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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 ‘이번 주 일요일 낮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특설링에서 벌어지는 세기의 대결을 직접 생중계 해 드립니다. 깊은 가을 복싱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마이크 타이슨과 에반더 홀리필드의 대격돌을 저희 ○○○ 스포츠와 함께 해 주십시오’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해 가을, 수능시험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었다. 친구들과 어떻게 부모님과 선생님의 눈을 피해 이 경기를 볼까하는 궁리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작전은 성공했고 전자오락 게임 끝판왕 같던 마이크 타이슨이 무너지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었다.

꽤 많은 세월이 흘렀고 어느새 타이슨과 홀리필드의 나이를 합치면 100이라는 숫자가 된다. 그리고 그 후 다시 찾아올 것 같지 않던 복싱 세기의 대결이 이번 주말 펼쳐진다. 하늘 위의 두 개의 태양 매니 파퀴아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중 한 명은 쓰러져야 한다.

이 엄청난 대결의 중계를 맡은 SBS 배성재 캐스터와 변정일-황현철 복싱 해설위원을 몬스터짐이 만났다. 복싱 한 우물만 판 두 중년 사내의 표정에서는 설렘 속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묻어나왔다. 또 좀 늦게 도착해 따로 인터뷰를 진행한 배성재 캐스터에게도 첫 복싱중계에 임하는 유쾌함이 느껴졌다.

다음은 두 해설위원 그리고 배성재 캐스터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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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STERZYM : 두 분 모두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변정일 위원은 어릴 때 경기하시는 모습을 브라운관에서 뵌 기억이 있고요 황현철 위원은 처음 뵈었지만 기사(황현철의 링딩동)를 통해서 이미 글로는 자주 뵈었습니다. 우선 이번 경기에 대한 의미 그리고 경기를 중계하게 된 소감부터 좀 듣고 싶네요.
변정일(이하 변) : 정말 오랜만의 빅 이벤트인데 세계 프로복싱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는 승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기 내용과 결과에 따라 침체기에 빠진 세계 프로복싱 인기가 회복되는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한 승부이기도 하고요. 이런 경기에 해설을 맡게 된 것, 당연히 영광이지요.

황현철(이하 황) : 일단 이런 빅 이벤트에 해설로 참여하게 된 게 무척이나 영광이지요. 이번 경기의 중요함이야 복싱팬이라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고요. 아무튼 너무 기대됩니다.

MZ :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돌리고요. 두 분 해설위원에 대한 질문을 먼저 좀 드릴게요. 먼저 변 위원님, 은퇴를 좀 빨리 하셨지요?
(변정일 위원은 1993년 12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야쿠시지 야쓰에이(일본)와의 2차방어전에서 판정패하며 그 해 3월 경상북도 경주에서 빅토르 라바날레스를 누르고 따낸 WBC 밴텀급 타이틀을 잃었다. 그리고 이듬해 야쿠시지와의 재대결에서도 매니저와의 갈등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졸전 끝에 11회 TKO 패배한 뒤 링을 떠났다)

변 : 예 그렇지요. 맞습니다. 아쉬움은 있지요. 당연히 아쉬움은 있는데 그래도 뭐 지금 생각하면 빨리 관둔 게 잘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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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 : 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변 : 아 그 다음...그러니까 은퇴 후 삶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지요. (이 때 황 위원이 입을 열었다)

황 : 아 이 질문은 아무래도 본인이 답하시기 보다는 옆에서 주욱 보아온 제가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정말 그 은퇴 과정이 너무 안타깝고 아쉬웠어요. 변 위원께서 타이틀을 잃은 경기가 1993년 12월 야쿠시지와의 경기로 기억하는데요.

그 경기는 현장에서조차 변 위원이 4,5점 이긴 경기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거든요. 그 경기는 정말 아쉽습니다. 그리고 또 이듬해 여름에 재대결 때는 매니저와의 갈등으로 고향같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못하고 (변 : 군인이었어요 군인...) 당연히 체계적인 훈련도 못하고 너무 아쉬웠지요. 당시 변 위원님이 하나 남은 챔피언이었는데 너무 안타깝지요.

변 : 매니저와의 갈등 체육관과의 갈등해서 망가지는 건 결국 선수에요.

황 : 아무튼 제가 직접 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당시 정말 절정의 기량을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복서가 은퇴한 점이 팬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너무나 아쉽습니다.

MZ : 아시다시피 장정구, 유명우로 대표되는 80년대 중 후반은 복싱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이 바로 이번에 중계방송을 맡은 SBS 서울방송 개국 편성표까지 이어져 매주 목요일 11시에 ‘SBS 복싱’이라는 복싱 전문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게 되지요.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편성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편성이지요.

황 위원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한국 복싱의 현주소와 전망 그리고 이번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대결이 우리나라 복싱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시나요?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여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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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 아 좋은 질문입니다. 일단 뭐 부정할 수 없는 건 복싱의 인기가 확실히 많이 줄었다는 겁니다. 시대의 변화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복싱이 아직 살아날 토양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복싱을 좋아하고 직접 하는 인구가 상당하거든요.

