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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에서의 도발은 맛있는 양념이다. 두 선수가 맹렬히 비난할수록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된다. 티토 오티즈-켄 샴락, 라샤드 에반스-퀸튼 잭슨, 반더레이 실바-차엘 소넨 등은 수위 높은 장외설전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대표적인 앙숙이다.

하지만 도발 없이도 충분히 팬들이 만족할 만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선수가 바로 UFC 헤비급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32·미국)다. 오직 실력으로만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시즌-비시즌, 경기 전-후를 가리지 않고 무섭도록 차가운 냉철함을 유지한다. 승리했을 때도 큰 기쁨의 표현을 하지 않는다. 펜스 위에 올라가 관중들의 환호를 느끼는 그의 모습은 어느 곳에도 없다.

멕시칸 자부심이 철철 넘치는 벨라스케즈는 오는 14일 멕시코시티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188' 메인이벤트에서 헤비급 잠정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37·브라질)과 통합 타이틀전을 벌인다. 둘 모두 상대를 존중하며 거친 신경전을 선호하지 않는 타입이다.

벨라스케즈-베우둠의 대결은 두 번이나 취소됐다. 지난해 2월, 11월 각각 벨라스케즈의 어깨-무릎 부상으로 1년 4개월이나 꼬였다. 둘은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최초로 개최된 'UFC 180' 대회 전 기자회견, 'UFC 180' 대회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바 있다. 벨라스케즈는 잠정챔피언에 오른 베우둠을 칭찬해줬고, 베우둠은 벨라스케즈의 부상을 격려하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올해 재차 대결이 성사된 후에도 둘은 말을 아꼈다. 프로모션을 위해 일부러라도 대립 구도를 만드는 그간의 대회 메인이벤트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벨라스케즈-베우둠은 '70억분의 1'을 가리는 세계 헤비급 최고의 경기, 최강 레슬러-최강 주짓떼로의 만남, 미국과 브라질의 자존심 격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큰 탈 없이 둘은 서로를 존중한 채 옥타곤에 오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베우둠이 '내가 벨라스케즈보다 더 멕시칸'이라며 벨라스케즈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벨라스케즈는 누구보다 멕시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계열인 그는 가슴에 멕시코혈통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의미의 '브라운 프라이드(Brown Pride)'라는 문신을 새겼을 정도다.

이런 벨라스케즈에게 '멕시칸 도발'은 썩 달갑지 않게 다가왔다. 베우둠의 도발로 벨라스케즈의 승부욕은 더 강해졌다. 만날 때마다 악수, 포옹을 나눴지만 베우둠의 "내가 더 멕시칸" 발언 후 벨라스케즈는 베우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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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우둠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벨라스케즈는 "(자신이 더 멕시칸이라며)나에게 모욕감을 줬다. 미국에서 태어난 난 미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버지의 나라인 멕시코 역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베우둠은 그런 말을 해선 안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벨라스케즈의 반응에 베우둠은 내심 당황한 눈치다. 그는 "벨라스케즈가 아침식사 자리에서 나의 악수를 받아주지 않았다. 내가 뒤에서 자신을 험담하고 다닌다고 하더라. 난 그저 벨라스케즈가 멕시코 태생이 아니라 미국인이라 했을 뿐"이라며 "난 20번 정도 멕시코를 방문했다. 마크 헌트戰을 준비하면서 두 달 정도 이곳에서 살기도 했다"고 수습했다.

벨라스케즈의 마음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그의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어졌다. 가벼운 신경전으로 생각됐던 이 사건은 경기 후에나 마무리될 것 같은 분위기다.

베우둠은 브라질리언이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라틴아메리카의 공용어인 스페인어에 능통하다. UFC의 스페인어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멕시코 현지의 대회 프로모션이나 언론 인터뷰 등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최초로 개최된 'UFC 180'에서 베우둠은 마치 홈경기를 연상케 할 정도의 큰 환호를 받았다.

끝으로 베우둠은 "벨라스케즈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프로페셔널하고 멋진 남자다. 팬들이 우리 대결을 보고 싶어 하게끔 홍보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UFC 188'의 티켓은 삽시간이 매진됐다. 벨라스케즈-베우둠, 누가 승리를 거두더라도 멕시코와 연관 있는 파이터가 헤비급 왕좌에 오르는 만큼 멕시코에서의 UFC 인기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이날 대회의 코메인이벤트에서는 前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챔피언 길버트 멜렌데즈와 前 벨라토르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가 한판승부를 벌인다.

■ UFC 188- 케인 벨라스케즈 vs. 파브리시오 베우둠
2015년 6월 14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아레나(오전 10시 30분 수퍼액션 생중계)

-메인카드-
[헤비급 타이틀매치] 케인 벨라스케즈 vs. 파브리시오 베우둠
[라이트급매치] 길버트 멜렌데즈 vs. 에디 알바레즈
[미들급매치] 켈빈 가스텔럼 vs. 네이트 마쿼트
[페더급매치] 야이르 로드리게즈 vs. 찰스 로사
[여성부 스트로급매치] 테시아 토레스 vs. 안젤라 힐

-언더카드-
[플라이급매치] 헨리 세후도 vs. 치코 카무스
[라이트급매치] 에프레인 에스쿠데로 vs. 드류 도버
[페더급매치] 알렉산드로 페레즈 vs. 패트릭 윌리엄스
[웰터급매치 프란시스코 트레비노 vs. 조니 케이스
[웰터급매치] 어거스토 몬타노 vs. 카델 펜드레드
[페더급매치] 가브리엘 베니테즈 vs. 클레이 콜라드
[웰터급매치] 알버트 투메노프 vs. 앤드류 토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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