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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결이 성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기뻤다. 현 시점 복싱계 최고의 빅매치다. 대결 자체만으로도 흥분된다".

WBC 페더급 챔피언 출신의 지인진(41·지인진복싱체)은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매니 파퀴아오戰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지인진은 27일 엠파이트와 전화인터뷰에서 "언젠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성사됐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진작 붙었어야 했다"며 "오히려 더 시간을 끌 줄 알았는데, 서로 은퇴를 생각하다 보니 빠르게 진행된 것 같다"고 밝혔다.

1991년 프로선수로 데뷔한 지인진은 1994년 밴텀급 한국 챔피언·1995년 동양 챔피언에 올랐고, 2004년에는 WBC 페더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2007년 7월 지인진은 3차 방어한 타이틀을 자진반납한 뒤, K-1 파이터로 전향해 복싱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프로복싱 총 전적은 31승(18KO) 1무 3패.

이후 지인진은 2008년 후진양성을 위해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지인진 복싱체육관'을 오픈했다. WIBA(세계여자복싱협회)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홍서연 등 다수의 후배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지인진은 지난해 2월, 7년 만에 링에 깜짝 복귀했다. 프로복서 활동을 병행 중인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와 맞붙은 지인진은 2분 2라운드 시범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시범경기는 대게 무승부로 끝난다.

메이웨더-파퀴아오는 오는 5월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WBA·WBC·WBO·The Ring 웰터급(-66.7kg)타이틀매치를 치른다.

둘의 경기는 지난 24일, 우여곡절 끝에 최종 합의됐다. 톱 랭크 프로모션과 메이웨더 프로모션은 공동주최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톱 랭크 측은 공동주최하기로 돼있었는데, 최종 계약내용에 자신들의 이름이 빠졌다고 했고, 메이웨더 측은 톱 랭크 측이 기존에 계약한 내용을 이행할 마음이 없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합의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두 프로모션은 합의점을 찾은 끝에 대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최종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을 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는 지인진은 "그 사람들은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방송 진행에 대해 문제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경기가 취소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들 책임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됐다"고 하자, 지인진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는 대결이다. 아무리 비싸도 금세 다 팔리지 않나. 대결 자체만으로도 흥분된다는 것이다. 막상 링에선 재미없는 경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답했다.

명성에 걸맞게 메이웨더-파퀴아오의 대전료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총 대전료는 2억 5천만 달러(약 2698억 원)로, 양측의 사전합의(6:4 배분)에 따라 메이웨더가 1억 5천만 달러(약 1619억 원), 파퀴아오가 1억 달러(약 1079억원)를 받는다.

흥행수입도 역대 유료 시청 수입 최고액(370만 달러), 방송 중계권 판매 최고액(1억5000만 달러), 입장료 최고액(2000만 달러) 등 역대 복싱 관련 금액 기록을 대부분 갈아 치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인진은 메이웨더가 난타전을 펼치지 않는 이상, 메이웨더가 판정으로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파퀴아오를 응원한다. 한국에는 파퀴아오를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하지만 냉정하게 메이웨더가 기존처럼 경기를 운영한다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메이웨더는 경험이 출중하다. 파퀴아오의 순간적인 폭발력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메이웨더는 아웃복싱에 대한 모든 조건을 갖춘 선수다. 공격의 맥도 잘 끊는다. 방어는 두 말 하면 잔소리"라고 덧붙였다.

현지 도박사들 역시 메이웨더의 근소한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파퀴아오 팬들은 왼손잡이인 파퀴아오가 메이웨더의 빈틈을 찾아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메이웨더의 대표적인 방어기술인 숄더롤은 상대가 오른손잡이였을 때 특화된 동작으로, 왼손잡이의 빠른 선수를 맞이했을 때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지인진의 생각은 다르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유리하다고 하는 건 단지 희소성 때문이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와 대결할 기회가 많지만,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와 싸울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기에 유리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메이웨더가 왼손잡이를 상대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파퀴아오의 사우스포가 특별하게 유리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는 것이 지인진의 말.

지인진은 종합격투기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코리안'에서 現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과 복싱 스파링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권아솔은 가드를 하지 않으며 지인진을 도발하기도 했다.

"그때의 권아솔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지인진은 "어렸지만 타격 센스가 좋았다. 타격기량이 출중하기 때문에 종합격투기에서 성공했다고 본다"고 회상했다.

지인진은 K-1 출신의 버질 칼로코다, 마사토의 복싱 능력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지인진은 "복싱은 세계적인 스포츠다. 앞으로 복싱을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메이웨더-파퀴아오戰 이후로 복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며 복싱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지인진은 버팔로프로모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유명우 전임대표가 지난해 8월 신설된 KBF 수석부회장을 맡게 되면서 버팔로프로모션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프로모터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11월 '제5회 한일국가대항전’을 주최한 바 있다.

한편 한국 복싱의 전설 장정구 역시 메이웨더의 판정승을 예상하고 있으며, 유명우와 홍수환은 파퀴아오의 KO승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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