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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5월 23일, 한국시간) 디트로이트와의 1차전까지 포함해서 1번이 아닌 3번 타자로 나선 경기가 다섯 번째였습니다. 알려진 대로 우리 팀 프린스 필더의 목 디스크가 심각한 상태이고, 수술을 받게 되면 시즌을 접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필더가 뛰던 3번 자리가 저에게 주어진 것이죠. 처음에는 이삼일 정도만 3번을 맡는 줄 알았습니다. 타격 코치님이 분명 2,3일 후에는 1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필더의 부상이 꽤 심각한 상태라고 판명된 후론 지금까지 3번 타순을 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필더가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일지가 걱정됩니다. 선수들이 웬만한 부상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참고 뛰는 터라 필더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혼자 속앓이를 해왔을 겁니다. 솔직히 선수들은 필더의 목 부상이 그 정도로 심각한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단, 라인업에서 빠지기 전날의 경기에선 스윙하는 폼이 조금 이상하더라고요. ‘몸이 많이 안 좋은가?’라고만 생각했지 디스크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 번 일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팀은 시즌 시작 전부터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르빗슈 유와 함께 레인저스의 선발진을 구축했던 데릭 홀랜드를 비롯해 주릭슨 프로파, 지오반니 소토가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로 시즌을 맞이했고, 개막 이후에는 마틴 페레즈, 맷 해리슨, 프린스 필더까지 시즌 아웃이거나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선수들이 속출했습니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만 17명이라고 하니, 정말 엄청난 부상의 악령이 팀을 뒤덮은 셈입니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한 시즌 동안 이렇게 많은 부상자들이 속출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팀 트레이너들도 자신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올해가 최악의 한 해라는 얘기를 전하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타까워하고만 있기에는 시즌도 많이 남았고, 없는 살림으로 꾸역꾸역 성적을 내려고 애쓰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모든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에 더욱 집중하려고 애를 씁니다.

신시내티 레즈 시절부터 줄곧 1번타자로 뛰었던 저로선 지금 경험하는 3번 타순이 아주 조금 색다른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가 생소하거나 불편한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1번타자는 출루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반면에 3번은 득점 찬스가 많다 보니까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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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에 서니까 공수교대 할 때가 제일 편하더라고요. 1번을 치면 1회 같은 경우 수비하고 바로 덕아웃으로 달려가 타석에 나갈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쁜 데 반해 3번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바뀔 때 한층 여유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3번에 서면서부터 이틀 연속 홈런이 2개나 나왔습니다. 그런데 3번타자라서 홈런이 나온 건 아니었을 겁니다. 장타를 노리고 스윙을 크게 하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공격했던 게 절묘한 타이밍으로 맞아떨어진 듯 합니다.

어떤 자리에 서도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아직까진 추신수하면 1번타자가 아닐까 싶네요. 전 ‘리드오프’란 타이틀이 좋습니다. 장타가 있는 타자는 3,4,5번 어떤 자리에도 설 수 있는 반면에 리드오프는 ‘아무나’가 가능한 게 아니거든요. 제 야구 스타일과 1번타자 자리가 맞다는 생각도 들고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한 팀과 7년 계약을 맺고 첫 시즌을 맞아 참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라면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전과는 비교조차 안된다는 부분입니다. 제가 애드리안 벨트레처럼 팀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전 우리 팀이 정말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고, 올시즌 마칠 때까지 더 이상 아픈 선수들 없이, 부상자들은 하루 빨리 복귀해서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같은 야구장에서 야구하길 소원합니다. 그래서 경기를 치르다보면 승패에 신경을 쓰고, 우리 지구에 있는 오클랜드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면 솔직히 배도 아프고, 마음이 안 좋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제 자신을 돌보기 바빴다면 지금은 저를 포함해 팀도 돌아보는 마음과 시야가 생긴 것 같습니다.

부상자가 많아지면서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우리 팀을 한 수 아래로 접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월드시리즈는커녕 지구 우승도 어렵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대로 야구가 진행된다면 얼마나 재미없겠습니까. 레인저스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겨우 162게임 중 47게임을 치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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