇달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9번 타자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잘 해주었습니다.

올해 31세의 핸나한은 오랜 마이너 시절을 거쳐 2007년부터 빅리그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 오클랜드에서 143경기를 뛴 것이 눈에 들뿐 대부분 백업이었고 2010년에는 빅리그에 서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올 초 인디언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는데 시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데다 제이슨 도널드 등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핸나한은 시즌 초부터 주전 3루수로 출전해 인상 깊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핸나한에게는 또 하나의 경사가 있었으니 처음으로 아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인 제니가 드디어 임신했고 10월이면 부부가 그렇게 기다리던 첫 아이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에 하루하루가 희망에 부푼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큰 걱정이 생겼습니다. 한 달 전쯤 제니가 임신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입니다. 핸나한은 홈경기 때는 거의 매일 병원에서 새우잠을 자며 부인 곁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원정 때는 부인과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스턴 원정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8월 5일(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교체 출전해 마지막 3이닝을 3루를 지키며 7-3으로 승리한 즐거움을 누리던 핸나한은 급박한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부인 제니가 산통을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기 중에 장모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여행담당 직원 마이크 세기가 그 말을 전해주자 핸나한은 어쩔 줄 몰랐습니다. 아기의 예정일이 3개월이나 남았는데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만 것입니다. 산모와 아기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

그러나 전화를 받은 시간은 밤 11시. 그 시간에 보스턴에서 클리블랜드로 가는 일반 비행기가 있을 리 없었습니다. 핸나한은 세기에게 다음날 가장 빠른 비행기를 예약해달라고 했습니다. 오전 6시에 떠나는 비행기가 있었습니다. 당장에라도 날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차를 타고 가면 아무리 빨리 달려도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한 가지 방법은 있었습니다.
개인 제트 비행기를 임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스턴에서 클리블랜드까지 1인 편도 비행에 드는 비용은 3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천3000만 원의 큰돈입니다. 올해 겨우 다시 빅리그에 올라온 핸나한의 연봉은 50만 달러. 그나마 병원비 등의 부담으로 안 그래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어려운 상황에 생각할 수도 없는 큰 액수였습니다. 특히 첫 아기가 태어나고 미래가 불투명한 백업 내야수인 핸나한으로서는 아무리 부인과 아기의 곁으로 가고 싶어도 그렇게 쓸 수는 없는 액수였습니다.

핸나한이 세기와 심각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펜웨이파크 원정팀 클럽하우스. 주변에 추신수와 저스틴 매스터슨, 트래비스 해프너, 채드 더빈, 오스틴 컨스 등이 모여들었습니다. 대번 상황을 파악한 핸나한의 팀메이트는 곧바로 따로 미팅을 소집했습니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첫 아기의 출생은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며, 안 그래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남편이자 아버지는 멀리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을 모두 함께 느꼈습니다. 전원이 비행기 삯을 모으기 위한 돈을 내겠다고 동의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매스터슨은 MLB.com과 인터뷰에서 "아기가 건강하게 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더욱 그 자리에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고 모두 생각했다. 루키부터 베테랑까지 모두 기꺼이 돈을 보탰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가 모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핸나한이 곧바로 공항으로 가서 클리블랜드로 날아가는데 드는 비용을 충당할 액수는 금방 모였습니다. 물론, 핸나한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버텼지만, 동료의 따뜻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며 부인과 태어날 아기 곁으로 날아갔습니다.

핸나한이 클리블랜드 공항에 도착하자 타운카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질주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을 핸나한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제니의 얼굴이 순간 환하게 밝아지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깜짝 놀라면서도 안도하는 그 모습을."
핸나한이 병원에 도착한 지 15분 후인 새벽 3시11분, 존 조셉 핸나한 5세가 세상으로 첫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 핸나한이 4세입니다.) 상태가 심각해지자 제왕절개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아기는 1.5kg의 아주 작은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지만 몸에는 이상이 없었고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곧바로 인큐베이터로 옮겨졌지만, 새벽에 한 시간 동안 아빠 엄마와 살을 맞대며 소중한 인연을 처음으로 함께 나누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핸나한은 다음날 베비 핸나한의 사진과 발목에 채웠던 띠를 가지고 동료가 있는 텍사스로 날아갔습니다. 부인 제니는 며칠 후에 건강히 퇴원했지만 10월 말이 예정일이던 아기는 당분간 병원에서 지내야 합니다. 그러나 음식물 섭취도 잘하고 인공호흡기도 곧 떼어냈으며 미숙아치고는 정말 건강하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 위기의 순간을 함께했던 핸나한도 이제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기 이야기만 나오면 "체구가 좀 작아 3루수는 힘들겠지만 2루수나 빠르면 외야수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잭 핸나한은 이제 아기 핸나한이 빨리 쑥쑥 자라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아기가 소년이 돼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 가장 먼저 해줄 이야기, 자랑스러운 자신의 동료와 아기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줄 날을 학수고대합니다. 소중한 팀메이트가 그들 가족에게 준 평생의 선물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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