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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열린 UFC17번째 폭스 대회는 그야말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신성 마일스 쥬리가 한 수 아래라 평가 받던 찰스 올리베이라에게 1라운드 서브미션으로 덜미를 잡혔으며, 이미 한 물 갔다는 비아냥을 받던 네이트 디아즈는 기세 등등하던 마이클 존슨에게 완봉승을 거뒀다. 메인이벤트의 경우 경기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일방적인 진행으로 이변 아닌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기는 역시 준 메인이벤트였다. 다름 아닌 주니어 도스 산토스 vs 알리스타 오브레임이었다.

 

본디 2012년 헤비급 대잔치의 피날레가 되었어야 할 이 매치는 세 번의 무산과 3년의 시간을 거치며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의 무게감은 거대했으며, 팬들의 시선을 끌만한 매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경기가 성사되었을 때, 결과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편향적이었다. 물론 산토스 쪽으로 말이다. 오브레임이 판정까지 가면 잘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고 필자 역시 그 의견에 동의했다. 오브레임의 하락세가 훨씬 눈에 띄었던 것과 그가 노골적으로 산토스와의 대결을 피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이변이란 것이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브레임은 2라운드 동안 아주 무난하게 산토스의 움직임을 읽어내며 코너에서 연타를 맞을 때조차 여유를 보인 끝에 산토스를 KO시켰다. 이렇게 된 이상 아무래도 필자가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산토스에게 오는 위기와 오브레임에게 오는 변화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오브레임은 영리해지고 있었고 산토스는 붕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특히나 후자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게 거대했다.

 

산토스는 기본적으로 타격이 아주 정교한 선수는 아니다. 수준급의 펀칭 스킬-복싱 스킬이 아니다-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헤드 무빙이의 부재, 케이지에 몰렸을 때의 사이드 스텝 활용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오픈 블로우가 자주 눈에 띈다는 점 등 복싱의 영역에서 볼 때 하자가 꽤나 많았던 케이스다. 그런 부분을 골고루 탁월한 기본적인 신체능력으로 메꿔 주는 타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신체 능력에 너무 과하게 기대고 있었다. 너클 파트가 아니라도 상대를 맞출 수만 있다면 주먹이 부숴지도록 때리던 공격성, 강타를 허용하더라도 전진하던 과감함은 그의 선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2014년 발발한 그의 손목 부상은 첫 적신호였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당시 이를 산토스 몰락의 신호탄이라 평가한 바 있다. (http://www.mfight.co.kr/index.php?mid=sports_mma_livetalk&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C%9C%A0%ED%95%98%EB%9E%8C&page=3&document_srl=1700887&comment_srl=1703739&cpage=2#comment) 통뼈와 놀라운 회복력으로 유명하던 산토스가 부상으로 경기를 이탈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지 않은 징조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주먹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 이고르 보브찬친, 예멜리야넨코 표도르라는 전례는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산토스는 최근 다섯 경기 동안 500회에 육박하는 유효타를 허용했다. 이마저도 정타 채점 기준이 애매한 UFC의 기록에 의한 것이며 기계로 타격 하나하나를 체크하는 파이트 매트릭스의 기록을 살펴본다면 이보다 더 할 수도 있다. 그처럼 맷집으로 안면 타격을 허용하던 노게이라, 반다레이 실바 등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한다면 이것이 불러올 기량 저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으리라.

 

문제는 이 시기를 읽어내는 것. 딜레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데서 기인한 그의 화끈함이 그의 인기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화끈함이 동시에 그의 커리어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다는 점. 이쯤에서 선수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KO를 감수하면서까지 지금까지 잘 해왔던 스타일을 고수해 팬들을 위한 커리어를 가져가느냐, 아니면 스타일 변화를 시도하느냐. 전자의 경우는 반다레이 실바, 후자의 경우는 제이크 엘런버거를 꼽을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팬덤의 축소까지 감수하는 만큼 커리어 유지에 안정적일 것 같은 후자를 선택한 선수들이 대개의 경우 훨씬 빠르게 몰락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산토스는 후자를 택했다.

 

재밌게도 이번 경우 산토스와 그를 마주하는 오브레임은 둘 다 이 때를 눈치채고 있었다. 케인에게도 사생결단이라도 한 듯 달려들던 산토스가 몇 수는 아래라 평가 받던 미오치치와 오브레임에게 그토록 소심하게 경기한 것이 그가 갑자기 겁이 많아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며, 그토록 산토스를 피하던 오브레임이 갑자기 산토스를 강력하게 콜하며 도발 비슷한 멘트까지 던진 것은 결코 그가 갑자기 용기 넘치는 전사가 되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 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산토스가 벼랑 끝에 섰다는 것을. 기술적인 완성도에서 앞서는 오브레임은 아주 영리하게 그를 그 끝에서 밀어내버렸다. 한때 두 개의 태양이라 불리던 사나이의 처참한 몰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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