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홈런 페이스 같아… 당시 이승엽은 5월 하순부터 몰아쳐
2014시즌 박병호(왼쪽 사진)가 2003시즌 이승엽(오른쪽)을 넘보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20일 목동 한화전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내며 시즌 16호를 기록했다. 팀 38경기 만에 때린 16개째
홈런이다. 2.375경기마다 1개가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2003시즌 이승엽의 56개 페이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승엽은 2003년 팀 37경기에서 홈런 16개째를 때렸다. 박병호가 1경기 뒤져 있지만 133경기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박병호도
딱 56개를 때릴 수 있어 사실상 페이스는 같다.
2014 박병호와 2003 이승엽의 승부는 지금부터다. 이승엽은 5월 하순부터
홈런 페이스를 더 크게 끌어올렸다. 당시 이승엽은 15호에서 16호를 때릴 때까지 4경기가 걸렸지만 이후 10경기에서 8개 홈런을 몰아쳤다.
이승엽은 16호를 때린 뒤 바로 다음날 광주 KIA전에서 17호 홈런을 때렸고, 이후 3경기째 만인 대구 두산전에서 18·19호 멀티 홈런을
때렸다. 몰아치기는 계속됐다. 20·21호가 한 경기에서 나왔고, 23·24·25호는 6월4일 열린 더블헤더에서 모두 쏟아졌다. 이승엽은 당시
팀 50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26개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당 경기 수를 2경기 이하로 끌어내렸다.
박병호로서는 5월 하순이
‘몰아치기’ 승부처다. 박병호는 “홈런 숫자에 집착하면 잘 풀리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서 있지만 최근 타구의 질이 확실히 달라졌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박병호는 5월 들어 때린 10개 중 8개가 비거리 120m를 넘는 대형 홈런이다. 7개는 125m 이상이었고,
목동구장 백스크린을 넘기는 140m짜리 장외홈런도 나왔다. 무시무시한 비거리는 박병호 홈런 타구의 질을 증명한다. 다만 2014 박병호가
2003 이승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밀어치는 홈런’이 더 필요하다. 박병호가 올 시즌 때린 16개의 홈런 중 ‘우월 홈런’으로 기록된 것은
2개가 전부다. 박병호의 홈런 리스트에 밀어치는 ‘우월 홈런’이 기록되기 시작하면, 올가을 야구 팬들은 정말 ‘잠자리채’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