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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격투이벤트의 메카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2년 7개월 만에 'Time to say goodbye'가 울려 퍼졌다. 2012년 2월 'UFC 144'에서 제이크 쉴즈에게 패한 뒤 부상으로 긴 공백을 가졌던 추성훈(39·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같은 대회장에서 복귀했다.

입장할 때 추성훈의 표정에서는 이전 경기 때 이상으로 단호한 결의가 느껴졌다. 4연패의 상황에서 임하는 아미르 사돌라와의 대결이 계약상 마지막 경기다 보니 충분히 그럴 만 했다. 무엇보다 선수로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지가 남달랐을 것이며, 더욱이 장소는 일본이었다.

결과는 추성훈의 판정승. 추성훈은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고 사돌라에게 완승을 거뒀다. 2009년 7월 자신의 UFC 데뷔전이었던 100번째 정규대회 이후 무려 5년 2개월 만의 승리였다. 추성훈은 경기 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확신했고, 케이지에 올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무난한 판정승이었던 만큼 케이지에 올라 포효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승리 자체가 추성훈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승리의 쾌감,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의 한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내용보단 승리? 이전과 비교된 안정적인 운영

추성훈은 유도가 출신이라는 점이 무색하게 타격에 재능을 나타내며, 다분한 싸움 기질이 경기에서 잘 드러나는 편이다. 철두철미한 전략을 수행하기보단 순간의 상황에 몸이 움직인다. 상대가 거세게 나올수록 추성훈의 움직임도 거칠어진다. 조르주 생피에르가 경기를 한다면 추성훈은 싸우는 느낌이다.

물론 그 스타일이 항상 승리를 가져다주진 않았지만, 추성훈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과와 관계없이 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추성훈이 4연패의 늪에 빠졌음에도 퇴출되지 않은 것에는 이런 부분이 일부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4연패라는 저조한 성적과 계약상의 마지막 경기란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추성훈의 이번 경기 모습은 이전과 달랐다. 과감함이 줄은 반면 신중함이 증가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정도는 아니었으나 과거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우선시된 형태였다. 야수의 모습이나 승부사 기질도 볼 수 없었다.

일단 적극적으로 공격하기보단 상대의 공격을 받으며 신중히 기회를 노렸다. 이상할 정도로 펀치를 아끼는 모습도 보였고, 종종 사용하던 킥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킥은 동작이 크고 두 개의 중심축 중 하나로 지탱하기에 밸런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라운드에서도 안정된 모습이 보였다. 승기를 잡은 후반에는 과감한 파운딩을 볼 수 있었지만, 1라운드 상위포지션을 잡았을 땐 상체를 거의 붙이고 있었다. 과감한 공격보다는 포지션 유지에 큰 비중을 둔 움직임이었다. 상대 입장에선 움직일 공간이 없어 서브미션을 시도하거나 포지션을 역전시키기가 어렵다.

또 너무 오래 쉰 것이 원인인지 몰라도 이전에 비해 날카로움이 조금 부족해진 느낌을 들었다. 공격의 임팩트나 몸의 반응을 볼 때 날이 완전히 서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상대의 하이킥에 불안한 모습을 종종 노출하기도 했다.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유종의 미는 재계약에서?

추성훈은 2011년 국내 방송에 출연해 "나도 한국 나이로 37세다. 은퇴가 얼마 안 남았다. 앞으로 2~3년 정도 활동할 것 같다. 남은 기간 UFC에서 싸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이번 경기가 어쩌면 은퇴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됐다. 패한다면 계약해지가 되면서 불가피하게 은퇴 수순을 밟을 것이고, 승리할 경우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다시 경기를 뛸 수도 있겠지만 1~2경기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됐다.

그러나 경기 전후 추성훈이 한 말을 보면 아직은 은퇴할 생각이 없다. 김동현은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 "성훈이 형은 아직 운동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여전히 실력이 좋다. 한국에서 UFC 대회가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추성훈은 승리 직후 "반더레이 실바와 맞붙고 싶다"고 언급했으며, 기자회견에서도 은퇴의 뉘앙스는 조금도 풍기지 않았다. 블로그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겨우 이길 수 있었다. 응원 정말 감사드린다. 또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기에 잘 부탁드린다"는 글을 적었다.

정황을 고려하면 추성훈이 재계약을 할 가능성은 높다. 그동안 4연패로 부진했지만, 재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했다. 추성훈이 한국과 일본에서 높은 흥행력을 갖춘 것을 잘 알고 있는 UFC가 거부할 이유도 없다. 4연패의 극심한 부진에도 추성훈을 생존시켰던 UFC였다.

보통의 다른 선수들처럼 4경기 계약을 한다면 최소 2015년, 최대 2016년까지 옥타곤에서 추성훈을 볼 수 있을 전망이며, 이 선택이 유종의 미가 될지 씁쓸한 마무리가 될지는 추성훈에게 달렸다.

한국 대회 흥행의 필수 인물

UFC는 내년 상반기 한국에서 첫 대회를 치를 계획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대회에 대한 많은 소식이 있었지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엔 계획이 꽤나 진척된 상태다. 현재로선 3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대회가 열리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내에서의 흥행이며, UFC 파이터를 7명 보유한 만큼 '한국 vs. 세계' 형태의 대진을 구성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UFC는 기준에 완전히 적합한 경기장은 없지만 대안이 될 경기장은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것은 UFC에 계약된 모든 국내 선수들이 다 출전했을 때의 얘기다. 시기가 맞지 않거나 부상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해야 하며, 특히 흥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찬성은 입대 문제가 걸려있어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동갑내기인 강경호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추성훈이란 존재는 한국 대회의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추성훈은 다양한 연예활동으로 격투기를 넘어 스포츠 전반과 연예 쪽에서도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추성훈의 참가만으로 대중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추성훈이란 키워드가 가진 힘은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이번 복귀전이 열렸을 때만 보더라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추성훈의 기사가 스포츠 전체 헤드라인에 당당히 걸려있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꽤나 선전한 결과로 판단된다.

한국 대회 참가는 추성훈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사랑이 아빠'로 주가를 더욱 올린 상태에서 직접 경기까지 갖는다면 인지도 상승은 물론 경제적인 이득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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