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32·팀매드)은 지난 3월 마카오 대회 경기를 사흘 앞두고 현지에서 본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번이 타이틀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다. 챔피언이 되기 전 패하면 은퇴할 생각이다. 씁쓸한 모습으로 떠나는 게 싫고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는 선수가 되는 게 싫다"고 말한 바 있다. 비록 양성훈 감독의 만류로 기사화할 순 없었으나 김동현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김동현은 존 해서웨이에게 KO승을 거두며 타이틀 도전 가능성을 높여갔다. 하지만 타이틀 도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근 경기에서 고개를 숙였다. 랭킹 4위 타이론 우들리에게 1라운드 1분 만에 승리를 내줬다.

그 순간 몇 개월 전 김동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장 물어보고 싶었지만 패배의 상처가 있을 것을 고려해 그의 선택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은 전혀 의외였다. 다시 챔피언이 되겠다는 것이 아닌가. 패하면 은퇴하겠다고 거론한 사람이 갑자기 챔피언이 되겠다는 말을 한 자체가 놀라웠고, 더군다나 이미 두 번이나 기회를 놓쳤고 상황이 더 어려워졌기에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나 싶었다.

김동현이 다시 뛰기로 결정한 것은 패하긴 했지만 아직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사람들을 기대하게 하고 본인 역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김동현이 늘 강조하는 '동기부여'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새로운 변화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김동현은 "이번 변화에도 사람들이 많이 놀랄 것으로 예상되고 나 역시 기대된다. 이번이 마지막 변화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될 자신이 있다. 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고 그렇게 만들어지고 싶다. 10승 3패의 지난 성적은 잊어버리고 새롭게 UFC에 데뷔하는 마음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하는 김동현 인터뷰 전문.

- 오랜만이다. 근황이 궁금하다.
▲ 대전 체육관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 정진석과 문기범의 경기가 잡혀 출전 준비도 하고 있다. 경기가 끝났지만 부산 식구들을 안 보기 뭐해 일주일에 절반 이상은 부산에서 지낸다. 또 간간이 서울도 올라가고 방송 촬영도 한다. 어떻게 된 게 경기가 끝나니 더 바쁘다.

- 사업을 준비한다고 하지 않았나?
▲ 사실 간판까지 걸었다가 접었다. 세상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냉정히 생각하니 어마어마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인데 너무 쉽게 판단했던 것 같다. 요즘은 가급적 경기 외적으로 신경 쓸 부분을 줄이고 있다. 개인운동, 체육관 운영, 방송출연 이 세 가지에만 집중한다. 그래야 안정을 찾고 올라갈 수 있다.

- 패배 후 시간이 약 2개월 지났다. 본인이 생각하는 패배 원인이 무엇인가.
▲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검투사들이 어마어마한 칼을 들고 싸우는 것이 종합격투기 경기다. 누구나 한 방이 있는데 그것에 맞아 졌을 뿐이다. 준비한 것과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해 허무함이 있다. 엄청난 폭탄을 들고 있었는데 아끼기보다 초반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렸다. 당시엔 많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

- 어느 때보다 패배의 쓰라림이 컸을 것 같다.
▲ 너무 아쉽고 후회되고 다시 붙고 싶은 마음이다. 나에게 레슬링으로 다가오길 바랐다. 난 상대가 누구든 그래플링으로 나올 경우 괴롭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물론 내가 먼저 테이크다운을 시도해도 괜찮았을 것 갖지만 지금 생각일 뿐이다. 웰터급 10위가 내 실력인 것 같다. 10위 내 선수와 싸울 때마다 졌다. 5~6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못 깨고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연구 중이다.

- 이상하게 패할 땐 허무하게 승리를 내주곤 한다. 카를로스 콘딧, 데미안 마이아와의 대결 때도 그랬다. 이유가 뭘까.
▲ 왜 그런지 나도 의문이다. 그들을 상대로 내 기량을 다 펼쳤음에도 패한다면 많은 것을 배우고 한계를 깔끔히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늘 빠른 시간 내에 허무하게 패했다. 난 경기 운영이나 전체적인 밸런스 조절, 두뇌싸움, 판정으로 이기는 것에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종합격투기는 이변이 너무 많다.

