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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쉽긴 하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지루했던 12라운드 36분이었지만 그것이 최고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한 두 선수가 만들 수 있는 최대치라면 어쩌겠는가? 아쉬움만 곱씹을 뿐.

하지만 매니 파퀴아오(37, 필리핀)가 부상을 안고 이른 바 ‘세기의 대결’ 링에 올랐던 것이 알려지면서 ‘최고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한’ 이라는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 승부를 지켜본 팬들은 실망과 함께 볼 일 보고 뒤처리 못한 듯한 께름칙함만 남았다.

5일(한국시각)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파퀴아오가 오른쪽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수술을 거쳐 제 컨디션을 찾으려면 적어도 올해는 넘겨야 한다는 전언이다.

캠프에 따르면 부상이 발생한 건 메이웨더와의 대결을 3주 정도 남긴 시점이었고 출전을 강행한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잦아들어 출전을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라고 했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다. 파퀴아오에게 오른쪽 어깨 부상이란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오른쪽 발목 부상과 같다. 다친 뒤 3주 밖에 안 된 어깨로 완벽한 컨디션으로도 넘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방어벽을 뚫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그리고 그건 이번 대결을 기다렸고 또 당일 그 경기를 지켜본 모든 복싱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파퀴아오의 어깨가 온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PPV 채널의 송출 안정화 문제 때문에 30분이나 늦게 시작된 이번 경기를 지켜볼 이가 몇이나 되었을까?

물론 금세기 최고의 복싱 매치로 불려 지며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는 경기를 미룬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출전을 강행한 것은 투혼이 아니라 이번 대결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더 커다란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

수술 결정과 함께 파퀴아오 측은 ‘재대결’을 언급했다. 하지만 만약 재대결이 성사되더라도 지난 주말 대결만큼의 관심은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웨더 소극적 경기 스타일에 파퀴아오가 부상을 안고 출전했음을 밝혀지면서 상당수 팬들이 이미 등을 돌린 상태다.

부상안고 출전을 강행한 파퀴아오, 그건 투혼이 아니라 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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