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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석은 2000년, 사형을 선고 받은 친부모를 토막살해한 범죄자이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개좆같은 씹새끼가 아닌가 싶지만 뒷배경을 읽어보면 마냥 그렇진 않다.
이은석은 해군사관학교 장교출신인 아버지와 이화여대 정치외교하고가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름대로 사회적 입지를 가진 가정에서 태어나 모범적인 학생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은석의 가정은 화목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군인이자 원칙주의자였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군대에 있던 똥군기를 그대로 적용시켰으며
자신은 가족들에게 관심 없으면서 가족들이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노발대발 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머니는 멀쩡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아버지와 같이 
완벽주의자였으며 히스테릭 증상이 심해 특히 아들들에게는 아버지보다 더 심한 똥군기식 교육을 시켰다.

부부 사이도 매우 사이가 좋지 않아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방을 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은석의 형은 친구 집에 놀러가서 친구 부모가 한 방을 쓰는 것을 보기 전까진
부부가 원래 각방을 쓰는 것인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부부싸움이라도 한번 일어나면 대화가 짧게는 한달 길게는 두달까지 없었으며
3달까지 냉전이었던 적도 있었다고 이은석의 형이 술회하였다.

부모는 이은석만 보면 갈궈대기 일쑤였으며,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 이은석을 괴롭혔다.
어릴 때부터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가정 폭력에 시달렸으며,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고 젓가락을 집어던지고 만화를 그렸다고 머리카락을 잡아뜯는식의 폭력이었다.
젓가락을 얼마나 집어던졌던지 당시 유리창에 금이 갈 정도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매일 열등감에 사로 잡혀서 이은석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광적인 히스테리를 보였다.
뺨을 때리기 일수였으며 복부를 발로 걷어차는 것도 일쑤였다.
뭔가 못하면 당연히 못하는거고 뭔가 잘하면 왜 더 잘하지 못하느냐고 혼을 냈다.
오죽하면 이은석은 어릴 때 야구 방망이까지 숨겨 놓았다고 할 정도였다.
고려대에 갈 정도로 성적이 좋은 이은석을 어머니는 매번 질책하고 모욕감만 주었다. 그에게 딸려오는 폭력도
이은석에게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악영향만 끼쳤으며 이는 이은석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의 학대 대문에 이은석의 성격은 내성적이었고 대인 기피증까지 생기게 되었다.
속칭 학교에선 왕따가 되었고 그를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급우도 있었다.

군입대 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후임병들에게까지 무시당할 정도였다고.

상황이 이런데도 아버지든 어머니든 이은석의 고통따위엔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버지는 해군이라는 직업 특성상 한달에 한번만 집에 들어오면서도 아들을 본체만체 했고 그런 아버지를 기피하면
고추 달린 새끼가 왜 저따구냐, 굼벵이 같은 새끼. 하면서 쏘아붙였다.
이은석이 군대에 가 있는 2년 6개월동안 부모는 면회를 단 한번도 가지 않았다.

군대에서 제대한 후에도 모욕과 멸시는 계속 이어졌다.
아버지는 이은석보고 
"니가 뭘 잘하냐? 공부나 해라, 유일하게 내세울 게 공부인데 그것도 못하면 넌 완전 쓰레기다"
"너 같은 놈은 사회생활 못한다"
"너 같은 자식은 필요없다"는 식의 상처 주는 말만 듣고 자랐다.
"쓸모없는 쓰레기 새끼"
"넌 나가 죽는게 낫겠다"

이은석에게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이 형은 이은석과는 달리 외향적인 성격에 직설적인 성격이라
부모의 행동에 반항하면서 이은석과 충돌하곤 했다. 부모 역시 이러한 형을 골칫거리로 여겼지만
이은석에 비해 형이 부모로부터 받은 정신적 충격은 적은 셈이다.
하지만 이은석은 부모로부터의 학대를 그저 꾹 참고 넘기기만 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형은 대학교에 입학자마자 집을 나갔다. 어머니는 당황했는지 형에게 화해를 요청하며 형에게 아파트까지 마련해주고
나름대로 관심을 보였다.
웃긴게 이 아파트를 마련할 돈을 이은석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이은석의 명의로 대출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은석은 마음이 틀어질대로 틀어진 상태인데 형에게 유독 관심을 가져주는 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날 밤, 어머니가 또 이은석에게 혼을 내자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 폭발하면서
어머니와 무려 4시간 동안 거친 말싸움을 하였다.

이때가 살인을 저지르기 10일 전이며 이은석이 어머니에게 한 제대로 된 반항이었다.
말싸움을 하면서 이은석은 그때동안 어머니의 악행을 모두 쏟아냈지만 
어머니는 이때에도 사과는 커녕
왜 옛날이야기를 거들먹 거리냐며 이은석을 오히려 못된 자식으로 쏘아붙였다.

그리고 사건 일주일 전, 그 사실을 모두 들은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이은석을 야단시키자
이은석은 다시 한번 분노를 쏟아냈지만 아버지도 냉담했다.
아버지는 오히려
"그런건 그때그때 이야기 할 것이지, 왜 지금 와서 병신같이 꺼내느냐? 사내놈이 한심하게 이따구니.. 한심한 새끼"
라는 멸시와 모욕뿐이었다.

이 마지막 대화에서 단절을 느낀 이은석은 6일동안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더 놀라운 것은 부모가 그런 이은석을 보고도 전혀 무심했다는 것이다.
이은석은 6일간 방에서 지내면서 부모와 잘 지내기는 틀렸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결국 
부모의 살해를 결심한다.

사건 당일, 새벽에 양주를 연거푸 마신 어머니를 망치로 때려 살해하고 5시간 후 아버지도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다.
어머니를 먼저 살해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가장 증오심이 심했을거라 추측했지만
이은석은 먼저 살해한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어머니를 죽이고 나잔 살인을 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워 아버지를 죽이지 못하고
4시간동안 방안을 왔다갔다 하며 안절부절했지만..

아버지가 잠을 깨서 이 광경을 보면 노발대발 할것을 걱정한 나머지, 
아버지도 결국 살해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간의 살해 시간차이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틀동안 시신을 토막내 여러 곳에 유기하고 청소 및 뒤처리를 했다.
하지만 경찰에게 이내 잡힌다.

이은석은 사건 직후 경찰서 진술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라며 울먹였다.
자식을 소도구만도 못하게 취급한 부모는 이렇게 끝이 났다.

재판정에서 이은석의 형이 했던 말은 더욱 충격적인데 형은 부모를 죽인 동생을 원망하기는 커녕
"나는 동생을 이해한다. 그럴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말 때문에 형은 공범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지만 공범은 아닌걸로 밝혀졌다.
부모를 죽인 동생을 옹호하는 걸 보면 이은석의 형도 느낀 것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은석은 1심에사 사형을 선고 받았고 대법원까지 상고를 한 끝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지금도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여러모로 한 가정의 비극을 나타내는 씁쓸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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