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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 가까운 공수변환 딜레이와 인간이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 수준에 도달한 파괴력과 스피드. 그리고 전례 없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탄탄한 기본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알도의 공격은 완벽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그리고 오늘 MMA 팬들은 MMA식 타격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 받던 그가 불과 13초 만에 무너져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대체 무엇이 10년 무패의 그를 단숨에 왕좌에서 끌어내린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코너의 왼손 완급조절에 있다.

 

MMA에서 뒷손 완급조절이라는 것은 굉장히 보기 드문 일이다. 1류 선수들 사이에서도 뒷손은 체중을 싣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만큼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경험해 보기 매우 어려운 기술에 속한다. 빈틈없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맥그리거가 순식간에 정상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데는 이 점이 크게 작용했으며 알도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 역시 완급조절이라는 영역에 대해서는 미처 계산하지 못한 듯하다.

 

먼저 첫 공방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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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의 가드가 내려오는 순간을 포착하자마자 맥그리거의 레프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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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알도는 이젠 시그니쳐 무브라고 해도 될 만큼 익숙한 동작으로 가볍게 회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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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벼운 레프트. 채드 멘데스 전에서는 고개를 아주 강하게 숙이면서 그 반동으로 훅을 적중시켰던 것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알도가 코너의 왼손/왼발 타격이 굉장히 길다는 것을 충분히 대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알도가 평소 위빙/더킹 동작을 자주 활용한다는 것을 정확하고 긴 사우스포인 맥그리거가 뒷손 혹은 뒷발로 공략할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이에서 보이듯 알도는 기존의 방식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부분이 나온다. 그것이 바로 완급조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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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 페인트 모션, 함께 앞발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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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라이트 페인트 모션. 맥그리거의 뒷손은 이제야 나오고 있다.

 

레프트-라이트 페인트 모션에 이은 온 몸을 던지는 레프트. 맥그리거와 흡사한 체격 조건의 케니 플로리안에게는 페인트를 많이 섞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맥그리거의 거리감과 수싸움 능력 또한 잘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력을 다해 던지는 펀치가 가지는 위험성은 명확하다. 강력하지만 그 힘만큼 카운터를 맞았을 때의 충격이 배가 된다는 것. 이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케이스인 파울로 티아고 vs 시야르 바하두르자다의 경기에서는 한 번에 파고들던 티아고가 바하두르자다의 왼손에 걸린 후 주춤하는 사이 들어온 오른손에 그대로 실신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본기의 황제인 알도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는 자신의 정확한 타이밍을 잡는 감각과 그를 받쳐주는 스피드로 지금까지 이러한 펀치로 겪은 위험 같은 것은 없었다. 뒷손에 힘을 가득 싣는 일반적인 파이터들의 스피드와 반응 속도로는 그의 기습을 잡아낼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을 때, 지금 맥그리거의 자세는 정확한 카운터를 넣기 어렵다. 거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어깨 회전이 고작해야 30도 남짓 가능하며 알도가 파고들었을 때 코너의 머리까지 거리가 이미 얼마 없었기 때문에 힘을 주는 펀치로 반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거리는 맥그리거의 왼손이 더 알도의 머리에 가깝지만 기본적인 스피드 차이와 앞서 언급한 내용을 감안할 때 기존의 '상식'상으로는 맥그리거가 맞추기 어렵다. 또한 카운터를 놓지 않고 반응해 백스텝을 밟는다 해도 충분히 적중시킬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이 알도의 계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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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순간의 장면이다. 아주 정확하게 맞췄다. 코너의 카운터가 이미 들어간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알도의 몸은 라이트를 치는 아주 이상적인 자세라 할 만큼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칼 같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의 장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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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의 펀치 스윙 궤적이 절반도 채 돌기 전에 코너의 힘 뺀 카운터가 적중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맥그리거의 가치가 입증된다. 그의 왼손은 지금까지 없던 영역에 존재했다. 정확성과 완급조절만으로 저 짧은 거리에서 백스텝을 밟으면서도 넉아웃 펀치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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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반응)


맥그리거는 오늘 MMA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완벽이라 불리던 사내도 눕힐 수 있는 완급조절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UFC 흥행에 있어서도 또다른 돌풍이 예고되는 만큼, 이제 그의 신무기가 어디까지 빛을 발할지 더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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