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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난리가 났다. 2014년 반다레이 실바와 차엘 소넨이 벌인 희대의 약물 파티 이후 가장 시끄러운 사태다. 과연 UFC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발단은 이러하다. 지난 12, 업계에 현존하는 가장 요란한 이슈메이커 코너 맥그리거가 벨트를 감은 후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도전할 의사를 밝혔다. 이때만 하더라도 페더급 대권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장기간 체급을 지배했던 챔피언에게 리매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 등으로 이미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는 곧 안요스-맥그리거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에 묻혀버렸다. 이 매치가 성사되기 직전 안요스는 도널드 세로니라는 라이트급 넘버원 컨텐더를 66초 만에 무참히 박살내면서 적수가 없음을 재확인 시켰고, 반대로 맥그리거는 라이트급까지 해치우고 웰터급까지 겨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팬들의 기대치가 금세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다. 과연 맥그리거가 라이트급에서도 통할 수 있느냐와, 만일 승리한다면 정말로 웰터급까지 갈 것이냐. 이 두 가지만으로도 모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충분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웰터급의 타이론 우들리, 김동현 등이 맥그리거와 자신을 붙여달라고 요청하고 있었고 라이트급에서는 도널드 세로니가, 심지어 벤텀급의 도미닉 크루즈까지 공개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등, 맥그리거를 콜한 선수들과의 가상 매치업만으로도 각종 커뮤니티들을 들끓게 만들 정도였다. 현직 챔피언이 상위 체급의 대권에 도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댄 핸더슨 이후로 처음 있는 사례일뿐더러 두 체급 이상 올리는 것은 과거 비제이 펜 이후 최초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들리, 세로니 등은 대놓고 맥그리거의 흥행력을 노리고 있음을 밝혀 그가 얼마나 한 존재인지 자연스레 입증시켜주었다.

 

그러나 대회 개최 2주 가량을 남긴 어제 23일 오후, 불길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슈퍼파이트의 주인공 도스 안요스가 심한 발등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 10시경, 그 소문은 사실로 밝혀졌다. 보통 부상도 아닌 골절로 6주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잠시 후 결국 슈퍼파이트는 공식적으로 취소되었다.

 

안요스가 약물 주기를 맞추지 못해 이탈했다거나 맥그리거에게서 도망갔다는 음모론도 있으나 이미 강력한 검사를 연초에 네 차례나 통과했으며 인기가 너무 없어 맥그리거의 흥행력이 간절히 필요했던 안요스가 이제 와서 자의로 대진을 망칠 이유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이 걸렸다. 남은 시간은 2. 아무리 돈이 되는 맥그리거라 한들 너무나도 짧은 텀이다. 더군다나 라이트급 출신이기에 매치업 진행이 수월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페더급 넘버원 컨텐더 프랭키 에드가도 부상으로 쉬고 있는 상황이었고, 2차전을 원하고는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페더급 왕좌의 탈환을 중요시 했던 알도에게는 2주의 준비기간과 라이트급 매치라는 최악의 옵션 두 가지를 감수할 메리트가 없었다. 라이트급 컨텐더 중에서는 여유 있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UFC 측이 문제였다. 거대한 매치업인 만큼 경기를 지루하게 만들 선수는 제하면서도 적절한 빅네임을 잡아야 하는데, 가장 훌륭한 상대인 페티스를 비롯해 경기 텀이 맞지 않는 케이스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최근 경기를 뛰고 싶다고 어필한 도널드 세로니를 비롯한 몇몇 라이트급 컨텐터 정도로 예상해 볼 뿐이었다.

 

그렇게 어쩔 줄 모르는 채 시간이 지나가던 와중 오늘 오전 11, 상대가 발표되었다. 그는 다름 아닌 라이트급의 악동 네이트 디아즈. 그는 종전에 진행 된 팬투표에서 맥그리거의 적절한 상대 1순위에 꼽힌 바 있다재밌는 경기를 하는 선수지만 정상권에 한계를 드러냈고 특히 최근 다섯 경기에서 세 경기를 패한 만큼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발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경기가 웰터급 매치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라이트급 선수지만 182cm의 거대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으며 웰터급에서 이미 2연승, 김동현/로리 맥도날드와 같은 톱 컨텐더와의 대진을 겪어본 디아즈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175cm로 라이트급에서는 평범한 체격인 맥그리거에게는 거대한 핸디캡인 셈이다. 더군다나 이는 5라운드 매치, 안 그래도 카디오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맥그리거에게 체급 문제는 배의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맥그리거는 여전히 쿨했다. 데이나 화이트 데표가 밝힌 바에 의하면, 맥그리거는 -72kg 캐치웨이트를 제안했으나 디아즈가 거절하자 디아즈 편한 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UFC측은 이에 대해 대진에 타이틀전이 있음에도 논타이틀전을 메인이벤트로 선정하는 보답을 했다. 이는 2005UFC 51 오티즈 vs 벨포트 이후 11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이로서 맥그리거, 디아즈, 팬과 주최사 모두 윈-윈하는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단지 이 대회에서 타이틀전을 할 예정이었던 홀리 홈과 미샤 테이트만이 의문의 1패를 추가했을 뿐이다.

 

폭풍과도 같은 혼란이 지나간 후 남은 것은 맥그리거의 경악스러운 도전 정신이 내는 빛이었다. 자칫 김 샐 수도 있는 도전을 더욱 큰 도전으로 바꿔버린 그에게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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