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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0일 토요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개막되는 UFN 52에 임현규와 강경호가 동반 출격한다. 두 선수는 UFC 데뷔전을 같은 대회에서 치른 동기이고 각각 세번의 UFC 경기를 가졌는데 모두 같은 대회였다. 두 선수가 함께 출전하는 것만 벌써 네 번째.

두 선수의 데뷔전이었던 2013년 3월의 'UFC on Fuel TV - 실바 vs. 스탠' 에서 임현규는 KO로 승리했고 강경호는 다소 의문이 남는 판정패를 당했다(후에 상대였던 알렉스 카세레스의 대마초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효경기로 결과 정정). 2013년 8월 두 번째 합동 무대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임현규의 피니쉬 승과 강경호의 너무나 아쉬운 판정패였다. 

세 번째는 2014년 1월 열린 'UFN 34 - 사피딘 vs. 임현규'였다. 대회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임현규가 부상을 당한 제이크 엘렌버거를 대신해 투입되었던 대회로, 그는 웰터급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명인 사피딘을 메인이벤트에서 맞이해 유혈의 난투극을 벌였다. 임현규는 로우킥에 의해 다리에 문제가 생기면서 안면과 복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5라운드 종반에 드라마틱한 맹공으로 모두의 손에 땀방울이 맺히게 만들었다. 경기 후 UFC의 대표 데이나 화이트가 '임현규는 야수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를 좋아한다'라는 멘트를 남겼을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다. 비록 판정패였지만 임팩트는 강했다. 

반면 강경호는 시미즈 슈니치를 상대로 강력한 압도감을 선사했다. 1라운드에 수직으로 내려찍는 팔꿈치 공격을 이유로 2점의 감점을 당한 강경호는 대단한 위기에 몰린 셈이었다. 두개의 라운드를 내주고 시작한 계산과 같았기 때문이다. 심리적 부담감이 굉장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강경호는 침착하게 공세를 이어나갔고 3라운드 중반에 암트라이앵글 초크를 성공시켜 항복을 받아냈다. 삼세번만에 얻어낸 귀중한 1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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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토요일 임현규는 사토 타케노리와 싸우며 강경호의 상대는 타나카 미치노리다. 적지에서 벌어지는 한일전 X2, 거기다 2년 7개월만에 복귀하는 추성훈에다 마크 헌트와 로이 넬슨의 메인이벤트 까지. 이번 'UFN 52 - 헌트 vs. 넬슨'은 본방사수의 가치가 매우 높다. 슈퍼액션에서도 특별히 오후 1시 30분부터 이 대회를 위한 특별편성을 준비해 격투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임현규 vs. 사토 타케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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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는 사쿠라바 키즈시의 추종자다. 2004년에 데뷔했고 2010년까지 미들급에서 뛰었는데 성적은 9승 7패 5무로 신통치 못했다. 하지만 2010년 4월 웰터급으로 체급을 내린 이후에는 8승 2패 2무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판크라스 웰터급 타이틀을 획득하고 6차례(4승2무)의 방어전을 성공했다. 2013년 10월 DEEP에서 이슬람 갈라예프라는 선수를 꺽은 그는 UFC의 지명을 받았고 메이저 데뷔전에서 에릭 실바와 대전하였으나 1라운드 1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TKO로 산화했다.

사토는 임현규에 비해 한수 아래의 상대로 보인다. 해외의 도박사들도 8:2 정도의 차이로 임현규의 우세를 점치고 있고 국내 팬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사토전을 임현규의 입장에서 쉬어가는 게임 정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임현규 본인 만큼은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것이다. 

