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의 4번타자, 장단점과 고민도 대조된다.
지난 20~22일 넥센과 한화의 목동 3연전은 양 팀 4번타자들의 활약이
볼만했다. 3연전 첫 경기에서는 박병호가 홈런 2방으로 넥센 승리를 이끌었다면 이튿날에는 김태균이 만루 홈런으로 한화 설욕을 견인했다. 마지막
날에도 김태균이 2루타 포함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한화의 위닝시리즈로 웃었다.
김태균과 박병호는 올해 극과 극의 타격
스타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특급 4번타자이자 오른손 1루수로 공통점이 있지만 그 스타일이 확연하게
다르다. 김태균이 정확성에 기반을 둔 중장거리에 가깝다면 박병호는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이다. 각 팀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워낙 대조되는 타격 스타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태균은 시즌 36경기에서 타율 3할6푼1리 48안타 2홈런
2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볼넷 22개와 사구 2개로 출루율은 4할5푼6리. 특유의 정확하고 기복없는 타격으로 꾸준함을 자랑하고 있다.
득점권에서 무려 4할5푼7리의 타율로 찬스에 강한 4번타자 면모를 갖췄다. 정근우와 펠릭스 피에가 앞뒤로 애워싸 집중견제 부담도 덜었다.
김태균에게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장타가 줄어들었다는 점 하나 뿐이다. 지난 21일 넥센전 만루 홈런 전까지 23경기 연속
무홈런이었다. 시즌 36경기 2홈런은 홈런왕 출신 김태균에게 어울리지 않는 기록. 성적이 급한 팀 사정상 무리하게 홈런을 노리거나 타격폼을
건드릴 수도 없다. 그는 "홈런을 못치는 건 내 스윙의 문제"라면서도 "홈런만 생각하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 팀에 도움되기 위해서라면
안타라도 많이 치겠다"고 이야기했다.
2012~2013년 2년 연속 홈런왕과 MVP를 차지한 박병호는 올해도 무서운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시즌 40경기에서 타율 3할8리 41안타 16홈런 29타점. 홈런은 외국인 타자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다. 장타율
1위(.699) 출루율 2위(.472)로 OPS(1.171)에서도 당당히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 박병호에게도
아쉬운 것이 있으니 바로 득점권 타율이다. 득점권에서 타율이 1할5푼6리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62명 중 59위로 최하위권이다. 홈런 16개를
터뜨렸지만 솔로 홈런이 12개에 달한다. 득점권에서 홈런은 하나 뿐이다. 득점권 타율이라는 게 맹점이 많은 기록이라지만, 1할대는 4번타자에게
매우 저조하다. 박병호 스스로도 "홈런보다 찬스에서 타점을 많이 올려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한다.
물론 아직
시즌은 반도 치르지 않았다. 김태균은 최근 4경기에서 홈런 1개와 2루타 4개를 터뜨리며 서서히 장타감각을 회복하고 있다. 박병호 역시
2012년(.316) 2013년(.288) 득점권 타율이 나쁘지 않은 타자였다. 두 타자의 고민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시즌이 지나고 나면
결국 본래의 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