흥미로운 점이 프로랑 아마추어랑 바뀌었다는 거에요. 프로가 명예를 위해 싸우고 지방자치단체나 실업팀에 소속된 아마추어 선수들이 월급 받으면서 운동을 합니다. 저는 이 선수들이 프로로 올 수 있는 재목들이라고 봅니다.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언제든지 챔피언은 1,2년 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웃 일본의 경우에 대해 말씀을 좀 드릴게요. 일본도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 않은 시대가 불과 얼마 전입니다. 일본도 복싱 인기가 급격히 떨어지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세계 챔피언을 9명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생활체육으로의 복싱 인구가 아직 많다는 점, 그리고 이번 대결에 쏠린 이런 관심이 아직 살아있다는 점을 볼 때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MZ : 80년에는 방송사별로 전속탤런트 뿐만 아니라 전속 복서도 있었습니다. KBS의 장정구, MBC의 유명우가 대표적인 간판 복서였지요. 중계를 담당한 KBS의 박병학-오일룡, MBC의 송재익-한보영 콤비는 아직까지도 올드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콤비였는데요. 그 콤비들을 넘어설 자신 있으신가요? (웃음)
변, 황 : 아 넘어선다는 건 말이 안 되고요,.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요.(웃음)

MZ : 두 분 사이의 역할 배분은 어떻게 하기로 하셨는지 궁금한데요.
황 : 아 저는 이번에 해설 데뷔고 변 위원께서는 15년 동안 해 오신 베테랑이시니 제가 잘 보좌하는 역할을 해야지요

변 : 아 황 위원님이 겸손한 겁니다. 배성재 아나운서랑 연습하는데 무지 잘 해요. 정말 잘 해요. 실수도 없고...

황 : 아 과찬이시고요. 변 위원께서는 챔피언을 지낸 국가대표 출신이시니 뭐라 그럴까 선수로서의 멘탈 변화 그리고 게임플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런 것들 정말 잘 집어내시거든요. 그러니 저는 방해 안 되게 잘 도우려고요.

변 : 황 위원님 복싱 상식이 너무 굉장해서 제가 그냥 묻어가려고요 (웃음)

MZ : 이번에 SBS에서 처음 시도하는 복싱 콤비 해설이고 배성재 아나운서도 복싱 데뷔전인데 연습은 많이 하셨는지요?
황 : 500번은 한 것 같아요. 전 걱정이 좀 많이 됩니다. 변 위원은 너무 잘 하시니 걱정이 안 되고요.

MZ : 이제 이번 대결 예상에 대한 질문을 좀 드릴게요. 일단 승자 예상부터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변 : 아 이게 정말 힘든데....일단 판정으로 가면 메이웨더가 스타일 상 유리할 것으로 보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아시아인으로 파퀴아오의 한 방이 터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황 : 파퀴아오의 승리를 예상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메이웨더는 무패 복서지만 파퀴아오는 그동안 실신 KO를 비롯해 5번의 패배를 안았거든요.

전 이런 부담감을 갖지 않는 것이 이상한 빅 경기에는 패배 경험이 있는 것이 더 정신적으로 안정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이웨더에게 패배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므로 지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거든요.

MZ : 몇 라운드에 어떤 그림으로 승부가 날까요?
변 : 일단 제 분석은 메이웨더는 스피드, 파퀴아오는 펀치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파퀴아오가 펀치력만 보면 메이웨더보다 낫지만 대신 가드나 커버링이 떨어집니다. 파퀴아오가 무리하게 들어갈 경우 상대의 카운터를 맞고 경기가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파퀴아오의 창을 메이웨더가 어떻게 막아내고 주도권을 가져오느냐가 관건입니다.

황 : 현재 파퀴아오는 내구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나이도 나이고 체급을 많이 올리면서 그렇게 되었어요. 그래서 일단 내구력에서는 메이웨더라고 생각합니다. MZ : 두 파이터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변 : 메이웨더는 오른손잡이, 파퀴아오 왼손잡이거든요. 이게 서로 상당히 위험한 것입니다. 이럴 경우 발싸움에서 이겨야 하거든요. 이게 주목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 파퀴아오의 특징은 스피디한 연타입니다. 10연발까지 나가는 연타가 흉내낼 수 없는 그의 무기지요. 아마 천하의 메이웨더도 이런 정도의 스피드를 상대해 본 경험은 없을 겁니다. 이 스타일이 먹히는지 아닌지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MZ : 예 오늘 귀중한 시간 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그 날 함께 중계 보며 응원하겠습니다.

* 두 해설위원과의 인터뷰가 마무리된 뒤 배성재 캐스터가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배 캐스터가 늦은 것이 아니라 일정 조율에서 착오가 있었다. 늦게라도 부탁을 받고 와준 배 캐스터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시간의 한계가 있어 많은 질문을 하지는 못했지만 최고 입담을 자랑하하는 캐스터다운 멋진 대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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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 오래 기다렸습니다.
배성재 캐스터 : 아 전달받기에는 저는 인터뷰를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해서...

MZ :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여쭤볼게요. 우선 예상하셨을 질문. 서기원, 송재익, 서기철을 잇는 대한민국 대표 축구캐스터로 자리 잡고 계신데요. 복싱 중계 데뷔전을 이렇게 큰 경기로 치르시는 소감은 어떠신가요?
배 : 엄청난 영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MZ : 당연히 종목의 특성에 따라 멘트의 구성과 호흡이 달라질 텐데요. 복싱 중계 연습 많이 하셨나요? 
배 : 예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시청자 여러분들이 오랜만에 복싱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MZ : 승부 예상을 어떻게 하시는지요?
배 : 하...(한숨) 모르겠습니다. 계속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말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두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 10초를 남겨두고 크로스 카운터로 함께 다운 당한 뒤 9카운트에서 한 명이 일어나면서 승부가 갈릴 것 같습니다. (웃음)

인터뷰를 마친 뒤 세 명의 목소리와 함께할 이 승부가 더욱 더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배성재-변정일-황현철 트리오와 함께 하는 세기의 대결 ‘메이웨더 vs. 파퀴아오’는 3일(한국시간) 오전 11시부터 SBS와 SBS스포츠 채널을 통해 동시에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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