사토의 가장 큰 약점은 타격방어의 부실함이다. 그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상대의 강타를 곧잘 허용하는 빈틈을 보였다. 왼손잡이인 그는 특히 오른손잡이 선수의 라이트 큰 것을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허용하는 장면을 여러차례 보여주었다. 반사능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작은 체구 치고는 스피드 레벨도 낮은 편이라는 점 역시 의아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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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임현규가 타격으로 사토를 피니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토는 기회를 봐서 임현규를 넘어뜨리려 할 것인데, 두 선수간의 리치 차가 너무 심하고 임현규의 레슬링 방어능력도 세계적인 레슬링 명가 코리안 탑팀에서 장착된 것이라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임현규에게는 그러나 체중감량이라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체구가 워낙 장대한 선수고 평소 체중이 95kg에 육박하기에 그의 감량폭은 대단히 극단적이다. 감량고를 이기지 못하고 출전이 좌절된 적이 있을 정도. 이후 확실한 노하우를 터득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임현규에게 감량은 난제일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사토보다 감량이 더 어려워 보일 지경이다.

임현규에게는 그래서 성공적인 감량과, 경기에서 방심하지 않는 진중함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피딘 전에서 본인이 무엇을 얻었는지를 팬들에게 선보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빨라진 템포와 타격의 강약조절을 기대하고 있다. 

강경호 vs. 타나카 미치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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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는 2007년 프로무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국내 무대에는 경량급 선수들이 뛸만한 체급이 없었고 그는 본인의 체격에는 다소 벅찼던 라이트급 (-70KG)과 페더급 (-66KG)에서 뛰었다. 2011년 4월까지 두 체급에서 그는 6승 5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로드FC에 밴텀급이 신설되면서 강경호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다. 밴텀급 데뷔 이후 2연승을 했고 비록 세번째 경기에서 계체 실패로 인한 감점에 의해 판정패했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압도적이었다. 이후 다시 3연승을 더 추가해 그는 밴텀급 통산 5승 1패를 기록하게 된다. 5승 모두 판정까지 가지 않고 피니쉬를 거두었다. 라이트급, 페더급과 싸우던 경험을 가진 강경호는 일반적인 밴텀급의 평균을 넘어서는 괴력을 과시했으며 스피드 레벨도 대단히 우수했다. 약점으로 지목되었던 레슬링은 이 과정에서 특기로 전환되기까지 했다. 이 시기 강경호의 실력은 탈아시아권이었다. UFC가 그를 영입한 것은 대단히 자연스러웠다. 2013년 3월 UFC에 데뷔한 강경호의 UFC성적은 전술한 바와 같다.

강경호가 이번에 상대할 타나카 미치노리는 대단히 특수한 파이터다. 빠르고 힘이 세며 천재적인 임기응변 능력을 가진 선수다.

이 선수의 특징 1번은 스텝이다. 그는 굉장히 풍부한 좌우 스텝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이러한 움직임은 상대의 타격 적중률을 매우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2번은 상대의 타격이 빗나가게 만들고 시도되는 카운터 테이크다운이다. 이 선수의 주공은 그라운드 플레이로, 정신없이 움직여 상대의 타격을 미스하게 만들어 놓고 카운터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을 즐긴다. 그렇지만 카운터 타격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대단히 까다롭다. 그리고 고속 기동간에 기습 선제타격도 간간히 구사하는데 기술적인 면보다는 스피드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의외로 방어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3번은 잦은 실수와 임기응변의 위기탈출 능력이다. 이 선수는 쉽게 백포지션을 내줘버린다든지 마운트를 어이없게 허용하는 희안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러한 절체절명의 포지션에서 너무나 쉽게 탈출해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키는 장면을 거의 경기 때마다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가 좋은 포지션을 잡고 공격하려는 타이밍과 공격 옵션에서 힘이 흐르는 방향을 읽고 그 힘을 받아 자신의 탈출 및 포지션 역전을 이루어내는 감각을 소유한 것으로 보인다.

4번은 그의 공세가 보통 그라운드에서 나오며 파운딩으로 점수를 따고 서브미션기를 곧잘 사용한다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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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부에 대해 해외의 도박사들은 약 6:4정도로 타나카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강경호가 타나카를 이기기 위해서는 그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그에 대비한 카드를 신중하게 꺼내들어야 할 전망이다.

