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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토르 120 PPV 이벤트에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현지시각으로 5월 17일 단체 첫 PPV(폐쇄형 유료 방송) 대회의 막을 올린 벨라토르가 PPV 방송에서 가장 중점을 둔 메인 카드 3경기는 퀸튼 '램페이지' 잭슨-무하마드 '킹 모' 라왈의 라이트헤비급 토너먼트 결승전, 마이클 챈들러-윌 브룩스의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 미들급 챔피언 알렉산더 쉴레멘코와 티토 오티즈의 시합이었다.


그러나 벨라토르의 이번 대회는 개막 한참 전부터 '악재'가 연달아 발생하기 시작했다. HBO에서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마이크 알바라도의 WBO 인터내셔널 웰터급 타이틀전을 벨라토르 PPV 대회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무료 방송으로 중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게다가 라이트급 토너먼트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었던 패트리키 '핏불' 프레이에가 부상으로 아웃되고, 대회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본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마저 뇌진탕 부상으로 아웃되었다. 안팎에서 악재가 연달아 겹친 것이다. 


벨라토르는 알바레즈의 아웃을 수습하기 위해 헤드라인 이벤트를 램페이지-킹 모로 대체하고 챈들러와 윌 브룩스의 잠정 타이틀전을 대체 카드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좋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벨라토르의 PPV 판매량이 더욱 크게 추락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악재는 대회 당일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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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알렉산더 쉴레멘코를 초크로 제압하는 티토 오티즈)


PPV 이벤트의 첫 카드인 알렉산더 쉴레멘코-티토 오티즈의 시합부터 단체 측에 좋지 못한 결과가 그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본래 오티즈는 라이트헤비급 시절 경기 당일 체중이 110kg에 육박할 정도의 거구였으나 쉴레멘코는 미들급에서도 그리 크지 않은 체구였다. 


쉴레멘코는 오티즈를 상대하기 위해 계체량 측정 당일 201.9파운드(약 91.6kg)까지 증량하고 경기에 임했으나 결과는 역부족이었다. 벨라토르가 단체의 대표 스타 중 하나로 내세우던 쉴레멘코가 전성기를 한참 지난 오티즈에게 1라운드 초반 섭미션으로 무력하게 패하고 만 것이다. 흥행을 위해 무리하게 시도한 매치업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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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이클 챈들러를 메다꽂는 윌 브룩스)


PPV 방송 두 번째 경기인 챈들러-브룩스의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에서도 충격적인 결과는 계속되었다. 챈들러는 체급 내 손꼽히는 레슬러 중 하나인 브룩스를 초반부터 어렵지 않게 메다꽂으며 대다수의 예상대로 경기 내용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라운드까지 무리한 태클 시도 때문에 챈들러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했고, 중반부터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한 브룩스가 선전하기 시작했다. 브룩스는 3라운드에서 파운딩으로 TKO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만들었고 백포지션에서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시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챈들러는 눈가에 커팅까지 당하며 3, 4라운드 내내 위기에 몰렸으나 4라운드 막판 챈들러에게 행운이 따랐다. 브룩스의 반칙성 공격으로 인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고 챈들러가 숨을 돌릴 시간을 번 것이다. 5라운드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챈들러는 브룩스에게 테이크다운을 한 번 허용했으나 상위 포지션에서 섭미션으로 브룩스를 피니쉬 직전까지 몰고 가는 상황까지 만들며 라운드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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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플릿 판정승을 거둔 윌 브룩스)


챈들러의 막판 선전으로 인해 다수의 팬들은 챈들러가 세 라운드를 따내며 판정승을 거둘 것이라 예상했으나, 판정단의 결과는 달랐다. 브룩스가 스플릿(2-1) 판정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1,2라운드가 챈들러, 3,4라운드가 브룩스의 승리라는 판단은 세 부심 모두 일치했으나 5라운드에서 결과가 갈렸다. 


알바레즈의 부상으로 인해 무산된 알바레즈-챈들러 3차전을 염두에 두고 있던 벨라토르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었다. 잠정 챔피언 타이틀을 브룩스가 가져가면서 챈들러가 알바레즈를 상대한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챈들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의 퍼포먼스는 내 경력에서도 최악이었다. 지난 며칠간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라면서 집중력을 잃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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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판정단 3인의 점수표. 1,2라운드 챈들러, 3,4라운드 브룩스는 모두 같았지만 5라운드에서 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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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퀸튼 잭슨-무하마드 라왈 경기 장면)


논란의 판정은 헤드라인 이벤트까지 이어졌다. 헤드라인 이벤트인 퀸튼 '램페이지' 잭슨과 무하마드 '킹 모' 라왈의 라이트헤비급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램페이지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킹 모는 레슬링을 이용하여 1라운드를 유리하게 이끌였다. 2라운드에서는 램페이지가 펀치를 잘 활용하여 킹 모의 눈가에 상처를 내는데 성공했으나, 마지막 3라운드에서 킹 모는 다시 한 번 램페이지를 넘어뜨리고 상위 포지션에서 긴 시간을 압박했다. 비록 램페이지가 일어나는 데 성공해서 막판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대다수는 킹 모의 판정승을 예상했기 때문에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승자로 선언된 후에도 램페이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램페이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킹 모)는 내 예상보다 더 잘 싸웠다. 재시합을 원한다. 오늘의 승리는 별로 기쁘지 않다. 나는 킹 모를 KO시키고 싶다. 킹 모가 벨라토르의 매트 위에 눕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라며 자신이 오늘 경기에서 좋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논란의 판정패를 당한 킹 모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상대 선수인 램페이지뿐만 아니라 벨라토르 측에도 감정이 그리 좋지 못했던 킹 모는 판정 선언 직후 길길이 날뛰며 램페이지와 비욘 레브니 벨라토르 CEO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비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겠지? 속으로는 웃고 있겠지만 이건 너희가 이긴 게 아냐. 이 XXX야. 램페이지, 너에게 욕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난 널 때려눕혔어. 너도 알고 너네 팀원들도 다 알고 있을 거야. 이건 내가 이긴 시합이야. 그리고 비욘, 날 해고하고 싶다면 어디 해봐. 너도 내가 이겼다는 걸 알잖아?"


앞의 두 시합에서 단체 측이 밀어주는 간판 스타 2인이 패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헤드라인 이벤트에서는 지루한 경기 내용,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 결과에 선수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욕설을 내뱉게 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공식 기자회견장에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킹 모와 레브니 CEO는 이후 따로 이야기해서 좋게 해결했다고 밝히며 사태를 수습했지만, 벨라토르 측이 단체 이미지에 입은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벨라토르는 대회 직전 마르케스-알바라도의 동시간 방송과 알바레즈의 부상으로 인해 PPV 판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여러 팬과 전문가들은 이 대회의 PPV 판매량이 5만 가구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대회 자체도 최악의 결과로 흘러가며 단체의 명운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됐다.


비욘 레브니 CEO의 해임설까지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과연 벨라토르는 PPV 방송 실패 후 몰락한 이전 단체들의 길을 따르게 될지, 아니면 회생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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