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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 로드 FC의 첫 중국 대회가 열렸다. 로드의 27번째 정규 이벤트이기도 했던 이번 대회는 중국 진출뿐만 아니라 샤오미라는 대형 자본과의 계약, 최홍만의 출전, 무제한급 토너먼트, 허브딘의 참여 등 화제 거리가 다양했다. 결과 역시 훌륭했다. 정원을 초과한 특별석까지 포함해 무려 2만석을 팔아치웠으며, 전체 11경기 중 7경기가 1라운드에 화끈하게 끝나는 등 내용도 알찼다. 국영 방송인 CCTV의 중계 하에 중국인 파이터들이 맹활약해주면서 현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물론 그저 웃기엔 찜찜한 구석도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별다른 공방도 없이 끝나버린 황당한 메인이벤트, 아오르꺼러의 눈살 찌푸려지는 비매너 행위와 애초에 심각한 미스매치였던 홍영기, 남예현 선수의 경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1차전에 이어 2차전마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최무배 역시 국내 팬들에게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상업적으로 한국 단체가 거둔 사상 최고의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은 이들의 거대한 임팩트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위의 사례들이 이번 대회에 한정된 단기성 문제라면 이것은 로드 FC의 향후 행보를 아예 바꿔 놓을 수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룰 개정이다. 룰이 곧 단체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MMA의 특성 상 룰 개정이란 의미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부터 적용된 로드 FC의 개정 룰의 골자는 세 가지다. ‘벌점제’, ‘총합제’, ‘적극성 유도’. 소극적인 경기 운영에는 아예 벌점을 주고 일으켜 세우거나 링 중앙으로 불러들이며 이렇게 나온 라운드의 점수를 모두 합산해 승패를 결정함으로서 화끈함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여러 커뮤니티의 반응은 꽤나 회의적이었다. ‘아웃복서에게 인파이팅을 강요하는 것이냐’, ‘중국 자본 입맛에 맞추자고 규칙을 바꾸는 것이 말이 되는가’, ‘MMA가 아닌 산타를 하자는 것인가등 상당히 날 선 비판도 많았다.

 

실제 적용되는 과정 역시 좋지 못한 반응이 많았다. 미노와 이쿠히사 대 자오 쯔롱의 경기에서 특히나 그러하였다. 최근 유독 가드를 내리고 잔 공격을 자제하며 정적인 경기를 하는 미노와에게 타격전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노와는 1라운드 KO패를 당했으며 따라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로드 측에서 이러한 문제가 생길 줄 몰랐을 리가 없다. 단지 이러한 비판 혹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러한 큰 수를 둘 가치가 있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 중국 자본이 아예 빠져있다고 보기는 어려울지언정 그게 전부라 보기도 어려울 듯하다. 이는 MMA 자체의 변화에 기인한다.

 

실전을 표방하는 MMA의 기본적인 성향에 기대어 볼 때, MMA가 갈수록 스포츠화 되는 것은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박치기의 금지에서부터 시작해 북미 무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싸커킥 등 그라운드의 상대에게 가하는 킥의 금지, 엘보우의 금지, 도복과 타이즈의 착용 금지 등 점점 금지 기술이 늘어가는 데 반해 그 반대의 움직임은 없다시피 하다. 단지 비교적 과거의 룰을 보존하고 있는 DEEP이나 그를 차용하는 One Championship 등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드 FC의 룰 개정은 가히 혁명적이다. 사실상 사상 최초로 소위 말하는 점수 따먹기 식의 파이팅을 확실하게 제재할 무기를 꺼내든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 자본이 들어왔다고는 하나 단체의 네임벨류에서나 소속 선수들의 수준으로나 로드 FCOne Championship을 비롯한 여타 A-급 대회들과 비교해 가지는 별다른 강점이 없다. 룰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 킥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엘보우까지 금지되어 있다. 라운드도 2라운드가 끝이고 선수층이 그렇게 두텁지도 않다. 일본이나 북미, 그리고 최근의 중국처럼 시장이 확실히 굳혀져 있지도 않다. 지금 로드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 준 메이저 단체들의 틈으로 도약해야하는 시기가 온 만큼 로드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 룰 개정은 상당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변화다. 무한 셀프가드, 런어웨이 아웃복싱, 라운드 막판 태업 등의 저질 플레이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경기 진행에 속도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대회 내용의 질적 향상과 차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로드의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MMA 시장 자체에서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긍정적 가능성도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한 바, 필자는 말하고 싶다. 로드의 결정이 지금 당장은 삐그덕 댈지언정,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노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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