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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비록 그 수가 많진 않지만, 국내 종합격투기 시장에서는 꾸준히 여성 파이터들을 배출했다. 대한민국 1호 UFC 여성 파이터가 된 함서희, 아름다운 외모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낸 송가연 등 얇은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확실한 색깔은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특색 있는 스타들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탑FC(TOP FC)와 계약을 맺으며 국내 무대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갖게 된 김지연은 자타공인 국내 여성 파이터 중 함서희와 함께 가장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특히 아시아 여성 선수로는 비교적 중(中)량급에 해당하는 밴텀급에서 활동하며, 군계일학의 뛰어난 기량을 입증했다. 이미 일본의 딥 쥬얼스와 글래디에이터라는 2개 단체의 타이틀 홀더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국내에서 차기 UFC 파이터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평가받기도 한다.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 다가오는 5월, 탑FC를 통해 오랜만의 국내 경기를 갖는 파이터 김지연을 만났다.


■ 여성 선수보다 남성 선수들을 통해 입증된 국내 여성부 최고의 강자

김지연의 가장 최근 경기는 바로 작년 8월에 열린 딥 쥬얼스(Deep-Jewels))9 대회의 타이틀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김지연은 타카요 하시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으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고 해서 그녀는 지금까지 훈련을 소홀히 한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 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계속 훈련 중이예요. 오랜 만에 국내 무대에서 경기를 갖게 됐는데, 5월 22일에 탑FC 11에서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요. 이번에 탑FC가 쿤룬파이트와 같이 개최되면서 제 상대도 중국인 선수가 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국내 선수보다는 외국 선수들과 주로 경기가 잡힐 것 같아요.”

이미 김지연은 프로로 데뷔한 이래 줄곧 외국인 선수들과 싸워왔다. 통산 6전 4승 2무로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녀의 프로전적 중 한국인 선수와의 경기는 단 한 번도 없다. 이는 그만큼 국내 동체급 내에서 그녀의 적수가 없을 정도로 월등한 기량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지연의 실력에 대한 증언은 주로 여자 선수들보다도 남자 선수들과의 스파링 경험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다. 특히 그녀는 인터뷰 중 정찬성에게 내내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예전에도 코리안좀비 정찬성 선수와 스파링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조금 다치게 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정말 너무 죄송하게 생각해요. 스파링을 하다 보면 저도 제 몸을 보호하려다 보니깐 의도치 않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에요.”

■ 플라이급과 밴텀급이 내 체급···“체급을 낮출 생각은 절대 없다”

현재 김지연은 플라이급과 밴텀급을 유동적으로 오가며 활동 중이다. 아무래도 서양 선수들에 비해 동양 선수들의 사이즈가 작다 보니, 김지연이 활동하는 체급은 선수층이 얇은 편이기에 이런 식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무대로 눈을 돌리면 밴텀급은 여성부에서 가장 뜨거운 체급이다. 현재 세계를 대표하는 여성 종합격투가인 론다 로우지, 미샤 테이트, 홀리 홈 등의 스타 파이터들도 모두 UFC 여성 밴텀급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아시아 여성이 활동하기에는 상당히 무게감이 있는 체급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지연은 그렇다고 해서 체급을 낮출 생각은 절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밴텀급과 플라이급을 모두 뛰고 있는데, 밴텀급을 뛰면서 힘들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체력적인 측면이나 컨디션을 봤을 때 밴텀급이 더 좋아요. 플라이급과 밴텀급에 특별히 구애받진 않는데, 다만 여기서 체급을 낮출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특히 그녀는 체격이나 사이즈 측면에서는 외국 선수들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서양 선수들이 신장이 크고 근육량이 많기 때문에, 현재도 훈련에 있어서 힘과 체력적인 부분의 보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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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이 빛을 보기 위해선 그라운드 밑바탕이 필수

인터뷰 내내 계속되는 훈련 이야기는 격투기에 대한 김지연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당장 5월로 다가온 경기 일정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는 현재 한 곳에서만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타격과 그라운드, 컨디셔닝 및 체력훈련 등 각 분야에 맞는 체육관을 돌며 체계적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현재 입식 타격은 ‘코리안좀비MMA’에서 정찬성 선수와 같이 훈련하고 있어요. 체력훈련과 컨디셔닝은 불량헬스로 유명한 최영민 코치의 주도 하에 주 3회 소화하고 있고요. 주 1회는 레슬링 훈련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재현 선수와 같이 트레이닝을 하기도 하는데, 그라운드로 갔을 때 포지션이나 파운딩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요. 요새 들어 MMA 선수다운 경기운영능력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주로 뛰는 운동을 인터벌로 많이 치러내고 있어요. 시합이 5분 3라운드로 치러질 예정이기에 3라운드를 모두 뛸 수 있는 컨디셔닝 훈련에 신경을 많이 써요. 그리고 제가 워낙 타격가 이미지가 강해서 그라운드 운영능력과 레슬링도 보완중이예요. 타격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타격이 빛을 보려면 역시 그라운드 능력이 밑바탕이 되어야겠죠.”

이렇게 분야마다 체육관을 돌면서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외국의 남성 파이터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과 흡사해 보였다. 이렇다보니 예정된 훈련을 소화하는 것만 해도 하루가 너무 빠듯하다고. 하지만 그녀는 “오랜만의 국내경기인 만큼 많은 분들이 기대하실 텐데 절대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요. 여기저기 훈련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 무조건 쉰다고 휴식이 아냐···“스스로 즐거운 일을 하는 게 진짜 휴식이죠”

이렇게 빼곡한 일정의 강행군이 지속되다보니 그녀는 짧은 주말의 휴식에도 최선을 다한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휴식이라는 게, 막연히 누워서 자고 쉬어야만 회복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그게 휴식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요즘은 주말이 되면 그 때 그 때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예요.”

특히 그녀는 그 중에서도 요리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요리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그녀는 기본적인 반찬부터 닭볶음탕, 피크닉용 도시락까지 웬만한 음식들은 특별한 레시피 없이도 즉흥적으로 모두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요리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저는 먹고 싶은 건 그냥 다 먹어요. 대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죄책감을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놓고도 살 찔까봐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하지만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이 말에 진짜 공감하는 편인데, 먹으면서 후회하지 말고 행복감을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대신 간을 조금 덜 해서 먹는다던가 물을 더 많이 섭취하던가 해야겠죠?”

■ 오랜만의 국내 경기···“매 경기마다 발전하는 모습 선보일 것”

이제 경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그녀는 무엇보다도 오랜 만에 갖는 국내 경기인 만큼 기대감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도 짊어진 듯 보였다.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표로 싸우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서 바로 그러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국내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 더 크다며 김지연은 자신감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래도 전 제 경기에 대해서 항상 만족하고 있어요. 5월 경기도 재미있게 풀어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갖는 국내 경기인 만큼,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또 응원해주시는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매 경기마다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박제영, 황채원 PD
[사진] 몬스터짐/김지연 선수 제공
[기사] 조형규 (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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