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W 조회 수 : 1990

2014.07.25 11:58

콧대 높기로 유명한 일본 MMA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07년 세계 최고의 MMA 무대였던 PRIDE FC가 미국의 UFC에게 자리를 넘겨줌과 동시에 일본 MMA는 오랜 암흑기를 보냈다. 물론 국내 MMA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넓고 깊은 선수층과 확고한 매니아층이 확보된 시장이기 때문에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메이저 MMA 단체가 없는 상태에서 중소 단체만으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얻기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선수들 또한 큰 무대로의 목표의식이 예전 PRIDE FC가 존재했을 때보다 흐려진 까닭에 미국, 브라질과 더불어 세계 MMA 3대 강국으로 불렸던 일본의 선수 수준이 이전에 비해서 다소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UFC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이 한국 UFC 선수들보다 그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UFC 선수들에 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현상은 이를 증명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MMA의 흐름이 UFC를 중심으로 서양에서 주도되는 만큼 자존심 강한 기존의 일본 MMA 단체들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했다. 그 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변화를 추구하는 단체가 PANCRASE다. PANCRASE는 MMA보다 프로레슬링에 가까운 형태의 규칙과 경기를 진행하던 단체였다. 초창기 PANCRASE의 경기규칙은 일부 프로레슬링 규칙과 동일한 부분이 많았으며 최근까지도 완전한 MMA 단체라기보다는 MMA와 프로레슬링의 중간격의 단체였다.


하지만 PANCRASE는 2014년 258번 째 이벤트부터 프로레슬링의 상징인 사각 링 대신 케이지를 정식 경기무대로 사용하고 있다. PANCRASE 뿐만 아니라 여러 일본 중소 MMA 단체들 또한 케이지를 경기무대로 사용하는 변화를 겪고 있다.


이는 세계 MMA의 중심이 더 이상 일본이 아닌 미국이라는 것을 일본 MMA가 인정하는 것과 같다. 그와 함께 UFC와 같은 서구 MMA와는 다른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지 또한 힘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인프라가 제아무리 풍부하다고 해도 스포츠 스타로써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꿈을 실현시키기 어려운 시장은 언젠가 선수들이 떠나가기 마련이다.


일본 MMA 선수들 또한 UFC와 같은 미국 MMA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면 스포츠 스타로써의 꿈을 실현시키기 어렵다. 일본 MMA가 예전 PRIDE FC가 성행할 만큼의 명성과 인기를 되찾지 못한다면 최소한 일본 중소 MMA 단체들은 자국 선수들이 해외 MMA 무대로 진출하였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일본 MMA 단체들이 경기무대를 사각 링에서 케이지로 변경하는 현상은 의미가 있다. 일본이 세계 MMA의 중심지였을 무렵 MMA 경기무대는 복싱, 프로레슬링과 같이 결투의 상징인 사각 링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UFC가 세계 최고의 MMA 단체로 이름을 올리면서 MMA 경기무대의 대명사는 더 이상 사각 링이 아닌 철장으로 이루어진 팔각의 옥타곤이 되었다. 많은 중소 MMA 단체들이 UFC의 영향을 받으면서 케이지를 경기무대로 채택했고, UFC와는 차별화를 두는 나름의 자존심으로 4각, 6각, 10각 등 UFC의 8각형 옥타곤과는 다른 케이지 무대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 미국, 브라질 등 많은 국가의 중소 MMA 단체들이 UFC의 영향을 받으며 출범한 이래 대부분은 경기무대로 케이지를 사용했으며 케이지를 사용하지 않은 단체들의 주된 이유는 비용 문제였다. (케이지 무대의 설치비용이 기존의 사각 링의 설치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RIDE FC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기존의 일본 MMA 단체들은 경기무대로 사각 링 사용을 고수해 왔다. 역사와 전통을 지켜낸다는 자존심이자 뚝심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브라질과 더불어 MMA 강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이 타국에 비해서 경기무대로 케이지를 사용하는 시기가 많이 늦어진 것이다.


독자적인 MMA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일본 MMA 시장 또한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 MMA 시장에 본격적으로 함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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