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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에서 생활하면 고향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뿐더러, 낯선 환경에도 적응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본거지는 미국이다. 국내 파이터들의 목표는 단연 UFC 진출이다. 그 꿈을 이룬다면 해외경기는 불가피하다.

많은 UFC 파이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브라질을 제외한 아시아-유럽 파이터들은 같은 국가, 같은 팀원끼리 동반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동반출전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그들은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함께 감량하며 의지하는 죽마고우가 되기도 한다.

UFC 라이트급 파이터 '슈퍼내추럴' 방태현(32·코리안탑팀) 역시 처음엔 동반출전을 기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싱가포르에서 마이르벡 타이수모프를 상대로 UFC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대회의 메인이벤트에서는 팀원인 '에이스' 임현규(30·코리안탑팀)가 출전했다.

당시 방태현은 "현규와 동반 출전한다. 절친한 동료와 함께하니 든든하다. 2~3배 정도의 힘이 더 생길 것 같다. UFC에서 국내 파이터의 강함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랬던 방태현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거듭되는 동반 출전, 동료와 자주 비교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일까?

최근 방태현은 엠파이트와 인터뷰에서 "여럿이 가면 산만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좀 부담스럽다"라며 "지인들도 많이 오실 것 같다. 난 집중하기 위해 조용히 있으려고 한다. 힘이 되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들뜨지 않게 꾸준히 컨트롤할 생각"이라며 동반출전에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공존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前 UFC 라이트급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는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타이틀을 내준 뒤, 동생 서지오 페티스와 더 이상 동반 출전하는 일이 없다고 못 박았다.

페티스는 "동생의 패배가 나에게 감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헤드코치 듀크 루퍼스나 레슬링코치 벤 아스크렌 등 코치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꿔놓았다"고 했다.

방태현-임현규는 2008년 5월 일본 'DEEP 35'에 나란히 나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또한 두 선수는 코리안탑팀 동료인 양동이, 구영남과 함께 '마초 패밀리'라고 불린다. 약 5년 반 전 같은 날, 배꼽 밑에 '마초(MACHO)'라는 문신을 새겨 넣은 것이 계기가 됐다.

오는 16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프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리는 'UFN 66'에서 방태현은 국내 파이터 임현규-남의철과 동반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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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시아에서의 경기는 한국 선수들에겐 절호의 기회다.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만큼 큰 부담 없이 임할 수 있다. 반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미국은 시차와 문화, 음식 등 경기력에 제약이 따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방태현은 임현규처럼 괌에 기반을 둔 종합격투기 단체 PXC를 정복하고 UFC에 진출할 생각이었다. 2013년 10월 'PXC 40' 출전을 결정했다. 그러나 개명 후 비자발급을 받지 않아 경기가 연기됐고, 이후 상대 프랭크 카마초의 계체실패로 결국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코리안탑팀 측은 몸을 만들어놓은 방태현의 다음 경기 출전을 놓고 고심 중이었다. 그러던 중, UFC의 예상치 못한 영입 제안이 왔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방태현은 소스라치게 놀랐고, PXC 정복을 건너뛰고 바로 꿈의 무대로 가게 돼 기쁨이 배가됐다.

방태현은 해외단체(일본 딥) 챔피언에 최초의 한국인 종합격투기 파이터다. KO율이 50%일 정도로 타격 능력이 뛰어나다. 총 전적은 17승 8패. 군 복무기간 동안 공백이 있었으나, 2013년 6월 다시 돌아와 황주동을 TKO로 격침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옥타곤 데뷔전에서 타이수모프에게 판정패했으나, 같은 해 6월 UFC 웰터급 타이틀도전자 로리 맥도널드의 스파링파트너 카잔 존슨을 3라운드 펀치 KO로 실신시키며 UFC 첫 승을 따냈다.

방태현은 존슨戰 2라운드 당시 팔꿈치 공격에 코뼈가 부러졌다. "피가 많이 나서 경기를 끝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이후부턴 신경 안 쓰고 싸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년의 공백'에 대해 "코가 부러졌었다. 원래 휘어있기도 했다. 수술하는 김에 높게 맞추고 싶었는데, 보형물을 넣지 않으면 잘 안된다고 하더라(웃음). 지금은 100% 완치됐다"며 문제없음을 강조했다.

2연승을 노리는 방태현의 앞을 가로막은 선수는 안면이 있는 것은 물론 소속팀인 코리안탑팀과 가장 친한 해외 파이터 존 턱(30·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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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턱은 코리안탑팀 하동진 감독과 친구로 지낼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코리안탑팀은 PXC에 꾸준히 선수를 파견시키던 중 PXC에서 활동하던 존 턱과 인연을 맺어 가깝게 지내왔다. 임현규와 마찬가지로 존 턱 역시 PXC를 주무대로 활동하던 중 UFC에 진출한 경우다. 임현규와 존 턱은 UFC 데뷔를 위해 마카오로 떠날 때 공항에서 만나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한 존 턱은 지난 2월 'TOP FC5' 때 라이언 비글러의 세컨드로 부산을 찾아 코리안탑팀과의 우정을 재확인했다.

개최 준비를 돕기 위해 부산을 찾은 방태현은 존 턱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잠시 이런저런 대회가 오가며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옆에 있던 한 선수의 "이러다 둘이 붙는 거 아냐?"라는 말에 둘은 크게 웃었다.

그러나 설마가 현실이 됐다. 개인적인 관계가 있지만 그것으로 경기를 거부하긴 어려웠다. 존 턱은 UFC 경기가 잡히면 코리안탑팀에서 훈련할 예정이었으나, 상대가 방태현이 됨에 따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코리안탑팀측은 '괜찮다'며 오라고 했지만 그는 "상대가 방태현인데 어떻게 가냐"며 고개를 흔든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6승 무패의 전적으로 UFC에 진출한 존 턱은 옥타곤에서 2승 2패를 기록 중이다. 데뷔전에서 중국의 장철천을 꺾었으나, 이후 승패를 반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치른 경기는 지난해 9월 케빈 리戰, 결과는 존 턱의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패였다.

"우리 팀과 친하게 지내는 선수다. 하지만 경기는 경기다. 명승부를 펼쳤으면 한다"는 방태현은 경기예상을 묻자 "오직 신만이 아실 것(웃음)"이라며 농을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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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회 장소인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방태현은 감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한 달 전, 78kg으로 맞춘 상태에서 서서히 체중을 줄여나갔다.

끝으로 방태현은 "무리한 시도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맘껏 선보이겠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 UFN 66- 프랭키 에드가 vs. 유라이어 페이버
2015년 5월 16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프 아시아 아레나(오후 10시 수퍼액션 생중계)

-메인카드-
[페더급매치] 프랭키 에드가 vs. 유라이어 페이버
[미들급매치] 게가드 무사시 vs. 코스타 필리푸
[미들급매치] 마크 무뇨즈 vs. 루크 바넷
[웰터급매치] 임현규 vs. 니일 매그니
[페더급매치] 필립 노버 vs. 남의철
[페더급매치] 마크 에디바 vs. 레반 마카쉬빌리

-언더카드-
[라이트급매치] 방태현 vs. 존 턱
[라이트급매치] 장 리펑 vs. 카잔 존슨
[웰터급매치] 리징량 vs. 디에고 리마
[밴텀급매치] 닝광유 vs. 로이스턴 위
[플라이급매치] 롤단 상차-안 vs. 존 델로스 레예스
[플라이급매치] 놀란 티크먼 vs. 야오 지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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