첫째, 타나카의 풍부한 발놀림과 움직임에 강경호가 짧고 빠르고 정교한 타격으로 맞서야 한다. 큰 것을 휘두르기에는 좋지 못한 상대다. 주요 옵션은 잽이 되어야 하고 타나카를 물러서게 만들며 로우킥을 사용해 주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타나카처럼 빠르게 부지런히 좌우 스텝을 밟는 선수에게 큰 공격을 하다가는 카운터 타격이나 테이크다운기에 걸려 손해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에 극도로 짧고 정교한 타격을 위주로 싸워야 한다. 특히 상대가 멀리서 좌우로 돌아다닐 때 초조해 하거나 짜증을 내면 안된다. 어차피 상대의 힘이 더 빠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타나카가 그런 모습을 보일때 케이지의 중앙을 차지하고 서서히, 무리없이 날카로운 잽을 던져주며 몰고다니면 결국 유리해지는 쪽은 강경호다.

둘째, 이 선수는 테이크다운을 걸다가 되치기를 허용하는 경우가 잦다. 아무래도 고속으로 기동하는 와중에 테이크다운을 걸다 보니까 중심관리가 잘 안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강경호는 타나카의 테이크다운 시도 자체를 되치기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 또한 기습적인 타격을 꺼내는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비는 항상 되어있어야 한다. 강경호는 가끔씩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기에서는 그럴 여유가 전혀 없다. 

셋째, 이 부분이 핵심이다. 이 선수에게 유리한 포지션을 빼앗는 것 자체는 의외로 쉬워보인다. 어느정도의 레슬링 실력이 있는 선수들은 그에게 백포지션이나 마운트 등을 잡아낸 바 있다. 그런데 타나카는 상대의 초크 시도나 파운딩을 위한 동작을 역으로 이용해 매우 손쉽게 포지션을 뒤집는다. 마치 상대의 수를 미리 읽고 그것에 맞춰 동작을 내는 것 처럼 보일 정도인데, 무서운 센스를 가진 것으로 개인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선수를 상대로는 포지셔닝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확실하게 눌러두고, 본인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의 공격을 내는 편이 좋을 것이다. 데미지를 주기보다는 점수를 가져가는 형태의 운영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격의 리듬을 평소보다 달리 가져가야 하며 상위포지션에서 파운딩을 치는 척을 해서 그것에 반응하게 만들고 눌러버린 다음 파운딩을 치는, 즉 타나카의 습성을 역이용하는 리듬을 구사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추측된다. 워낙 감이 좋고 낌새를 예민하게 알아채며 아래에서 스윕과 이스케입을 할 때조차 페이크를 즐겨 쓰는 선수이므로 그것을 역이용하는 리듬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 선수와의 그라운드 플레이에서는 속이는 게임을 잘 해야 하고 속아주면 곤란하다.

경기 초반에 이러한 운영으로 타나카의 기세를 꺾어 당황하게 만들고 서두르게 만들어 두면 아직 패배의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무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강경호는 경기 초반에 방어적이고 정교한 짠물 플레이로 타나카의 예봉을 묶은 뒤 타나카가 만약 당황해서 실수를 한다거나, 또는 흥분해서 무리를 한다거나, 혹은 위축되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거기에 맞는 공세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종합하자면, 강경호가 이기기 위해서는 타나카가 실수를 하는 부분을 여지 없이 득점으로 연결시켜야 하며 타나카의 귀신같은 눈치를 페이크를 섞어주며 교란해야 한다는 것.

힘과 전반적인 테크닉 레벨, 그리고 경험은 강경호 쪽이 유리하기 때문에 강경호가 초반에 타나카의 힘을 빼고 정신력을 소모시킨다면 그에게 패배라는 쓴잔을 선물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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