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쿠바 태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뛴 선수는 지난 1871년 스테베 베얀 이후 총 181명이다.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하던 숫자는 1963년 이후 81명으로 늘었고 2008년 이후로만 38명이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대부분 실패로 점철됐던 쿠바 망명자들의 메이저리그 수입이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다. 1990년대 ‘엘두케’ 오를란도 에르난데스(44), 리반 에르난데스(38) 형제가 쿠바를 대표하는 선수로 이름을 날렸고 2000년대 들어 그 바통을 호세 콘트레라스(42)가 이어받기는 했으나 그래도 성공보다는 실패의 역사가 깊었던 쿠바야구의 미국 도전기였다.

‘푸이그·아브레유’ 쿠바괴물을 끄집어낸 2가지 배경

그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은 선수가 타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8·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투수 아롤디스 차프만(25·신시내티 레즈)이었고 지난해 야시엘 푸이그(23·LA다저스)에 이어 올해 호세 다리엘 아브레유(27·시카고 화이트삭스)까지 대박행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쿠바 선수들을 대하는 지난 100여년의 인식이 불과 몇 년 사이 180도 변했다. 인식의 변화를 넘어 마이너리그 무대조차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로 직행해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그야말로 스카우트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현지 구단 관계자나 스카우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꼽힌다. 첫째 돈이고 둘째 정보다.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대우다.

2010년 100마일의 좌완 ‘파이어볼러’ 차프만이 3025만달러로 기준선을 대폭 올려놓은 뒤 세스페데스, 푸이그, 아브레유 등이 그 이상의 혜택을 누렸고 뒤따라 쿠바 자국리그에서는 스타로 인식되지 않던 호세 이글레시아스(23·디트로이트 타이거스)나 다얀 비시에도(24·화이트삭스) 등도 거의 2000만달러 이상을 보장받았다.

이 정도면 정든 고향을 떠나 망명의 위험을 감수할 만큼 좋은 선수들을 얼마든지 유혹할 금액이라는 점에서 돈의 힘은 역시 무서웠다.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푸이그만큼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을 테지만 이를 밖으로 끌어낼 근거와 투자가 적었던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옥석여부를 분별해낼 쿠바 선수들에 대한 정보력이 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실패 확률의 하락세가 수입을 부채질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스카우트들은 국제대회에 참가한 쿠바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영입을 추진해야 했다.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쿠바리그 기록 수집 및 경기를 직접 보면서 스카우트 작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쿠바선수들을 이해하고 판단할 범위가 훨씬 넓어진 데다 미국으로 건너온 선수들로부터 듣는 정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천재단장’으로 불리는 빌리 빈(52)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은 “우리는 이제 쿠바리그의 기록에 관해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는 많지 않겠지만 그 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다수의 선수들이 유입되면서 그들로부터 얻게 되는 정보도 판단의 기초에 깔려있다. 그런 것들이 더 탄탄한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성공을 확신한 6년간의 긴 숙제

류현진(27·LA다저스)과 다르빗슈 유(27·텍사스 레인저스) 등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선수들 특히 투수들의 성공은 쿠바 쪽과 접근법이 완전히 다르다.

쿠바 쪽이 돈과 정보라면 아시아 쪽은 피지컬(신체·운동능력)과 스터프(자질)로 판단하는 추세다. 스터프는 투수로 한정할 때 대개 선수가 보유한 ‘구종 또는 구질’로 인식된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지 않고 대우도 충분했다고 볼 때 결국 이들의 성패는 피지컬과 스터프에서 판가름 난다는 교훈을 얻고 있다.

결정적인 계기는 메이저리그로 직행해서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류현진이 제공했다.

사실 한국프로야구를 떠나 본 적이 없던 류현진의 성공을 점치기는 굉장히 힘든 일이었고 큰 돈이 걸린 위험한 도박이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다저스가 류현진에 확신을 가진 부분은 크게 2가지로 무려 6년간이나 그를 꾸준히 지켜봤고 그들 대부분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이에 LA 타임스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다저스가 숙제를 충실히 잘 수행한 결과”라고 표현했다.

류현진은 초반 반짝했으나 피지컬의 문제로 무너진 마쓰자카 다이스케(33)나 소위 ‘새가슴’ 논란을 일으키며 정신적인 부분에서 스터프가 갖춰지지 못했다고 지적받던 이가와 게이(34)와는 달리 ‘6피트2인치(188cm)-250파운드(약 113kg)’의 당당한 체구에 터프한 정신력, 90마일 초반대의 패스트볼(빠른공) 및 평균 이상 수준급의 체인지업과 2가지의 변화구 등이 이미 스카우트들에게 메이저리그급 스터프라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적중했다.

류현진뿐 아니라 2008년 구로다 히로키(38·뉴욕 양키스) 이후 성공한 대표적인 일본투수인 다르빗슈, 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 매리너스), 다나카 마사히로(25·양키스) 등 4대 투수들의 공통점은 6피트1인치(185cm) 이상의 당당한 피지컬과 4가지 이상의 견고한 구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둘 중 하나가 결여된 마쓰자카, 이가와 등으로부터 얻은 과거의 씁쓸한 실패를 경험삼아 축적된 공통의 노하우로 아시아 선수 특히 투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고 이는 곧 대규모의 메이저리그 직행 성공 선수를 낳는 밑거름이 됐다.

다만 미국 현지 스카우트들에게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류현진이나 푸이그, 다나카 등은 각자의 나라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 매우 제한적인 자질을 타고난 선수들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고르는 눈은 좋아졌어도 고를만한 옥석은 한정돼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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