- 지난 3월 마카오에서 존 해서웨이와 맞붙기 직전 본인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나이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타이틀전으로 다가가다가 패한다면 은퇴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 나는 지금까지 아무런 동기부여 없이 기계처럼 훈련한 적이 없다. 항상 목표를 만든다. 훈련 때도 오늘은 누구를 이기고 이런 기술을 사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경기에 있어서도 목표 설정이 승리의 원동력이 된다. 난 프랭크 미어처럼 이젠 누구도 기대를 하지 않는 선수가 되는 게 싫고, 그렇게 되기 전에 은퇴할 생각이었다. 사실 이번 경기 직후만 해도 그만 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우들리와 맞붙을 때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느꼈다. 내 경기를 보러 외국까지 왔고, 너무 설렌 나머지 잠을 못 자는 이들도 있었다. 나로 인해 사람들이 들뜨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웠나?
▲ 비록 패하긴 했지만 아직 은퇴할 정도로 사람들 관심에서 벗어나진 않았다. 이에 뭔가 새로운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준비 중이다. 스타일도 바꾸고 새로운 김동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매미에서 스턴건으로 바꾸면서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번 변화에도 사람들이 많이 놀랄 것으로 예상된다. 나 역시 기대된다. 물론 여기에서 한두 번 더 진다면 은퇴하는 게 맞다.

- 지난 패배가 약이 된 것인가? 은퇴를 언급했기에 지금 모습이 꽤 의외다.
▲ 그 패배가 어마어마할 정도로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몸과 마음을 바꿔줬다고 할까. 사실 계속 경기를 치르며 지친 상태였다. 또 이기고 지는 것을 반복하면 승리에 대한 만족이 클 텐데 한동안 이기기만 하면서 승리의 소중함을 잊었던 것 같다. 이번 패배로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커졌고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선수 생활도 오래 하고 싶고 챔피언이 되길 원한다. 보통 경기가 끝나면 1개월간 음주가무의 시간을 보내는데 이번엔 완벽히 끊었다. 끝나자마자 경기를 준비할 때처럼 바르게 생활하며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 언제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은가?
▲ 추성훈 형이 좋은 교훈을 제시해줬다. 마흔의 나이에 멋진 경기를 펼치는 것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누군가가 앞에서 증명하면 그것은 큰 힘이 된다. 형은 동양인도 관리를 잘 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래서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 허나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냉정히 보면 챔피언이 되기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 아닌가.
▲ 맞다. 이 상황에서 챔피언이 되겠다는 각오는 가식적인 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오픈할 수 없지만 계획하는 게 있다. 많은 이들이 기대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아무 의미 없이 다시 챔피언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것이 결코 아니다. UFC와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매미도 해봤고 스턴건도 해봤다. 다음은 뭔가?
▲ 기대해도 좋다. 이번이 마지막 변화고,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될 자신이 있다. 원래 내가 잘 하는 것을 할 것이지만, 그것이 매미는 아니다. 상대 주먹을 보는 눈이 좋은 장점을 활용한 공격을 사용하고 싶다. 또 지금까지 복싱과 태클에만 전념했다면 이번에는 무에타이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상대가 볼 때 얄미울 정도로 강한 선수가 되고 싶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겠다. 한 달 뒤 발표한다.

-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설정한 계획이 있나? 이런 상황이 되면 은퇴하고 이렇게 되면 언제까지 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팬들이 관심이 멀어지면 떠나야 한다.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하는 만큼 나에겐 1패가 죽음과도 같다. 연패를 하면 그만 둘 생각이다. 사실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은퇴하는 것은 모든 선수들의 바람인데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이기면 또 링에 오르고 싶은 게 파이터다. 그래서 대부분 한계를 느끼고 그만하고 싶을 때가 되어서야 떠난다. 잘나가는 상황에서 그만두기란 어렵다. 올림픽처럼 4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 남은 현역 시절 꼭 이루고 싶거나 경험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
▲ 다시 말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변화며, 그것을 준비중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고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10승 3패의 지난 성적은 잊어버리고 새롭게 UFC에 데뷔하는 마음으로 싸우겠다. 복귀 시기는 내년 초가 좋을 것 같다.

- UFC 한국 대회 출전은 평생 기억에 남지 않을까?
▲ 지난 마카오 대회 때 한국 팬들이 현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카오가 그 정도인데 한국에선 정말 엄청날 것 같다. 거기서 이긴다면 큰 영광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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