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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179'를 현장에서 관람하던 UFC 대표 데이나 화이트와 소유주인 로렌조 퍼티타의 표정을 굳어만 갔다. 6경기 중 5경기가 서브미션 및 KO로 장식된 비방송경기가 끝났을 때만 해도 만족하는 모습이었지만, 메인카드가 치러지자 한숨을 내쉬었다.

판정으로 끝난 경기가 대부분이었고, 브라질 선수들이 연이어 패하며 경기장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파비오 말도나도가 역전 TKO승을 거두며 달아오르는 듯 했지만 이어 나선 글로버 테세이라가 필 데이비스에게 패했다. 경기라도 화끈했다면 모르겠으나, 데이비스의 집요한 그래플링 압박에 경기가 지루하게 전개돼 야유가 쏟아졌다. 이 분위기로 대회가 끝난다면 암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제 알도와 채드 멘데스가 타이틀매치를 벌인 메인이벤트는 앞 경기의 아쉬움을 완벽히 떨치기에 충분했다. 앞서 열린 10경기의 내용이나 결과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설령 메인이벤트 한 경기만 열렸다 해도 입장권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명승부였다.

알도는 초반 멘데스의 과감한 근접 공격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라운드 후반 갑자기 페이스를 끌어 올리더니 폭군 모드로 변신했다. 멘데스의 강한 공격이 알도의 본능을 깨운 듯한 느낌이었다. 기술과 운영이 아닌 싸움꾼의 모습으로 멘데스에게 킥과 펀치를 퍼부었다. 그 때가 명승부의 서막이었다.

알도는 중간 중간 멘데스에게 강한 펀치를 허용하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고, 4라운드부터는 체력이 빠진 모습도 노출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왼쪽 눈에서는 출혈이 발생했다. 그러나 역시 알도는 알도였다. 챔피언답게 위기를 탈출하는 능력이 발군이었고, 공격을 허용하면 그대로 갚아주는 저력을 과시했다. 순간적인 반사신경이나 몰아치는 모습은 한 마리 맹수가 따로 없었다. 1라운드 공이 울렸을 때 펀치를 적중시킨 것이 논란이 될 만 했지만 경기력으로 덮어버리는 분위기다.

그런 팽팽한 순간에도 승리를 향해 먼저 달려가는 선수는 알도였다. 본인 역시 큰 공격을 꽤 받았으나 큰 관점에서 볼 때 알도가 라운드를 더 많이 가져가는 양상이었다. 챔피언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접전의 경기 내용에 비해 비교적 크게 벌어진 49:46의 채점이 챔피언의 능력을 잘 말해준다.

두 선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에 관중들은 크게 열광했다. TV를 통해 보는 사람도 탄성을 내지르며 몰입했을 정도였으니 현장에 있는 관중들을 오죽했을까. 브라질 팬들은 함성을 내지르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명승부에 푹 빠지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경기장도 열광의 도가니가 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지 몇 분 뒤에도 그 분위기는 여전했다. 마지막 타자인 알도가 대회의 분위기를 180도 바꿔버린 셈이다. 마지막 경기가 준 강렬한 임팩트에 관중들은 흥분된 상태로 웃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미국과 브라질은 세계적인 격투 강국이란 사실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UFC에서 벨트 경쟁을 벌여왔다. UFC에 있는 9개의 벨트 중 약 60%를 미국이, 약 40%를 브라질이 가지는 양상이었다. 웰터급의 조르주 생피에르만 제외하면 사실상 미국 대 브라질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현재 브라질은 그 경쟁에서 다소 주춤해 있는 상태다. 미들급의 제왕 앤더슨 실바, 밴텀급의 신흥 강호 헤난 바라오, 라이트헤비급의 마치다와 쇼군 등이 무너지며 미국에게 벨트를 대부분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하나의 벨트만 보유하게 됐으며, 그것이 조제 알도가 소유한 페더급 타이틀이었다.

따라서 멘데스와의 이번 경기는 브라질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이기도 했다. 만약 알도마저 패했다면 브라질은 UFC에서 타이틀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 국가로 추락했을 것이다. 격투강국 브라질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적어도 알도만큼은 여전히 굳건하다. 물론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이번 승리로 무려 7차 방어를 완수했고, 그 고공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페더급 상위랭커를 이미 모조리 꺾은 만큼 마땅한 경쟁자가 없으며,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랭킹 1위에 있는 멘데스는 이미 두 차례나 패해 빠른 시일 내에 알도에게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UFC는 레슬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으로, 엘리트 레슬러들이 즐비한 미국이 다소 유리한 편이다. 반면 이러한 부분 때문에 화려하고 유니크한 타격으로 명성을 높이던, 매력덩어리 선수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고의 경기 매력과 경쟁력을 동시에 겸비한 알도의 승리에 기뻐하는 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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