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짐에서는 연말을 맞아 지난 1년간 달려온 2013년의 UFC를 정리하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2013년에 활약한 한국인 파이터들에 대해 다룬 어제 첫 편에 이어 올 한 해 격투기팬들을 열광시킨 멋진 경기들을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저희가 명경기로 꼽은 경기는 다음 네 개의 대결입니다. 원래 마크 헌트와 안토니오 실바의 대결을 맨 처음 순서로 소개할 예정이었지만 안토니오 실바의 도핑 테스트 양성반응 소식으로 맨 뒤로 배치했음도 알려드립니다.
- [UFC 166] 케인 벨라스케즈 VS 주니어 도스 산토스
- [UFC 166] 길버트 멜렌데즈 VS 디에고 산체스
- [UFC on FUEL TV 8] ' 반더레이 실바 VS 브라이언 스탠
- [UFN 33] 마크 헌트 VS 안토니오 실바
[GAME 1] 케인 벨라스케즈 VS 주니어 도스 산토스 (UFC 166,10월17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도요타센터)
첫 번째 경기는 UFC 166 메인이벤트로 열린 '케인 VS 주도산' 3차전이다.
이미 모두 알고 있듯이 이 경기는 벨라스케즈가 주니어 도스 산토스를 완벽하게 제압한 대결이었다. 몇 번이나 TKO가 선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이 지나갔고 이 승부를 끝으로 2년 간 헤비급 판도를 규정해 온 '양웅시대' 라는 단어가 더 이상 쓰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경기 중 하나로 선정한 이유는 경기 내용에서는 완패했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만큼을 절대 지지 않은 산토스의 투혼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 라는 것을 충실히 지키며 자신의 세워온 게임플랜을 옥타곤에서 완벽하게 실현해 낸 벨라스케즈의 모습 때문이다.
2,3 차전에서 너무나 완벽하게 벨라스케즈가 산토스를 몰아붙인 데다가 이 경기가 끝난 뒤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도 이들 사이의 4차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또 2,3 차전에서 너무나 완벽하게 벨라스케즈가 산토스를 몰아붙였기 때문에 둘이 다시 옥타곤에서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물론 역사는 벨라스케즈를 승자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현존 최고의 선수로 받아들여지는 벨라스케즈의 소나기 펀치를 맞으면서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반격기회를 노린 산토스도 승부오 관계없이 충분히 기억될 가치가 있다.
[GAME 2] 반더레이 실바 VS 브라이언 스탠 (UFC on FUEL TV 8, 3월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UFC 166이 열리기 전까지 가장 강력하게 2013 최고의 명경기 후보로 여겨지던 경기가 있었다. 바로 지난 3월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UFC on FUEL TV 8' '반더레이 실바 VS 브라이언 스탠' 戰이다.
지난 2006년 9월 펼쳐진 'Pride FC - Final Conflict Absolute' 이후 6년 남짓만에 다시 같은 장소를 찾은 반더레이 실바는 브라이언 스탠과 멋진 타격전을 펼치며 일본 팬들을 열광시켰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는 둘의 난타전은 30대 중후반 파이터들의 대결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화끈했다.
승부는 2라운드 4분8초만에 반더레이 실바의 펀치 KO로 결정되었지만 역시 승자인 실바부터 스탠에게 '전사의 심장'을 지녔다는 찬사를 보냈고 이 대회에서 UFC 첫 승을 거둔 '더 에이스' 임현규도 '실바와 스탠처럼 멋진 경기를 하고 싶다'는 소감을 남기는 등 역시 패자도 승자에게 뒤지지 않는 찬사를 맏는 명경기로 기억되고 있다.
현재 반더레이 실바는 'TUF 브라질 3' 코치 역할을 준비 중이고 브라이언 스탠은 이 경기의 패배가 큰 원인이 되어 지난 7월 파이터 커리어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GAME 3] 길버트 멜렌데즈 VS 디에고 산체스 (UFC 166, 10월17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도요타센터)
세 번째로 선정한 경기는 길버트 멜렌데즈와 디에고 산체스의 라이트급 경기다. 결과는 멜렌데즈의 3대0 심판전원일치 판정 승리 였지만 '0'으로만 표시되기에는 디에고 산체스가 보여준 투혼이 너무나 대단했다.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관중들은 물론 TV나 인터넷을 통해 이 경기를 본 모든 팬들까지 15분동안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쉴 새 없는 타격전이 이어졌고 끝난 뒤 패자인 산체스가 더욱 더 많은 박수를 받은 경기였다.
1라운드 초반부터 두 파이터는 뜨거웠다. 시작과 동시에 중앙으로 달려든 산체스는 멜렌데즈의 킥을 바로 잡은 뒤 백 포지션을 잡아 초크까지 시도했다.
잘 빠져나와 위기를 벗어났지만 멜렌데즈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이어 2라운드까지는 노련한 멜렌데즈가 정타를 더 많이 집어넣으며 포인트를 쌓아가는 흐름이었다. 2라운드가 끝날 즈음부터 이미 산체스의 눈 주위에는 엄청난 양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3라운드, 두 파이터는 올해 아니 MMA 역사에서도 손꼽힐 멋진 5분을 만들어냈다. 3라운드 돌입하자마자 두 선수는 자신의 체력을 모두 쏟아붓듯이 엄청난 타격전을 보여줬다.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맞더라도 무조건 전진하는 두 파이터의 모습에 모든 관중이 모두 일어섰다.
라운드 중반 산체스의 출혈량이 많아 잠시 경기가 중단되어 흐름이 끊겼지만 산체스는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출혈이 계속되는 안면을 앞으로 디밀며 계속해서 펀치를 날렸다.
앞서 말했듯 승부는 멜렌데즈가 가져갔지만 경기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물러서지 않고 펀치를 날리는 디에고 산체스의 투혼이 꽤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경기였다.
[GAME 4] 마크 헌트 VS 안토니오 실바 (UFN 33,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 엔터테인먼트 센터)
우선 상당히 아쉽다. 18일 오전 전해진 안토니오 실바의 도핑 양성 반응소식으로 인해 '세기의 무승부'가 '무효'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격투기다' 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5라운드 25분동안 끊임없이 주도권을 주고 받으며 모든 것을 불살라버린 승부에 감동한 모든 팬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토니오 실바는 일단 의사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기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빅풋의 양성반응 소식에 아쉬움을 느끼는 깊이만큼 그와 헌트가 보여준 열흘 전의 승부는 정말 대단했다. 친구 사이의 대결이었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30분 동안은 두 파이터가 정말 친분이 있는지를 의심할 만큼 두 파이터는 집요하게 상대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2라운드 실바의 로킥이 적중하며 헌트의 다리가 풀려 쉽게 실바가 경기를 가져가는가 했지만 1분 휴식 후 3라운드에서 헌트는 언제 휘청거렸냐는 듯 특유의 타격을 상대에게 꽂았고 이어 펼쳐진 4라운드에서는 3라운드에서의 실점을 막으려는 듯 실바가 정타를 연이어 적중시켰다.
헌트의 머리는 마치 붉은 빛 염색을 한 것처럼 벌겋고 변했고 경기를 마친 뒤 실바는 일어서 있을 힘도 없는 모습이었다. 판정 결과는 48-47, 47-47, 47-47, 47-47. 두 명의 심판이 동점을 주어 규정에 의해 무승부가 되었고 두 파이터는 그제야 친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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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 : 서정필
사진출처 : 시합영상캡처, 주니어 도스 산토스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